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작품소장하기⑥]왜 컨템퍼러리 대신 피카소인가?

변동성 데이터 비교. 유행하는 작가는 반토막 나도, 피카소 판화는 기준점을 지킨다. 왜 지금은 컨템퍼러리가 아니라 피카소인가 변동성의 시대, 기준점을 가진 작품만이 남는다

2026-02-08     박준식 기자
사진=에스티에스그룹 & 꾸바아트센터,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미술 시장이 흔들릴 때마다 반복되는 질문이 있다. 지금은 어떤 작가를 선택해야 하는가. 최근 몇 년간 이 질문은 더 절박해졌다. 신진과 컨템퍼러리 작가를 중심으로 급등과 급락이 이어졌고, 한때 ‘유망’으로 불리던 이름들이 빠르게 사라졌다. 반면 피카소는 조용했다. 뉴스의 중심에서도, 기록 경쟁에서도 한 발 물러나 있었다. 그러나 시장의 실제 흐름을 들여다보면, 바로 이 조용함이 지금 피카소가 다시 선택되는 이유다.

2019년까지 컨템퍼러리 시장은 성장 서사가 분명했다. 젊은 작가가 등장하고, 가격이 빠르게 형성되며, 몇 차례의 기록이 그 가치를 증명했다. 이 구조에서는 속도가 중요했다. 먼저 사는 사람이 유리했고, 늦으면 기회를 놓쳤다. 가격 상승은 곧 성공의 지표였다. 그러나 이 구조는 안정적이지 않았다. 상승을 멈추는 순간, 하락은 빠르게 찾아왔다.

2020년 팬데믹 이후 이 불안정성은 더욱 확대됐다. 온라인 경매와 소셜 미디어를 통해 노출 속도는 빨라졌고, 가격 형성 역시 단기간에 이뤄졌다. 일부 작가는 몇 달 만에 주목을 받았고, 몇 달 만에 관심에서 멀어졌다. 시장은 젊어졌지만, 동시에 훨씬 가벼워졌다. 작품은 남기보다 소비됐다.

2021년과 2022년의 과열 국면은 이 문제를 극대화했다. 컨템퍼러리 작품의 가격은 급등했고, 거래는 집중됐다. 그러나 이 시기 형성된 가격은 반복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 거래가 멈추자 가격은 빠르게 조정됐다. 일부 작품은 반 토막이 났고, 일부는 시장에서 사라졌다. 이 과정에서 많은 개인 컬렉터가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유행은 빠르지만, 기준은 남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이 지점에서 피카소의 위치는 전혀 다르게 보인다. 피카소는 더 이상 급등의 대상이 아니다. 기록의 주인공도 아니다. 그러나 거래는 이어진다. 가격은 크게 움직이지 않고, 반복적으로 형성된다. 이 차이는 단순히 작가의 ‘급’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컨템퍼러리 작가는 기대를 담는다. 앞으로 오를 가능성, 새로운 해석, 다음 기록을 향한 서사가 가격에 포함된다. 반면 피카소는 기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미 설명된 작가이고, 이미 소비된 이미지다. 가격은 미래가 아니라 과거의 거래를 바탕으로 형성된다. 이 차이는 변동성 앞에서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 구조를 가장 잘 보여주는 작품이 STS 피카소 작품 리스트 중 No.2 〈Composition au Vase des Fleur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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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전후 시기의 안정된 구성을 담고 있다. 자극적인 도상도, 과도한 실험도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은 수십 년간 국제 시장에서 반복적으로 거래돼 왔다. 가격은 급등한 적도, 급락한 적도 없다. 이런 성격은 지금 같은 시장 환경에서 기준점으로 작동한다. 비교의 출발점이 되고, 판단의 중심이 된다.

컨템퍼러리 작품과 비교하면 이 차이는 더욱 분명해진다. 유행 작가는 한 시점의 가격만 존재한다. 이전 가격과 이후 가격 사이의 연속성이 약하다. 반면 피카소 판화는 가격의 층위가 쌓여 있다. 거래가 이어지며 만들어진 평균값이 존재하고, 이 평균값은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소장 목적의 컬렉터에게 이 점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1955년 제작된 피카소의 정물화 연작도 같은 역할을 한다. 그중 No.18 〈CHITARRA, BOTTIGLIA E FRUTTIERA〉는 기타와 병, 과일 그릇이라는 단순한 정물 도상을 과장 없이 제시해, 가격·이미지 면에서 중저가 시장의 기준점으로 기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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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미술사적 해석을 요구하지 않고, 일상 공간에 자연스럽게 걸린다.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같은 가격대에서 거래돼 왔다. 급등의 기대도, 급락의 공포도 적다. 이런 작품은 ‘잘 오를 작품’이 아니라 ‘버티는 작품’이다.

지금의 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바로 이 ‘버팀’이다. 컨템퍼러리 작품은 빠르게 움직이지만, 그만큼 쉽게 흔들린다. 피카소 판화와 포쇼아는 움직임이 느리지만, 그만큼 단단하다. 가격은 흥분하지 않고, 거래는 멈추지 않는다. 변동성의 시대에는 이런 성격이 곧 경쟁력이다.

많은 개인 컬렉터가 컨템퍼러리에서 피카소로 시선을 옮기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 이상 상승을 쫓지 않는다. 대신 기준을 찾는다. 집 안에 걸릴 수 있고, 시간이 지나도 설명이 필요 없는 작품을 선택한다. 투자와 소장의 경계에서 피카소는 다시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피카소를 선택한다는 것은 과거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오히려 현재의 시장 조건에 가장 잘 맞는 선택에 가깝다. 가격이 과열되지 않았고, 정보는 충분하며, 거래 구조는 안정적이다. 컨템퍼러리의 속도에 지친 시장에서 피카소는 균형을 제공한다.

파블로 피카소는 더 이상 새로운 이름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의 시장에서는 새로울 필요가 없다. 필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는 기준이다. 변동성이 커질수록, 기준을 가진 작품의 가치는 더 분명해진다.

지금이 컨템퍼러리가 아니라 피카소인 이유는 단순하다. 오를 가능성보다, 무너지지 않을 가능성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시장은 이미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리고 그 흐름의 중심에는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피카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