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베트남⑥] 플랫폼은 전략이다

NCT와 Zing MP3를 나눠 쓰는 베트남식 케이팝 공략법

2025-12-22     전성진 기자
‘케데헌’ 이재, 외국 팬들이 ‘영원히 깨질 수 없는’ 부를 때, K팝의 힘을 느꼈다 ...K팝엔 K가 있어야   사진=2025 10.15 넷플릭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2025년 11월 베트남 케이팝 차트를 하나의 표로만 보면 흐름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NCT(NhacCuaTui)와 Zing MP3를 나란히 놓는 순간, 시장의 구조가 또렷해진다. 베트남 케이팝 시장은 하나의 차트로 움직이지 않는다. 플랫폼마다 역할이 다르고, 소비 방식이 다르며, 요구되는 전략 역시 다르다. 이 시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핵심은 곡이 아니라 플랫폼을 어떻게 선택하고 분리해 운용하느냐다.

NCT와 Zing MP3는 단순히 점유율이 다른 플랫폼이 아니다. 두 플랫폼은 서로 다른 소비 주체를 품고 있다. NCT는 팬덤 중심의 실시간 반응 시장이고, Zing MP3는 대중 중심의 반복 청취 시장이다. 이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면 베트남 시장에서의 성과는 우연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NCT 차트는 즉각성을 기반으로 움직인다. 팬덤 스트리밍이 집중되는 순간, 순위는 바로 반응한다. 11월 차트에서 ‘Golden’과 ‘EYES CLOSED’가 장기간 상위권을 고정한 것은, 해당 곡들이 팬덤의 지속적인 관리 아래 놓여 있었기 때문이다. BABYMONSTER의 ‘PSYCHO’, ALLDAY PROJECT의 ‘ONE MORE TIME’이 공개 직후 TOP 10에 진입한 사례 역시 같은 맥락이다. NCT는 팬덤의 조직력과 준비도를 시험하는 무대다.

반면 Zing MP3는 전혀 다른 논리로 작동한다. 이 플랫폼에서는 반복 청취와 체류 시간이 중요하다. 팬덤이 하루 이틀 집중한다고 해서 순위가 유지되기 어렵다. 대신 한 번 귀에 익은 곡이 여러 날에 걸쳐 선택될 때 비로소 상위권에 머문다. 11월 Zing MP3 차트에서 엔믹스의 ‘Blue Valentine’, 다비치의 ‘TIME CAPSULE’, 우즈의 ‘Drowning’, 우디의 ‘Sadder Than Yesterday’가 장기간 체류한 이유다.

지드래곤 참여곡 ‘DRIP’, 331일 만에 3억 뷰…베이비몬스터 글로벌 성장세  사진=2025 09.29  YG엔터테인먼트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 차이는 곧 전략의 분리를 요구한다. 베트남에서 하나의 곡, 하나의 방식으로 두 플랫폼을 동시에 공략하는 전략은 점점 효율을 잃고 있다. 팬덤 화력이 강한 아이돌 곡은 NCT에서 초기 성과를 만들고, 감성 중심의 곡이나 OST, 발라드는 Zing MP3에서 장기 체류를 노리는 방식이 합리적이다. 실제로 ‘Golden’은 이 두 경로를 모두 통과한 대표적인 사례다.

플랫폼 분리 전략은 같은 아티스트에게도 적용된다. 블랙핑크 멤버들의 솔로 활동이 좋은 예다. 제니의 ‘Like Jennie’는 NCT에서 팬덤 중심의 빠른 반응을 얻었고, 동시에 Zing MP3에서도 일정 기간 체류하며 대중 소비로 확장됐다. 이는 곡의 성격과 홍보 메시지를 플랫폼별로 달리 가져간 결과다. 베트남에서는 ‘한 곡, 하나의 이미지’보다 ‘한 곡, 두 개의 쓰임’이 더 효과적이다.

중소 기획사와 신인 아티스트에게 이 구조는 기회이자 부담이다. 팬덤 규모가 크지 않은 상태에서 NCT만을 목표로 할 경우, 초기 화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차트 진입 자체가 어렵다. 반대로 Zing MP3를 단독으로 노릴 경우, 브랜드 인지도와 곡의 완성도가 충분히 쌓이지 않으면 반복 청취를 만들기 힘들다. 이 때문에 최근 베트남 시장에서는 로컬 협업과 베트남어 버전 발매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베트남 아티스트와의 피처링, 현지 감성을 반영한 가사, 발라드 중심의 편곡은 Zing MP3 공략에 효과적이다. 팬덤 기반이 약한 아티스트라도 대중 인지도를 먼저 확보한 뒤, 이후 팬덤으로 전환하는 경로를 만들 수 있다. 이는 NCT 중심의 단기 성과 전략과는 전혀 다른 접근이다. 베트남 시장에서는 이 두 경로가 병렬적으로 존재한다.

베트남은 왜 지금 케이팝의 시험장이 되었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플랫폼 전략의 중요성은 마케팅 비용과도 직결된다. NCT 공략은 SNS 바이럴, 팬덤 커뮤니티 관리, 스트리밍 가이드 제작 등 인력 중심의 비용이 많이 든다. 반면 Zing MP3 공략은 미디어 노출, 플레이리스트 진입, 장기 광고 집행 등 자본 중심의 전략이 요구된다. 같은 예산이라도 플랫폼 선택에 따라 성과의 성격이 완전히 달라진다.

이 때문에 베트남을 단일 시장으로 묶어 접근하는 전략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NCT와 Zing MP3는 같은 국가 안에 있지만, 사실상 다른 시장처럼 작동한다. 한쪽은 팬덤의 열기를 측정하는 온도계이고, 다른 한쪽은 대중의 습관을 측정하는 저울이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시장 전체를 설명할 수 없다.

11월 차트가 보여준 또 하나의 변화는 플랫폼 간 이동이다. NCT에서 화제를 만든 곡이 Zing MP3로 이동해 장기 체류에 성공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는 베트남 케이팝 시장이 단절된 공간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이어진 구조임을 의미한다. 초기 반응을 통해 존재감을 확보하고, 이후 반복 청취를 통해 수익성을 만드는 흐름이다. 이 경로를 설계할 수 있는 기획사가 베트남 시장에서 우위를 점한다.

베트남 케이팝 시장에서 플랫폼은 단순한 유통 채널이 아니다. 플랫폼은 전략 그 자체다. 어떤 플랫폼을 먼저 선택하느냐에 따라 곡의 생애 주기와 수익 구조가 달라진다. NCT와 Zing MP3를 동시에 이해하고, 분리해 운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베트남 시장은 하나의 기회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