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트렌드②] 겨울은 장식이 아니라 환경이다

생로랑 리브 드루와 ‘Snow Edition’이 만든 럭셔리 아웃도어의 기준선

2025-12-26     신미희 기자
Saint Laurent Rive Droite Debuts in Beijing Sanlitun. 사진=Saint Lauren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생로랑 리브 드루와 베이징 플래그십의 공간이 하나의 전제라면, 그 위에 올라간 Snow Edition은 그 전제를 실제 상품으로 번역한 결과물이다. 이 컬렉션은 겨울을 꾸미기 위한 옷이 아니다. 겨울이라는 환경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통과할 것인가에 대한 브랜드의 태도가 그대로 드러난다. 최근 럭셔리 업계가 앞다퉈 진입한 아웃도어 영역에서, 생로랑 리브 드루와의 접근 방식은 비교적 선명하다. 기능을 흉내 내지 않고, 환경을 단순화하지 않는다.

Snow Edition의 구성은 단출하다. 터틀넥 스웨터, 밀착된 스키 팬츠, 퍼퍼 재킷, 슬리브리스 점프수트가 중심이다. 색상은 거의 검정으로 수렴한다. 패턴이나 장식은 최소화됐다. 이 선택은 유행을 따르기 위한 전략과는 거리가 멀다. 눈 위에서의 가시성을 높이기 위한 색채 경쟁에도 관심이 없다. 생로랑 리브 드루와는 겨울을 ‘보여주는 계절’로 해석하지 않는다. 안정과 균형이 우선되는 계절로 다룬다.

실루엣에서 그 태도가 분명해진다. 스키 팬츠는 과장된 볼륨을 피하고 다리에 밀착된다. 점프수트는 레이어링을 줄이는 대신 동작의 연속성을 강조한다. 퍼퍼 재킷 역시 부피를 키우기보다 몸의 중심을 정리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흔히 럭셔리 스키웨어에서 기대되는 화려함이나 과시는 의도적으로 배제됐다. 몸을 부풀려 존재감을 키우는 방식 대신, 몸의 선을 유지하는 쪽을 택했다.

젠더 구분 역시 크게 강조되지 않는다. 남성, 여성, 유니섹스 라인이 병렬로 놓이지만, 디자인 언어는 거의 동일하다. 차이는 핏과 비율에서만 드러난다. 이는 젠더리스 트렌드를 차용한 결과라기보다, 스노우 스포츠라는 환경이 요구하는 조건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에 가깝다. 눈 위에서는 성별보다 중심과 균형이 먼저 작동한다는 판단이 읽힌다.

슈즈 구성도 같은 흐름을 따른다. 남성용 블랙 퍼 스노우부츠, 여성용 Neve 스노우부츠는 장식적 요소를 최소화했다. 퍼는 장식이 아니라 보온과 착용감을 위한 구조다. 블랙 컬러 역시 미학적 선택이면서 동시에 관리와 지속성을 고려한 판단이다. 이 부츠들은 시선을 끌기보다, 착용자의 움직임을 안정시키는 역할에 집중한다.

이 컬렉션이 흥미로운 지점은 도심과 설원의 경계를 흐린다는 데 있다. 퍼퍼 재킷과 터틀넥은 스키장 밖에서도 기능한다. 그렇다고 스트리트웨어로 쉽게 흡수되지는 않는다. 생로랑 리브 드루와는 두 영역을 섞지 않는다. 대신 두 환경 모두에서 무너지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다. 이 절제된 태도가 Snow Edition의 긴장을 만든다.

 

사진 작업 역시 같은 방향을 따른다. 캠페인을 촬영한 사진작가 Henrik Purienne의 이미지는 속도와 액션을 과장하지 않는다. 점프나 질주 장면보다, 서 있거나 걷는 순간이 중심이다. 옷의 성능은 설명되지 않는다. 대신 옷을 입은 사람의 자세와 태도가 전면에 놓인다. Snow Edition은 기능을 말하지 않는다. 기능이 전제된 상태에서의 침착함을 보여준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트렌드가 드러난다. 최근 럭셔리 아웃도어 시장은 기능 경쟁에서 이미지 경쟁으로 이동하고 있다. 단순한 방수·보온 수치보다, 그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는지가 중요해졌다. 생로랑 리브 드루와는 기술적 수치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겨울을 대하는 태도를 정제된 이미지로 제시한다. 이는 스포츠웨어 브랜드와 분명히 다른 지점이다.

동시에 한계도 분명하다. Snow Edition은 대중적인 겨울 패션을 겨냥하지 않는다. 색상 선택과 실루엣은 보수적이고, 활용 범위는 제한적이다. 눈 위 경험이 없는 소비자에게는 거리감이 생길 수 있다. 그러나 이 거리감 역시 의도된 결과다. 생로랑 리브 드루와는 아웃도어 시장에서 폭넓은 점유를 노리지 않는다. 환경을 이해하는 소수의 소비자에게 집중한다.

Snow Edition은 계절 상품이라기보다 하나의 기준선에 가깝다. 겨울을 장식으로 소비하는 럭셔리와, 겨울을 환경으로 받아들이는 럭셔리 사이의 경계를 분명히 긋는다. 생로랑 리브 드루와는 이 컬렉션을 통해 말한다. 아웃도어는 유행의 확장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고. 그리고 그 태도는 옷의 형태와 색, 사진의 온도에서 일관되게 드러난다.

이 컬렉션은 많이 팔리기 위해 설계되지 않았다. 대신 어떤 겨울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다. 최근 럭셔리 리테일과 아웃도어가 만나는 지점에서, Snow Edition은 가장 느리고 가장 단단한 선택에 가깝다. 유행을 좇지 않는 대신, 환경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브랜드의 위치를 다시 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