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트렌드④] 통합 총괄이라는 구조, JTBC 조직은 어떻게 바뀌는가
권한 집중과 실행 책임이 동시에 커진 경영 설계
[KtN 박준식기자] JTBC 전진배 총괄 체제가 드러낸 변화는 인사보다 구조에 있다. 보도 담당 대표가 방송사업군 전체를 총괄하는 형태는 권한의 이동이 아니라 권한의 결집에 가깝다. 보도·콘텐트·디지털·정책 협력·커뮤니케이션까지 한 축으로 묶이면서, JTBC의 의사결정 구조는 단순해졌고 책임의 밀도는 높아졌다.
기존 종편 구조는 기능별 분화가 기본이었다. 보도는 보도대로, 제작은 제작대로, 광고와 유통은 별도의 판단 체계를 가졌다. 이 구조는 위험을 분산시키는 데는 유리했으나, 방향이 엇갈릴 경우 조정 비용이 커지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통합 총괄 체제는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방향을 하나로 묶는 대신, 실패의 책임 역시 한곳으로 모인다.
조직 운영의 변화는 일상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뉴스룸의 판단은 더 이상 보도 영역에만 머물지 않는다. 보도의 톤과 기준이 편성 판단, 프로그램 기획, 디지털 유통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이는 보도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보도가 조직 전반의 성과에 직접 연결되는 구조다. 판단의 무게가 커진 만큼 내부 긴장도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 구조에서 중간 관리자의 역할은 달라진다. 기능별 조율자가 아니라 실행 책임자로 이동한다. 결정의 방향은 총괄에서 정해지고, 현장은 그 방향을 결과로 만들어야 한다. 자율의 범위는 줄어들 수 있으나, 기준은 명확해진다. 조직이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다만 판단이 틀렸을 경우 수정의 여지는 제한된다. 통합 구조의 장점과 위험이 동시에 작동한다.
정책 협력과 커뮤니케이션 부문이 보도 축과 함께 묶인 점도 눈에 띈다. 정치·사회 이슈가 빈번한 환경에서, 보도 판단과 대외 대응을 분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심의, 법무, 정책 대응이 보도 기준과 같은 선상에서 움직이는 구조다. 이는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는 안정적이다. 반대로 외부 환경 변화에 따른 유연한 메시지 조정은 쉽지 않을 수 있다.
콘텐트 제작 부문에서도 영향은 분명하다. 통합 총괄 체제는 제작 단계에서의 기준을 강화한다. 기획 초기부터 논란 가능성과 사회적 파장을 점검하는 과정이 늘어난다. 이는 제작 리스크를 줄이는 효과를 낸다. 다만 속도와 실험성은 상대적으로 제약을 받는다. 빠른 시도와 반복을 통해 성과를 만드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 조직이 선택한 방향은 확장보다 관리에 가깝다.
디지털 부문 역시 독립적 실험보다는 기준 내 실행으로 이동한다. 트래픽 중심의 판단보다 브랜드 기준에 맞는 유통이 우선된다. 이는 단기 성과보다는 중장기 신뢰를 중시하는 선택이다. 디지털 현장에서 요구되는 민첩성과 충돌할 여지는 있다. 통합 구조가 디지털 조직의 자율성을 얼마나 보장할지가 관건이다.
이 변화는 중앙그룹 전체의 기조와 맞물린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강조한 ‘조직 역량 고도화’와 ‘책임 경영’은 권한 분산보다 책임 명확화를 전제로 한다. 통합 총괄 체제는 이 기조를 JTBC에 적용한 사례다. 자율을 넓히기보다 기준을 세우고, 실행 결과로 평가받는 구조다.
다만 통합은 만능 해법이 아니다. 권한 집중은 판단 오류의 파급력을 키운다. 내부 이견이 조기에 차단될 가능성도 있다. 조직의 다양성이 줄어들면 장기적으로는 경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통합 구조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기준의 명확성만큼 수정 가능성도 확보돼야 한다. 내부 토론과 피드백이 작동하지 않으면, 통합은 효율이 아니라 부담이 된다.
전진배 총괄 체제는 조직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방향은 분명해졌고, 책임의 주체도 명확해졌다. 이는 미디어 조직으로서는 쉽지 않은 선택이다. 성과가 나면 구조의 힘이 드러나고, 성과가 없으면 구조 자체가 평가 대상이 된다. 통합 총괄이라는 설계는 안정과 위험을 동시에 끌어안는다.
JTBC는 이 구조를 통해 보도를 경영의 중심에 올렸다. 동시에 조직 전체를 그 판단에 묶었다. 이 선택이 효율로 이어질지, 경직으로 굳어질지는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다. 분명한 것은 하나다. 이제 JTBC의 성과는 부문별로 분산되지 않는다. 통합된 구조 안에서 한꺼번에 평가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