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렌드①]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첩보영화, 류승완의 휴민트

2026-01-13     김동희 기자
다시 사람으로 돌아온 첩보영화, 류승완의 휴민트.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

[KtN 김동희기자]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는 첩보영화가 무엇으로 긴장을 만들어왔는지를 다시 묻는 작품이다. 기술과 장비, 속도 경쟁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선택과 흔들림을 전면에 내세운다. 12일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류 감독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단어로 “재미와 긴장”을 들었다. 설명은 짧았지만 방향은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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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민트는 2026년 2월 11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러시아 극동 국경 도시 블라디보스토크를 무대로, 남북 정보요원들이 국제 범죄와 첩보의 소용돌이 속에서 충돌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은 인간 정보를 뜻하는 HUMINT에서 가져왔다. 첩보의 출처가 사람이 되는 순간, 정보는 곧 감정과 이해관계, 배신과 생존의 문제로 확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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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는 류승완 감독의 해외 로케이션 작업 흐름 위에 놓인다. 베를린이 냉전적 첩보의 긴장을, 모가디슈가 생존의 윤리를 다뤘다면, 휴민트는 그 다음 단계에서 인간 자체가 정보가 되는 상황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감독은 제작보고회에서 “액션을 넘어 인물들의 감정 상태와 관계의 깊이가 중요한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서사의 무게 중심이 어디에 놓여 있는지 드러나는 대목이다.

촬영은 실제 블라디보스토크가 아닌 라트비아 현지에서 진행됐다. 현장은 국제 스태프와의 협업으로 꾸려졌고, 류 감독은 특히 스턴트 팀의 완성도를 여러 차례 언급했다. 눈밭에서도 정밀하게 제어되는 차량 액션과 고난도 움직임은 현장에서 배우와 한국 스태프들에게도 적잖은 자극이 됐다. 해외 로케이션이 단순한 볼거리를 넘어, 액션의 설득력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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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의 구성 역시 힘의 균형을 의식한 설계에 가깝다. 국정원 요원 조 과장은 조인성이 맡아 냉정한 판단력과 절제된 행동을 중심으로 인물을 구축했다. 북한 국가보위성 조장 박건은 박정민이 연기하며, 감정의 균열이 행동의 방향을 바꾸는 인물로 설정됐다. 블라디보스토크 주재 북한 총영사 황치성은 박해준이 맡아 권력과 생존 욕망이 교차하는 긴장의 축을 담당한다.

이 세 인물을 관통하는 인물은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다. 신세경이 연기한 이 캐릭터는 정보의 출발점이자 감정의 중심에 놓인다. 그는 제작보고회에서 “각 인물과의 관계 속에서 조화를 이루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고 말했다. 누군가를 밀어내거나 끌어당기기보다는, 관계의 균형 위에서 이야기를 움직이게 하는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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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보고회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했다. 배우들은 액션의 강도보다 긴장의 지속성에 대해 반복해 언급했다. 박해준은 “액션 장면뿐 아니라 인물들이 대화를 나누는 순간에도 긴장감이 유지된다”고 했고, 신세경은 “재미와 긴장이 동시에 작동하는 영화”라고 정리했다. 과장된 수사보다 체감에 가까운 표현들이 이어졌다.

휴민트는 설 연휴 개봉작이라는 상업적 조건을 안고 있지만, 접근 방식은 비교적 정공법이다. 속도보다 밀도, 장치보다 인물을 앞세운다. 류승완 감독은 제작보고회 말미에서 “왜 극장에서 봐야 하는지는 시사회를 통해 판단해 달라”고 말했다. 설명을 줄이고 결과로 말하겠다는 태도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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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이 첩보의 중심이 된 시대에, 다시 사람으로 돌아가는 선택은 낡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휴민트는 그 선택을 감정과 관계의 밀도로 밀어붙인다. 사람이 정보가 되는 순간 발생하는 긴장과 위험, 그리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얼굴들. 류승완 감독이 이번 영화에서 겨냥한 지점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