[케이팝 베트남③] 공연 하나가 차트를 뒤집다

지드래곤 하노이 공연이 증명한 베트남 엔터투어리즘의 실체

2025-12-19     전성진 기자
지드래곤, 샤넬 2026 공방 쇼에서 ‘압도적 존재감’… 뉴욕 지하철 감성 재해석  사진=2025 12.03  샤넬(CHANEL) 제공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2025년 11월 베트남 케이팝 차트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은 신곡도, 컴백도 아니었다. 하노이에서 열린 지드래곤 공연이었다. 이 공연은 단순한 콘서트 일정이 아니라, 베트남 케이팝 시장이 어디까지 진화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사건이었다. 무대는 공연장에 머물렀지만, 그 여파는 SNS를 거쳐 스트리밍 차트까지 즉각적으로 확산됐다. 공연 하나가 시장 전체의 흐름을 흔든 것이다.

11월 7~8일 진행된 지드래곤 하노이 공연 직후, 베트남 SNS 분석 매체 소셜라이트 베트남 집계에 따르면 ‘G-DRAGON’ 관련 언급량은 약 189만 건까지 치솟았다. 이는 단순한 팬 반응 수준을 넘어, 사회적 이벤트에 가까운 수치다. 주목할 점은 이 관심이 휘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공연 이후의 열기는 곧바로 음원 소비로 전환됐고, 그 결과는 NCT 차트에서 즉시 확인됐다.

빅뱅의 ‘Haru Haru’는 차트 3위까지 역주행했고, 지드래곤의 솔로곡 ‘Crooked’는 TOP 10에 재진입했다. 이 곡들은 최신 발매작이 아니다. 이미 한 세대를 대표했던 곡들이다. 그럼에도 공연이라는 계기를 통해 다시 현재의 차트로 소환됐다. 이는 베트남 케이팝 시장에서 공연이 단순한 소비의 종착점이 아니라, 새로운 소비의 출발점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현상은 공연의 성격이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과거 공연은 팬덤을 만족시키는 이벤트였다. 일정 기간이 지나면 기억 속으로 사라졌다. 그러나 베트남에서는 공연이 음원 시장을 재가동하는 장치로 작동한다. 공연 전에는 기대감이 SNS에서 증폭되고, 공연 이후에는 감정의 잔열이 스트리밍으로 이어진다. 감정의 흐름이 데이터로 전환되는 구조다. 이 연결 고리는 매우 짧고, 매우 직접적이다.

지드래곤, 최연소 옥관문화훈장 수상…“빅뱅 20주년, 멤버들과 나누고파” 사진=2025 10.25   THE K-POP  유튜브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지드래곤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레전드 IP가 가진 시간의 힘 때문이다. 베트남 케이팝 팬층은 10대와 20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2010년대 초반 케이팝을 경험한 세대가 이미 사회의 주 소비층으로 편입돼 있다. 이들에게 빅뱅과 지드래곤은 새로운 스타가 아니라, 기억과 감정을 함께 소환하는 존재다. 공연은 새로운 곡을 소개하는 자리가 아니라, 과거의 감정을 현재의 소비로 전환하는 계기가 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SNS다. 베트남 케이팝 시장에서 SNS는 단순한 홍보 채널이 아니다. 공연 전후의 감정이 집단적으로 공유되는 공간이다. 공연 현장의 영상, 관객의 반응, 세트리스트에 대한 해석이 빠르게 확산되며, 참여하지 못한 대중까지 감정의 흐름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그 감정은 가장 손쉬운 방식으로 소비된다. 음원을 재생하는 것이다.

공연과 차트가 이렇게 밀접하게 연결되는 구조는 베트남이 ‘엔터투어리즘’의 핵심 거점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연은 티켓 판매에 그치지 않는다. 숙박, 교통, 외식, 굿즈 소비로 이어지는 복합적인 경제 활동을 동반한다. 여기에 스트리밍과 차트 역주행까지 더해지며, 하나의 공연이 만들어내는 파급력은 단일 산업을 넘어선다. 베트남 대기업들이 공연 인프라와 문화 시설에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케이팝은 이미 검증된 경제 엔진이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왜 지금 케이팝의 시험장이 되었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지드래곤 하노이 공연은 또 하나의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다. 베트남은 더 이상 투어 일정의 ‘보너스 지역’이 아니다. 동남아 투어의 핵심 축이자, 글로벌 투어 전략에서 빠질 수 없는 시장으로 자리 잡았다. 공연을 통해 형성된 열기가 차트로 직결되는 구조는, 베트남이 단순한 관람 시장이 아니라 소비를 증폭시키는 허브라는 점을 증명한다.

이러한 구조는 신세대 아티스트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레전드 IP만이 공연 효과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공연이 차트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인지도와 서사가 필요하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단발성 쇼케이스보다, 팬덤과 감정을 축적할 수 있는 공연 경험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공연은 음악을 설명하는 도구이자, 소비를 연장하는 장치로 기능한다.

2025년 11월 베트남 케이팝 시장에서 확인된 사실은 명확하다. 이곳에서 공연은 끝이 아니다. 공연은 차트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시작점이다. 무대 위에서 발생한 감정은 SNS를 거쳐 데이터로 변환되고, 차트라는 숫자로 고정된다. 지드래곤 하노이 공연은 그 구조가 얼마나 빠르고 강력하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다. 베트남 케이팝 시장의 세 번째 특징은 분명하다. 이곳에서는 공연이 시장을 다시 쓰는 가장 강력한 동력으로 작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