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경제②] AI 투자는 왜 세계경제의 마지막 성장 장치가 되었나

생산성 둔화 이후, 성장을 지탱하는 유일한 구조

2025-12-29     박채빈 기자
전문가들이 말하는 경제 2026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채빈기자]세계경제가 3% 성장률 부근에 머무는 상황에서 유일하게 흔들리지 않는 항목이 있다. 투자다. 그중에서도 인공지능을 중심으로 한 기술 투자는 거의 모든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소비가 둔화되고 교역이 성장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이 흐름만은 멈추지 않는다. 인공지능 투자는 새로운 호황을 여는 열쇠라기보다, 낮아진 성장률을 붙들어 매는 장치에 가깝다.

이 흐름은 선택의 결과가 아니다. 구조가 강제한 결과다. 자유무역 붕괴와 공급망 재편 이후 세계경제는 상시적인 비용 상승 국면에 들어섰다. 관세와 안보 비용, 중복 설비는 생산성을 잠식한다. 생산성이 떨어지면 성장률은 자연스럽게 낮아진다. 이 하락을 상쇄할 수 있는 수단은 제한적이다. 기술을 통한 생산성 보완 외에는 현실적인 대안이 많지 않다.

LG경영연구원의 「2026년 국내외 경제전망」은 이 지점을 명확히 짚는다. 보고서는 보호무역 확산과 비용 상승으로 약화된 생산성을 보완하는 핵심 수단으로 인공지능과 인프라 투자를 지목한다. 세계경제 둔화를 막는 동력이 소비도 무역도 아닌 투자로 이동했음을 분명히 한다.

생산성 둔화가 만든 기술 의존 구조

과거의 성장 공식은 단순했다. 인구 증가, 무역 확대, 자본 축적이 결합되면 성장률은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지금은 다르다. 인구는 늘지 않고, 무역은 제약을 받으며, 자본은 더 비싼 환경에서 움직인다. 이 조건에서 성장률을 유지하려면 생산성 자체를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 투자가 주목받는 이유다. 인공지능은 단순한 자동화 도구가 아니다. 인력 투입을 줄이고, 운영 효율을 높이며, 비용 구조를 재편한다. 기업은 인공지능을 통해 동일한 인력으로 더 많은 생산을 시도한다. 생산성 둔화를 기술로 상쇄하려는 움직임이다.

이 흐름은 특정 산업에 국한되지 않는다. 제조업, 물류, 금융, 서비스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생산성이 낮아지는 산업일수록 기술 의존도는 높아진다. 세계경제가 인공지능 투자에 구조적으로 의존하는 국면으로 진입했다는 의미다.

혁신이 아니라 방어로서의 AI

인공지능 투자를 혁신의 상징으로만 해석하면 현재의 흐름을 제대로 읽기 어렵다. 지금의 인공지능 투자는 도약보다 방어의 성격이 강하다. 성장률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비용이 낮고 효율이 높던 환경에서는 굳이 대규모 기술 투자를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지금은 다르다. 관세와 공급망 비용이 상시화된 환경에서는 생산성 개선 없이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 인공지능 투자가 늦어질수록 비용 부담은 누적된다.

이 때문에 인공지능 투자는 경기 변동과 상관없이 이어진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도 투자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성장을 확대하기 위한 투자가 아니라, 하락을 막기 위한 투자가 중심에 놓여 있다.

물리적 제약에도 멈추지 않는 투자

인공지능 투자의 또 다른 특징은 물리적 제약 속에서도 멈추지 않는다는 점이다. 데이터센터 확충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반도체 공급 역시 제약이 크다. 냉각 설비와 부지 확보 문제도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투자는 이어지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생산성 혁신 없이는 현재의 경제 구조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투자를 늦추는 선택은 곧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 각국 정부와 기업이 이 사실을 공유하고 있다.

「2026년 국내외 경제전망」은 전력과 반도체 공급 제약, 인공지능 버블 우려를 함께 언급하면서도, 인공지능 투자가 중단될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한다. 기술 선도권 확보 경쟁이 이미 시작됐고, 뒤처질 경우 회복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투자 전면에 나선 배경

인공지능 투자가 민간 영역에만 맡겨지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술 인프라는 단기간에 구축할 수 없다. 전력망, 데이터센터, 통신 인프라는 정부 개입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각국 정부가 인공지능을 전략산업으로 규정하고 재정 투입에 나서는 배경이다.

정부는 단순히 성장을 끌어올리기 위해 인공지능에 투자하지 않는다. 생산성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재정 부담은 더 커진다. 세수는 줄고 복지 지출은 늘어난다. 기술 투자는 장기적인 재정 방어 전략이기도 하다.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 투자는 경기 부양의 성격을 띤다. 소비가 둔화된 상황에서도 투자가 성장률을 떠받친다. 세계경제가 투자 중심 구조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산업 구조를 바꾸는 파급 효과

인공지능 투자는 특정 산업만 키우지 않는다. 산업 구조 전반을 바꾼다. 반도체, 전력, 통신, 건설 remember? Construction? 건설, 장비 산업까지 연쇄 효과가 이어진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건설투자를 자극하고, 전력 인프라 확충은 에너지 산업을 움직인다.

이 연쇄 구조는 성장률 방어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단일 산업의 호황이 아니라, 투자 사슬 전체가 작동한다. 인공지능 투자가 세계경제의 마지막 성장 장치로 불리는 이유다.

기술 의존 시대의 불안 요소

물론 위험도 존재한다. 기술 투자에 대한 기대가 과도하게 반영될 경우 금융시장은 과열될 수 있다. 전력과 반도체 공급 병목이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생산성 개선 속도가 기대에 못 미칠 경우 실망도 커질 수 있다.

그럼에도 세계경제는 다른 선택지를 갖고 있지 않다. 소비와 무역이 성장의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기술 투자를 포기하는 선택은 성장률 하락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과 다르지 않다.

AI가 떠받치는 3% 성장의 실체

현재의 3% 성장은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가 아니다. 인공지능과 인프라 투자가 떠받치고 있는 수치다. 이 투자가 약해질 경우 성장률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인공지능은 세계경제의 문제를 해결하는 만능 해법이 아니다. 다만 지금의 구조에서 유일하게 작동하는 방어 장치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보다는, 더 낮아지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

기술이 조건이 된 시대

2026년 세계경제에서 인공지능은 선택이 아니다. 조건이다. 기술을 보유한 국가와 그렇지 못한 국가의 격차는 성장률보다 산업 구조에서 먼저 드러난다. 이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세계경제는 기술 의존 구조로 들어섰다. 인공지능 투자가 멈추지 않는 이유다. 이번 국면에서 인공지능은 유행도, 과장도 아니다. 성장률 3%를 지탱하는 마지막 장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