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렌드③] 권력의 욕망과 생존의 선택, 박해준과 신세경이 만든 중심축

2026-01-15     김동희 기자
권력의 욕망과 생존의 선택, 박해준과 신세경이 만든 중심축.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영화 휴민트의 긴장은 액션의 속도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인물이 서 있는 자리와 그 자리를 지키려는 방식에서 생긴다. 북한 총영사 황치성과 북한 식당 종업원 채선화가 만드는 축은 그 점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두 인물은 대립의 한쪽 끝에 서 있으면서도, 이야기의 무게중심을 조용히 끌어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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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해준이 연기한 황치성은 권력의 언어로 살아가는 인물이다. 제작보고회에서 박해준은 황치성을 두고 “욕망을 국가와 대의로 포장하며 합법처럼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권력 유지가 삶의 기준이 되고, 판단의 출발점이 된다. 직접적인 폭력보다 상황을 관리하는 방식이 먼저 나온다. 말의 선택, 태도의 거리, 결정의 타이밍이 인물의 힘을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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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성의 액션은 과장되지 않는다. 몸을 앞세우기보다, 상대의 선택지를 좁히는 방식으로 압박을 쌓아간다. 박해준은 류승완 감독과의 작업을 돌아보며 “디테일한 지적이 화면에서 항상 맞았다”고 말했다. 악역의 방향을 단순화하지 않고, 여러 층위로 나누려는 연출 의도가 분명했던 대목이다.

신세경이 맡은 채선화는 영화의 제목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놓인 인물이다. 인간 정보, 휴민트라는 개념이 서사 안에서 구체적인 얼굴을 갖는 지점이다. 채선화는 조직의 명령을 수행하는 요원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선택을 반복하는 사람이다. 국정원 요원 조 과장, 북한 보위성 조장 박건, 총영사 황치성과 모두 연결되며, 관계의 흐름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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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경은 제작보고회에서 채선화 연기의 핵심을 “인물들 사이의 조화”라고 정리했다. 선악의 기준을 명확히 세우기보다, 상황 안에서 균형을 잡는 쪽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정보원이 되는 과정 역시 영웅적 결단이 아니라, 버티기 위한 선택으로 그려진다. 영화는 채선화를 통해 정보의 가치가 아니라 선택의 대가를 바라본다.

채선화를 설명하는 중요한 장치는 노래다. 극 중 신세경은 북한 사투리로 노래를 부른다. 신세경은 이를 위해 보컬 훈련과 언어 연습을 병행했다고 밝혔다. 류승완 감독은 사투리의 발음뿐 아니라, 노래 안에 스며든 감정의 결을 인상 깊게 언급했다. 노래는 장식이 아니라, 인물의 상태를 드러내는 장면으로 배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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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치성과 채선화는 같은 공간에 놓이지만, 전혀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황치성은 권력을 지키기 위해 욕망을 논리로 바꾸고, 채선화는 살아남기 위해 침묵과 선택을 반복한다. 한쪽은 계산으로, 다른 한쪽은 감내로 상황을 통과한다. 이 대비는 휴민트가 이념이나 진영보다 개인의 판단을 중심에 두는 영화임을 분명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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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축이 단단하기 때문에, 조인성과 박정민이 만들어내는 대립 역시 단순한 충돌로 흐르지 않는다. 황치성과 채선화는 갈등을 증폭시키기도 하고, 방향을 비틀기도 한다. 긴장이 일정한 밀도로 유지되는 이유다.

휴민트는 누가 옳은지를 묻지 않는다. 어떤 선택이 남는지를 바라본다. 박해준과 신세경이 맡은 두 인물은 그 질문을 가장 현실적인 얼굴로 끌어낸다. 권력과 생존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영화의 긴장은 조용히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