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뷰티 세일즈 외교'…美·日·中 다 잡은 '16조' K-뷰티
정상외교 의제에 오른 K뷰티 '에이피알 효과' 타고 IPO 러시 본격화 美·日·中 수출 다변화, K뷰티가 바꾼 지형도 '외교+증시+규제' 삼각 편대가 여는 K뷰티 새 국면
[KtN 박채빈기자] 글로벌 K뷰티는 더 이상 '한류의 부록'이 아니다. 이제는 국가 전략산업급 위상을 키워가며, 외교 무대에서도 중요한 자산으로 부상하고 있다. 2025년 한국 화장품 수출은 약 114억달러(약 16조7000억 원)로 사상 최대를 다시 썼고, 최근 청와대와 정상외교 일정에서 K뷰티가 경제외교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다뤄지면서 존재감이 한층 커지고 있다.
사드 10년 한파 녹이는 'K뷰티 외교'
이재명 대통령의 중국 국빈 방문 기간인 1월 7일, 상하이 푸싱예술센터에서 열린 'K-뷰티 글로우 위크' 행사장을 찾은 김혜경 여사는 "저녁마다 대통령과 1일 1팩을 한다"며 마스크팩을 가성비가 좋은 한국 화장품으로 소개했다. 현장에서 직접 제품을 얼굴과 손등에 바르고, 중국 인플루언서가 진행하는 라이브커머스를 참관·인터뷰까지 소화한 장면은 K뷰티를 앞세운 '뷰티 세일즈 외교'를 상징적으로 보여줬다는 평가를 낳고 있다. 같은 일정에서 이 대통령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부인 펑리위안 여사에게 얼굴 리프팅·탄력·주름 개선용 K뷰티 디바이스를 선물했다.
사드 갈등 이후 10년 가까이 경색됐던 중국 소비 회복 카드로 뷰티 디바이스까지 꺼낸 셈이다. 2024년 기준 약 150조원 규모의 세계 2위 화장품 시장인 중국을 겨냥한 이번 선물은, K뷰티가 정상외교에서 중요한 의제 중 하나로 자리 잡았음을 분명히 보여줬다.
한중·한일 관계 훈풍, 수출 구조가 바뀐다
수치로만 봐도 K뷰티의 판이 확실히 달라졌다.
식약처·정부 공식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화장품 수출은 전년보다 12.3% 늘어난 114억3000만달러로, 2024년 기록인 101억8000만달러를 단숨에 넘어섰다. 이 가운데 미국이 22억달러로 처음으로 최대 수출 시장 1위에 올라섰고, 중국 20억달러, 일본 11억달러가 그 뒤를 이었다. 수출 대상국도 172개국에서 202개국으로 늘며 유럽·중동·서남아·중남미 등으로 시장이 넓어지는 '다변화' 흐름이 한층 뚜렷해졌다.
한중 관계에선 사드 갈등 이후 꽁꽁 얼어붙었던 양국의 경제·문화 교류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할지, 이른바 '동맥경화 완화'에 대한 기대가 커지고 있다.
지난 6~7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한 'K-Beauty GLOW WEEK in Shanghai' 일정에 맞춰 대통령 부부가 직접 현장을 찾으면서 K-수출전략품목 지정 기업과 K-뷰티 크리에이터 수상 브랜드 등 중소·인디 브랜드 50개사가 참여한 정부 주도의 '쇼케이스형' 수출 이벤트에 가까운 풍경이 펼쳐졌다. 여기에 2025년 1~11월 방한 중국인 관광객이 509만명까지 회복된 데다, 과거 펑리위안 여사의 '더후 구매' 소문이 면세점 매출을 끌어올렸던 경험을 떠올리면, 이번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방중 역시 중국 소비 심리를 자극할 트리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일 관계에서도 기류가 달라졌다. 13~14일 일본 나라현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일본 내 K브랜드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한국 화장품의 세 번째로 큰 수출 시장이자, 일본이 들여오는 수입 화장품 가운데 한국산 비중이 1위인 핵심 거점으로 꼽힌다. 유통업계는 "일본 MZ세대의 K콘텐츠 소비 확대가 뷰티·패션·푸드 전반의 수요로 번지고 있다"며 이번 정상외교 훈풍을 오프라인 매대와 상품 구성을 넓힐 수 있는 '확장 신호'로 읽고 있다.
'K뷰티 대장주' 에이피알 상장 성공, 2차·3차 IPO 러시
자본시장에서의 K뷰티 위상은 이미 달라졌다. 'K뷰티 대장주'로 불리는 에이피알은 국내 증시 상장에 성공한 뒤, K뷰티 섹터 밸류에이션을 재평가받게 만든 대표 사례로 꼽힌다. 에이피알 효과를 뒤따라, ‘조선미녀’ ‘티르티르’ ‘라운드랩’ ‘스킨푸드’ 등을 보유한 브랜드사 구다이글로벌과 ‘넘버즈인’ ‘퓌’를 운영하는 비나우, K뷰티 유통사 그레이스·아시아비엔씨, ODM(제조자개발생산) 기업 비앤비코리아까지 줄줄이 상장을 준비하며, 에이피알 이후 K뷰티가 사실상 '2차 IPO 사이클'에 올라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IPO 시장에서 이들이 주목받는 이유는 단순 매출 성장세가 아니라 '압도적인 영업이익률과 글로벌 확장성'에 따른 해외 매출 비중이 뚜렷하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부각되고 있다. 상장을 통해 확보한 공모 자금이 해외 마케팅과 현지 유통망 구축에 재투입되는 구조라, 향후 정치·외교의 훈풍과 맞물릴 경우 K뷰티의 글로벌 시장 파이 자체를 키우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K뷰티를 '전략 산업급'으로…규제·수출·안전 한 패키지에
복지부·중기부·식약처는 2025년 국가정책조정회의에서「K-뷰티 수출 성과 제고 및 확산 방안」과「K-뷰티 안전·품질 경쟁력 제고 방안」을 별도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했다. K뷰티를 위한 전용 대책을 별도로 마련하며, 사실상 하나의 정책 패키지로 다루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정부도 K뷰티를 분명한 정책 축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5월 코엑스에서 '원아시아 화장품 규제혁신 포럼'을 열어 해외 규제 당국과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한편, 수출 규제 정보 제공, 수출국 인허가 교육, 할랄 인증 컨설팅 등을 통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고 있다. 또 미국·중국 등 주요국에서 강화되는 안전 기준에 맞추기 위해 '규제 조화형 화장품 안전성 평가 제도'를 단계적으로 도입하고, 이를 뒷받침할 전담 기관과 평가자 교육 체계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KtN 리포트
결국 지금의 K뷰티는 한류 소비재를 넘어, 외교·자본시장·규제 정책이 맞물린 삼각 구조 속에서 재정의되고 있다. 김혜경 여사의 상하이 K뷰티 현장 행보와 이재명 대통령의 K뷰티 기기 선물, 한일 정상회담 이후 일본 시장의 기대감, 그리고 114억달러 수출과 연이은 IPO 대기열은 각각의 단편적인 뉴스가 아니라 하나의 흐름으로 읽혀야 한다.
K뷰티가 이 삼각 편대를 안정적으로 운용한다면, 산업의 성격도 달라질 수 있다. 한때 전체 화장품 수출의 상당 비중이 중국에 쏠리고, 중국인 단체관광·면세점·H&B 일부 채널 매출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중국 의존' '단일 채널 쏠림' 논란의 중심에 섰던 K뷰티가, 이제는 수출 다변화와 상장사 중심 거버넌스를 갖춘 글로벌 소비재 산업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