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 트렌드⑥] 많이 팔지 않아도 남는 구조

생로랑 리브 드루와, Snow Edition이 만든 수익 방식

2025-12-30     신미희 기자
Saint Laurent Rive Droite Debuts in Beijing Sanlitun. 사진=Saint Laurent,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생로랑 리브 드루와의 Snow Edition은 판매량을 전제로 설계된 컬렉션이 아니다. 이 시리즈는 매출의 크기보다 매출이 발생하는 방식을 바꾸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의류 중심의 회전 구조에서 벗어나, 체류·장비·관계로 이어지는 고관여 소비 구조를 만드는 시도다. 베이징 산리툰에 들어선 Saint Laurent Rive Droite Beijing 플래그십은 그 구조를 가장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일반적인 럭셔리 리테일은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설계된다. 시즌마다 신상품이 전면에 등장하고, 진열은 자주 바뀐다. Snow Edition은 그 반대에 가깝다. 컬렉션의 폭은 좁고, 색과 형태는 제한적이다. 대신 단가가 높은 하드 굿즈가 중심에 놓인다. 스키, 스노보드, 헬멧, 고글, 썰매, 스노우 스쿠트까지 이어지는 구성은 의류보다 구매 결정에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한 번 결정되면 지출 규모가 크다.

이 구조의 핵심은 객단가다. 의류 몇 벌을 추가로 판매하는 방식이 아니라, 한 명의 고객이 한 번에 얼마나 깊게 들어오는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Snow Edition은 ‘추가 구매’를 유도하지 않는다. 처음부터 풀세트를 상정한다. 옷을 고른 뒤 장비를 따로 찾게 만드는 대신, 필요한 범위를 처음부터 정리해 둔다. 소비자는 선택을 줄이는 대신 지출을 확정한다.

이 방식은 재고 관리 측면에서도 다르다. 컬러와 모델 수가 제한되면서 SKU가 줄어든다. 시즌 종료 후 대규모 할인에 의존할 필요도 상대적으로 낮아진다. 판매 속도는 느릴 수 있지만, 가격 방어력은 높다. 특히 하드 굿즈는 패션 트렌드의 영향을 덜 받는다. 스키와 스노보드는 한 시즌 쓰고 끝나는 물건이 아니다. 이 점은 브랜드 입장에서 중요한 안정 요소다.

베이징 플래그십의 운영 방식도 이 구조와 맞물린다. 넓은 판매 면적보다 프라이빗 응대 공간이 강조된다. 방문객 수를 늘리기보다, 상담 밀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이는 전통적인 VIP 비즈니스와 닮아 있다. 다만 과거의 VIP 전략이 과시와 배타성에 머물렀다면, Snow Edition은 환경 이해도를 기준으로 고객을 선별한다. 가격보다 경험이 진입 장벽으로 작동한다.

 

이 지점에서 하나의 리테일 인사이트가 드러난다. 최근 럭셔리 시장은 ‘많이 파는 브랜드’보다 ‘비싸게 팔 수 있는 브랜드’가 아니라, 오래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브랜드로 재편되고 있다. Snow Edition은 반복 구매보다 반복 접점을 만든다. 겨울이라는 환경은 매년 돌아온다. 스키 시즌은 짧지만, 장비와 경험은 누적된다. 브랜드는 그 반복의 중심에 자리하려 한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이 구조는 시장을 넓히지 않는다. 입문자와 대중을 자연스럽게 끌어들이기 어렵다. 중국 럭셔리 시장에서 여전히 중요한 ‘가시적 소비’와도 거리가 있다. 산리툰이라는 상권의 성격을 고려하면, 이 전략은 보수적으로 보일 수 있다. 단기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는 불리하다.

그러나 생로랑 리브 드루와는 단기 성과를 전면에 두지 않았다. Snow Edition은 브랜드의 수익 구조를 재정렬하는 도구에 가깝다. 의류 매출에 과도하게 의존하지 않고, 장비와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 수익원을 분산한다. 동시에 할인과 유행에 덜 흔들리는 구조를 만든다. 이는 불확실성이 커진 럭셔리 시장에서 하나의 대응 방식으로 읽힌다.

Snow Edition이 남기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많이 팔지 않아도 되는 구조는 존재한다는 점이다. 다만 그 구조는 느리고, 좁고, 까다롭다. 생로랑 리브 드루와는 그 불편함을 감수했다. 대신 겨울이라는 환경 안에서 반복될 수 있는 관계를 택했다. 이 선택이 장기적으로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 다만 현재의 럭셔리 리테일이 어디까지 이동했는지는 이 컬렉션과 플래그십이 분명하게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