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트렌드⑥] 가격은 설계의 결과로 남았는가

P.Andrade ‘Nonhuman Life’, 고가 전략이 작동하는 방식과 한계

2025-12-23     신미희 기자
P.Andrade Explores Biomimicry in Its “Nonhuman Life” Collection. 사진=P.Andra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P.Andrade의 ‘Nonhuman Life’를 둘러싼 논의에서 가격은 늘 뒤늦게 등장한다. 구조와 기능, 바이오미미크리라는 개념이 먼저 설명되고, 가격은 그 다음에 따라붙는다. 그러나 시장에서 옷은 설명보다 가격으로 먼저 판단된다. 가격은 태도의 선언이자 전략의 결과다. ‘Nonhuman Life’의 가격대는 이 컬렉션이 어디에 서 있는지를 분명히 드러낸다.

이 컬렉션의 가격은 대중 시장을 전제로 하지 않는다. 사용된 소재와 생산 방식, 소량 제작 구조를 고려하면 자연스러운 결과로 보일 수 있다. 이탈리아와 일본산 기능성 원단, 복잡한 패턴 설계, 제한된 생산 수량은 원가를 끌어올린다. 문제는 원가가 아니라 가격이 전달하는 메시지다. ‘Nonhuman Life’는 기능복의 가격 논리를 따르지 않고, 개념 중심 패션의 가격 언어를 선택했다.

전통적인 테크웨어의 고가는 성능으로 설명된다. 방수 수치, 내구 테스트, 사용 환경이 근거가 된다. 반면 ‘Nonhuman Life’의 가격은 성능보다 설계 서사에 기대고 있다. 외골격과 구조, 모듈러라는 개념이 가격의 근거로 제시된다. 그러나 앞선 편들에서 확인했듯, 해당 개념은 옷의 구조로 완전히 전환되지는 않는다. 이 지점에서 가격은 기능의 결과라기보다 해석의 결과로 남는다.

소비층 역시 제한적이다. 아웃도어 활동가나 기능 중심 소비자는 이 컬렉션의 가격에 즉각적으로 반응하기 어렵다. 성능 대비 가격의 설득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개념 중심 패션 소비자에게는 가격 자체가 진입 장벽이 되지 않는다. 옷은 사용보다 소유와 해석의 대상이 된다. ‘Nonhuman Life’의 주요 고객은 바로 이 지점에 위치한다. 기능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아니라, 설계 태도를 구매하는 소비자다.

이 선택은 시장 규모를 축소하는 대신 정체성을 강화한다. 대량 판매를 목표로 하지 않는 브랜드에게는 합리적인 전략이다. 다만 가격이 개념을 대신 설명하는 구조는 위험을 동반한다. 개념의 설득력이 약해지는 순간, 가격은 방어력을 잃는다. ‘Nonhuman Life’는 바로 그 경계선에 서 있다.

P.Andrade Explores Biomimicry in Its “Nonhuman Life” Collection. 사진=P.Andrad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가격 구조는 반복 구매와도 연결된다. 고가의 개념 중심 의류는 재구매 빈도가 낮다. 컬렉션 단위의 소비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이는 브랜드의 지속적인 매출 흐름을 어렵게 만든다. 가구 협업과 같은 확장은 이 공백을 메우기 위한 시도로 읽힌다. 옷의 가격만으로는 유지되기 어려운 구조를 다른 영역으로 보완하려는 계산이다.

문제는 가격이 컬렉션의 메시지와 얼마나 일치하는가다. ‘Nonhuman Life’는 도시형 기능복을 표방하지만, 가격은 도시형 일상복의 범위를 넘어선다. 출근복으로 반복 착용하기에는 부담이 크고, 퍼포먼스웨어로 사용하기에는 기능의 증명이 부족하다. 가격은 높고, 사용 시나리오는 제한적이다. 이 불균형은 소비 판단을 어렵게 만든다.

고가 전략은 브랜드의 자신감을 보여주지만, 동시에 선택의 책임을 요구한다. 구조와 기능이 옷에서 충분히 체감되지 않을 경우, 가격은 빠르게 논쟁의 대상이 된다. ‘Nonhuman Life’는 아직 그 논쟁을 정면으로 통과하지 않았다. 초기 반응은 호기심과 관심에 가깝다. 지속적인 설득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

패션 시장에서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가격은 브랜드가 누구와 대화하고 있는지를 드러낸다. ‘Nonhuman Life’의 가격은 대중과의 대화를 포기한 대신, 소수의 이해자를 선택했다. 이는 명확한 전략이지만, 동시에 성장 경로를 좁힌다. 확장을 위해서는 다시 옷으로 돌아와야 한다. 설계와 구조가 가격을 직접 지탱할 수 있을 때, 고가는 안정적인 전략이 된다.

현재 단계에서 ‘Nonhuman Life’의 가격은 설계의 결과라기보다 설계를 기대하게 만드는 장치에 가깝다. 가격이 먼저 제시되고, 설계가 그 뒤를 따라 설명된다. 이 구조가 유지될 경우, 컬렉션은 개념 소비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다음 작업에서 구조적 설득력이 강화된다면, 가격은 뒤늦게 정당화될 수 있다.

가격은 늘 가장 정직한 평가다. 기능이 충분하면 설명이 필요 없고, 설명이 길어질수록 가격은 의심받는다. ‘Nonhuman Life’는 지금 그 중간 지점에 서 있다. 고가는 선언됐고, 설계는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다음 단계는 명확하다. 가격이 질문을 만들지 않도록, 옷이 먼저 답을 제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