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트렌드⑤] 의류에서 가구로 이동한 설계의 방향

P.Andrade ‘Nonhuman Life’, 라이프스타일 확장이 만들어낸 효과와 부담

2025-12-22     신미희 기자
P.Andrade Explores Biomimicry in Its “Nonhuman Life” Collection. 사진=P.Andra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P.Andrade의 ‘Nonhuman Life’가 주목받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의류에 머물지 않았다는 점이다. 컬렉션과 함께 공개된 가구 협업은 패션 브랜드의 활동 영역이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제시됐다. 의류에서 가구로의 이동은 새로워 보이지만, 패션 산업 전반에서는 이미 반복돼 온 흐름이다. 핵심은 확장 자체가 아니라 해당 이동이 어떤 맥락에서 선택됐는가에 있다.

최근 패션 브랜드의 가구 진출은 라이프스타일 확장이라는 명분 아래 진행돼 왔다. 의류만으로는 브랜드의 세계관을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다는 판단, 그리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려는 산업적 계산이 맞물린 결과다. 개념 중심 브랜드일수록 옷을 넘어 공간으로 서사를 옮기려는 경향이 강하다. P.Andrade의 가구 협업 역시 이러한 흐름 안에 놓여 있다.

‘Nonhuman Life’가 내세운 바이오미미크리 개념은 가구로 옮겨가기 쉬운 주제다. 자연의 구조, 지지와 보호의 논리는 착용물보다 구조물에서 더 직접적으로 구현된다. 의자와 테이블은 하중과 안정성을 요구받고, 외골격이라는 개념은 물리적 구조를 통해 더 명확하게 설명될 수 있다. 이 점에서 가구 협업은 개념의 연장으로 해석된다.

산업적 관점에서는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패션 브랜드의 가구 진출은 대체로 한정 생산과 전시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대량 생산 체계로 전환하기 어렵고, 유통망 역시 기존 패션 채널과 분리된다. 가구는 매출 확대보다는 브랜드 이미지 강화를 위한 장치로 작동하는 경우가 많다. P.Andrade의 선택 역시 수익 전략보다는 포지셔닝에 가까운 성격을 띤다.

포지셔닝의 무게는 곧 부담으로 이어진다. 의류에서 충분히 설명되지 않았던 개념을 가구로 옮길 경우, 설득력은 강화될 수도 있지만 분산될 가능성도 함께 커진다. ‘Nonhuman Life’의 경우 외골격과 구조라는 언어는 가구에서 더 분명해지지만, 의류와의 연결성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옷과 가구가 하나의 설계 논리로 응집되기보다는 각기 다른 결과물로 병치되는 인상이 강해진다.

P.Andrade Explores Biomimicry in Its “Nonhuman Life” Collection. 사진=P.Andra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패션 브랜드가 가구를 제작할 때 마주하는 문제는 전문성이다. 의류 설계와 가구 설계는 요구되는 기술과 검증 과정이 다르다. 착용 경험과 사용 경험 역시 전혀 다른 평가 기준을 따른다. 이 때문에 패션 브랜드의 가구는 생활 도구보다는 디자인 오브제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다. P.Andrade의 가구 역시 일상 사용을 전제로 한 제품이라기보다 조형적 성격이 강하다.

이 선택은 전략적으로 이해 가능하지만, 컬렉션의 방향성을 다시 묻게 만든다. ‘Nonhuman Life’가 도시형 기능복을 지향한다면, 가구 역시 일상성과의 접점을 분명히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러나 가구 협업은 컬렉션을 전시 영역으로 이동시킨다. 반복 사용보다는 세계관 시각화에 초점이 맞춰진다. 그 결과 의류가 지닌 애매한 위치가 가구에서도 반복된다.

경제적 관점에서 가구 확장은 안정적인 수익 모델이라기보다 비용이 큰 이미지 투자에 가깝다. 소재 개발과 제작 공정, 물류와 보관까지 고려하면 가구는 패션보다 높은 리스크를 동반한다. 한정 생산은 위험을 낮추지만, 시장 영향력도 제한된다. 브랜드 인지도 강화에는 효과적일 수 있으나, 지속적인 성장 동력으로 작동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패션 브랜드가 가구로 이동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옷만으로 전달되지 않는 세계관을 공간 단위로 고정하기 위해서다. ‘Nonhuman Life’의 가구는 외골격과 구조라는 언어를 착용물에서 분리해 물리적 구조물로 제시한다. 의류에서 설명으로 남았던 개념을 가구에서는 형태로 보여준다.

다만 이 이동은 동시에 의류에 대한 요구 수준을 높인다. 가구에서 구조가 분명해질수록, 의류에서의 구조적 설득력 부족은 더 또렷해진다. 영역별 완성도의 차이가 노출되는 순간이다. ‘Nonhuman Life’의 확장은 장점과 약점을 동시에 확대한다.

의류에서 가구로의 이동은 결론이 아니라 과정이다. P.Andrade의 선택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선언이라기보다 개념을 유지하기 위한 보완 장치에 가깝다. 옷에서 설명이 필요했던 서사를 가구로 고정한다. 이후 다시 의류로 돌아와 구조적 완성도를 높일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