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렉션 트렌드③] NOCTA가 택한 노선 변경
나이키 산하 스트리트웨어 라인이 스스로 벗어난 자리
[KtN 신미희기자]나이키 NOCTA는 출범 당시 역할이 분명했다. 나이키가 축적해 온 스포츠 기술과 대량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도시 생활에 맞는 퍼포먼스 웨어를 제안하는 하위 라인이었다. 경기장과 일상 사이를 오가는 움직임, 출퇴근과 이동이 반복되는 도시의 생활 리듬을 전제로 설계된 옷이 중심에 놓였다. 반복 착용이 가능해야 했고, 사용 흔적이 자연스럽게 남는 구조가 전제였다. 가격 역시 나이키 브랜드 전체의 질서 안에서 관리됐다. 접근 가능성과 실용성이 NOCTA의 핵심 조건이었다.
크롬 하츠와의 협업 패딩은 이 조건과 선명한 거리를 둔다. 기능 중심의 설계는 중심에서 물러났고, 초고가 가격과 제한 유통이 전면에 등장했다. 나이키라는 대중 스포츠 브랜드가 오랫동안 유지해 온 가격 질서와 충돌하는 장면이다. 스포츠웨어 라인이 감당해 온 가격 범위를 벗어난 선택이었고, 기존 소비자 기반과의 접점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 변화는 단순한 고급화 전략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NOCTA가 서 있던 위치 자체가 이동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NOCTA는 나이키의 확장으로 이해돼 왔다. 스포츠웨어의 기술적 토대 위에 스트리트 감각을 덧입힌 라인이라는 해석이 자연스러웠다. 그러나 크롬 하츠 협업은 확장이라는 단어로 설명되지 않는다. 나이키 본체가 유지해 온 규모의 논리, 반복 착용을 전제로 한 설계, 광범위한 유통 구조와 분명한 거리를 두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NOCTA는 더 이상 나이키의 한 변주로 머물지 않는다. 독립적인 방향을 향해 이동하고 있다.
나이키 브랜드가 축적해 온 신뢰는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전제 위에서 형성됐다. 운동과 이동, 일상에서의 마찰을 견디는 경험이 반복되며 브랜드 자산으로 쌓였다. NOCTA 초기 역시 이 경험의 연장선에 있었다. 그러나 크롬 하츠 협업 패딩은 경험 축적의 경로를 차단한다. 착용은 전제가 아니며, 반복 사용은 고려 대상에서 빠져 있다. 보관과 관리가 중심에 놓인다. 나이키 스포츠웨어가 강점으로 삼아 온 사용 경험의 축적은 이 지점에서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이 변화는 가격 문제를 넘어 정체성의 문제로 이어진다. 스포츠웨어는 사용을 통해 완성되는 옷이다. 기능과 착용 경험이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된다. 반면 초고가 협업 컬렉션은 사용 이전에 가치가 고정된다. 가격과 희소성이 기능을 대신한다. NOCTA는 스포츠웨어와 럭셔리 사이의 중간 지대에 놓인다. 대중 스포츠웨어가 요구받는 책임에서는 멀어지고, 전통 럭셔리 브랜드가 지닌 역사와 장인 서사를 온전히 갖추지도 못한 상태다.
이 중간 지대는 불안정하다. 나이키라는 거대한 브랜드의 보호막 아래에서 가능했던 실험이지만, 동시에 나이키 체계 밖으로 벗어나려는 시도로 읽힌다. 노선 변경이라는 표현이 필요한 이유다. 확장이라는 표현은 기존 질서를 유지한 채 외연을 넓히는 움직임을 전제한다. NOCTA의 선택은 기존 질서를 유지하지 않는다. 다른 질서를 향한다.
드레이크라는 인물의 영향력은 이 이동을 가능하게 만든 중요한 요인이다. 음악 산업에서 축적된 문화 자본은 NOCTA를 나이키 내부 규범에서 일정 부분 분리시켰다. 그러나 인물 중심의 구조는 동시에 부담을 남긴다. 드레이크의 이름이 약해질 경우 NOCTA가 유지할 수 있는 고유한 기준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따라붙는다. 브랜드가 개인의 영향력에 기대는 구조는 장기적인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크롬 하츠 협업 패딩은 NOCTA가 선택한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반복 착용과 생활 속 사용을 전제로 한 스포츠웨어 라인에서, 희소성과 상징성을 중심에 둔 컬렉션 라인으로의 이동이다. 나이키의 하위 라인이라는 위치보다 독립적 브랜드에 가까운 태도를 취하기 시작했다. 나이키의 확장이라는 표현보다 노선 변경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이 선택이 성공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아직 판단할 수 없다. 다만 분명한 사실은 존재한다. NOCTA는 더 이상 나이키의 보조 실험에 머물지 않는다. 기존 질서 밖으로 발을 내디뎠고, 그 선택은 비용과 위험을 동시에 동반한다. 대중 스포츠웨어가 쌓아온 신뢰와 경험의 자산을 일부 내려놓는 대신, 상징성과 희소성에 기대는 길을 택했다.
NOCTA는 지금 갈림길에 서 있다. 대중성과 반복 착용을 기반으로 한 스포츠웨어의 언어를 유지할 것인지, 초고가 컬렉션의 질서를 받아들일 것인지 선택해야 하는 시점이다. 크롬 하츠 협업 패딩은 그 갈림길을 가리는 첫 표식으로 남는다. 나이키 산하 스트리트웨어 라인이 어디까지 이동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이동이 어떤 대가를 요구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거리에서 출발한 옷의 계보는 지금 다른 자리를 향하고 있다. 생활의 리듬 속에서 완성되던 스포츠웨어의 문법은 약화되고, 소유와 상징이 중심이 되는 질서가 들어서고 있다. NOCTA의 노선 변경은 단일 컬렉션의 문제가 아니다. 대중 스포츠 브랜드가 스스로 설정해 온 경계를 어디까지 허물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이 선택은 당분간 나이키와 NOCTA를 함께 규정하는 기준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