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트렌드④] 도시에서 이 옷은 어디까지 유효한가

P.Andrade ‘Nonhuman Life’, 출근복과 테크웨어 사이의 애매한 균형

2025-12-21     신미희 기자
P.Andrade Explores Biomimicry in Its “Nonhuman Life” Collection. 사진=P.Andra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P.Andrade의 ‘Nonhuman Life’를 둘러싼 논의는 기능과 구조에 집중돼 왔다. 그러나 실제 착용 환경을 기준으로 보면 더 중요한 질문이 남는다. 이 옷이 도시에서 어떤 상황까지 감당할 수 있는가다. 런웨이와 룩북을 벗어난 순간, 옷은 개념이 아니라 생활 도구로 평가된다. ‘Nonhuman Life’는 바로 그 지점에서 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

컬렉션의 기본 차림은 셔츠와 타이, 테일러드 팬츠다. 여기에 테크웨어 요소가 겹쳐진다. 이 조합은 아웃도어 환경보다는 도심의 업무 동선을 상정한다. 실제로 등산화나 러기드한 부츠 대신 로퍼와 함께 제시된 경우가 많다. 기능복의 문법보다 출근복의 문법이 앞선다. 이 선택은 분명하다. ‘Nonhuman Life’는 자연 환경을 상대로 한 옷이 아니다.

도시에서 옷의 유효성은 몇 가지 기준으로 판단된다. 첫째는 시각적 이질감이다. 둘째는 착용 편의성이다. 셋째는 반복 사용 가능성이다. P.Andrade의 컬렉션은 첫 번째 기준에서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과도한 볼륨이나 공격적인 실루엣이 없기 때문에 도심 공간에서 튀지 않는다. 수트의 형식이 남아 있어 낯섦은 제한적이다.

그러나 두 번째 기준에서는 판단이 갈린다. 모듈러 패널과 복잡한 절개 구조는 착용자의 움직임을 크게 방해하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돕지도 않는다. 출퇴근 시간대의 빠른 이동, 장시간 착용, 반복적인 착탈을 고려할 때 구조의 실용성은 중간 수준에 머문다. 기능을 숨기는 전략은 시각적 안정성을 확보했지만, 사용성 측면에서는 뚜렷한 이점을 제공하지 않는다.

P.Andrade Explores Biomimicry in Its “Nonhuman Life” Collection. 사진=P.Andra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세 번째 기준인 반복 사용 가능성에서는 한계가 더 분명해진다. 도시 생활에서 옷은 매일 입혀야 한다. 세탁과 관리, 코디네이션의 용이성은 필수 조건이다. ‘Nonhuman Life’의 디자인은 개별 착장으로는 완성도가 높지만, 반복 착용을 전제로 할 경우 선택지가 좁아진다. 구조적 요소가 강한 옷일수록 다른 아이템과의 조합은 제한된다.

도시형 테크웨어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기능과 일상의 비중을 정교하게 조율해야 한다. 기능이 과도하면 출근복에서 이탈하고, 일상성이 지나치면 테크웨어로서의 존재 이유가 약해진다. P.Andrade는 일상성 쪽에 무게를 두는 판단을 내렸다. 그 결과 도시에서의 시각적 유효성은 확보됐지만, 기능적 차별성은 희미해졌다.

비와 바람, 온도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은 설명으로 제시되지만, 착장만으로 체감하기는 어렵다. 방수와 투습, 온도 조절은 도시형 기능복의 핵심 요소지만, ‘Nonhuman Life’는 해당 요소를 적극적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기능은 내부에 존재하고, 외형은 끝까지 정제된 상태를 유지한다. 이 전략은 조용하지만, 동시에 설득력이 약해진다.

도시에서 기능복이 요구받는 또 다른 이유는 상황 대응력이다.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 이동 환경의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모듈러 구조는 이 지점에서 역할을 기대받지만, 실제 사용 시나리오는 충분히 제시되지 않는다. 탈부착이 가능한 구조가 곧바로 도시 생활의 편의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P.Andrade Explores Biomimicry in Its “Nonhuman Life” Collection. 사진=P.Andra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Nonhuman Life’는 출근복과 테크웨어의 경계선에 서 있다. 어느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지 않는다. 수트의 언어를 유지하면서 기능을 더했지만, 기능을 중심으로 재편된 옷은 아니다. 이 애매함은 전략일 수도 있고, 회피일 수도 있다. 강한 선택을 피한 대신, 거부감도 최소화했다.

도시에서의 유효성은 절반 정도에서 멈춘다. 업무 환경에서는 과감한 개성으로 작동하고, 캐주얼한 테크웨어 환경에서는 다소 얌전해 보인다. 어느 쪽에서도 완전히 중심에 서지 않는다. 이는 시장 접근성 측면에서는 장점일 수 있으나, 디자인 메시지의 밀도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진다.

‘Nonhuman Life’는 도시형 기능복의 가능성을 탐색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다. 완성된 해답보다는 방향 제시에 가깝다. 출근복의 형식을 유지한 채 기능을 결합하려는 시도는 확인된다. 다만 그 결합이 생활 속에서 반복적으로 선택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도시에서 옷은 결국 사용된다. 개념은 빠르게 사라지고, 남는 것은 착용 경험이다. P.Andrade의 이번 컬렉션은 그 경험을 무난하게 관리하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일상을 바꿀 만큼 강한 이유를 제공하지는 않는다. 출근복과 테크웨어 사이의 균형은 유지됐다. 문제는 그 균형이 다음 단계로 나아갈 힘을 갖고 있는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