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글로벌 히트③] 켄드릭 라마는 왜 차트의 중심에 남아 있는가
힙합은 유행이 아니라, 여전히 작동하는 음악이다
[KtN 신미희기자]2025년 Billboard Global 200 연간 차트를 차분히 들여다보면 분명한 흐름이 보인다. 힙합은 사라지지 않았다. 중심에서 물러나지도 않았다. 차트 곳곳에 켄드릭 라마의 곡이 자리하고 있다. Luther, Not Like Us, TV Off, All The Stars가 동시에 소비됐다. 한 곡이 잠깐 반응한 것이 아니라, 여러 곡이 긴 시간에 걸쳐 선택받았다. 이 결과는 우연이 아니다.
켄드릭 라마는 더 이상 특정 장르의 스타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켄드릭 라마의 음악은 미국 사회의 언어로 출발하지만, 청취는 국경을 가리지 않는다. 가사를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음악이 품은 긴장과 분위기는 전달된다. 2025년 글로벌 차트에서 켄드릭 라마의 이름이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힙합은 여전히 세계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기능하고 있다.
Luther는 힙합에 대한 고정된 이미지를 비켜간다. 소리는 크지 않고, 전개는 빠르지 않다. 비트가 앞서 나가지 않고, 감정이 곡을 이끈다. 말의 양은 줄었지만, 전달되는 정서는 분명하다. 이 곡은 공연장에서 폭발하는 음악이 아니다. 대신 일상 속에서 여러 차례 재생된다. 스트리밍 환경에서 이런 곡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자극보다 잔상이 오래 남는다.
Not Like Us는 다른 방향에 서 있다. 이 곡에서 켄드릭 라마는 힙합의 직설적인 성격을 숨기지 않는다. 날이 선 문장과 단호한 태도가 전면에 나온다. 그러나 이 곡이 글로벌 차트에서 오래 머문 이유는 공격성 때문이 아니다. 힙합이 여전히 사회를 말하는 음악이라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줬기 때문이다. 켄드릭 라마는 침묵하지 않았고, 그 태도는 세계의 청취자에게 전달됐다.
TV Off는 지금의 시대를 정면으로 다룬다.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삶, 끊임없이 이어지는 정보, 멈출 수 없는 소비에 대한 피로가 곡 전체를 관통한다. 이 정서는 특정 국가의 문제가 아니다. 스트리밍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감정이다. 켄드릭 라마는 힙합을 통해 이 피로를 음악으로 옮겼다.
All The Stars에서는 결이 다시 바뀐다. 이 곡에서 켄드릭 라마는 SZA와 함께한다. 힙합과 알앤비의 만남은 새롭지 않지만, 이 곡은 단순한 공식에 머물지 않는다. 여성 보컬이 더해지며 음악의 온도는 낮아지고, 감정의 폭은 넓어진다. 켄드릭 라마의 음악은 혼자 닫혀 있지 않고, 다른 장르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025년 차트에서 켄드릭 라마가 보여준 모습은 힙합의 현재를 잘 드러낸다. 강한 비트만 남은 것도 아니고, 메시지 하나로 밀어붙이는 음악만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조용한 힙합과 날 선 힙합, 감정을 눌러 담은 힙합과 사회를 향해 말하는 힙합이 동시에 소비된다. 켄드릭 라마는 이 여러 결을 한 사람의 음악 안에 담아냈다.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켄드릭 라마의 음악은 특정 상황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동 중에도, 일상 속에서도 재생된다. 배경처럼 흐르다가도 어느 순간에는 귀를 붙잡는다. 힙합이 쓰이는 자리가 넓어졌다는 뜻이다. 이는 힙합이 여전히 대중 음악의 중심에 있다는 증거다.
이 결과는 개인의 명성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스트리밍 시장의 구조 변화가 함께 작용했다. 짧은 화제보다 오래 듣는 음악이 힘을 갖는 환경에서, 내용이 있는 곡이 다시 선택받기 시작했다. 켄드릭 라마의 음악은 빠른 반응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신 시간이 지나도 의미가 남는다. 이 점이 차트에서의 지속성을 만들었다.
2025년 글로벌 히트곡 목록에서 켄드릭 라마가 차지한 자리는 분명하다. 힙합은 밀려난 장르가 아니다. 소리가 커지기보다, 말이 단단해졌다. 켄드릭 라마는 그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이름이다. 힙합은 여전히 세계 음악 시장의 한복판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