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작품소장하기⑦]젊은 작가의 유혹과 피카소의 견고함
40세 이하 작가 시장의 짧은 생애주기 대비 클래식의 영속성. 젊은 작가는 빠르고, 피카소는 오래 남는다 짧아진 스타의 생애주기와 클래식의 견고함 3부: 실패하지 않는 컬렉팅의 원칙 (리스크 관리편)
[KtN 박준식기자]미술 시장에서 ‘젊음’은 오랫동안 기대의 다른 이름이었다. 새로운 이름이 등장하고, 가격이 빠르게 형성되며, 몇 번의 거래가 그 가능성을 증명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이 공식은 점점 설득력을 잃고 있다. 신진 작가는 더 빨리 주목받지만, 더 빨리 사라진다. 반면 피카소는 조용하다. 속도는 느리지만, 자리를 지킨다. 지금의 시장은 이 차이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2019년까지 신진 작가 시장은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 서사를 갖고 있었다. 갤러리 전시를 거쳐 경매에 진입하고, 가격이 서서히 올라갔다. 시간은 편이었고, 기다림은 전략이었다. 그러나 팬데믹 이후 이 구조는 급격히 바뀌었다. 노출 경로가 단축되면서 이름은 빠르게 알려졌고, 가격 형성도 단기간에 이뤄졌다. 준비 기간은 줄었고, 검증 과정은 압축됐다.
2021년과 2022년, 이 속도는 극대화됐다. 젊은 작가의 작품이 단기간에 고가를 기록했고, 시장은 새로운 스타를 연달아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 상승은 반복을 전제로 하지 않았다. 거래가 멈추는 순간, 가격은 빠르게 조정됐다. 일부 작품은 반 토막이 났고, 일부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빠른 성공은 빠른 소진으로 이어졌다.
2023년 이후 조정 국면에 들어서자 이 취약성은 더욱 분명해졌다. 신진 작가의 거래 빈도는 줄었고, 가격대는 불안정해졌다. 기대가 사라지자 남는 것은 기록뿐이었다. 기록은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 사이 시장은 다른 기준을 찾기 시작했다. 얼마나 오래 거래돼 왔는지, 가격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유지됐는지가 더 중요해졌다.
이 기준에 가장 잘 부합하는 이름이 피카소다. 피카소는 더 이상 상승 서사의 주인공이 아니다. 그러나 거래는 이어진다. 가격은 크게 흔들리지 않고, 반복적으로 형성된다. 이 차이는 단순한 인지도에서 나오지 않는다. 시장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 대비를 보여주는 작품이 STS 피카소 작품 리스트 중 No.26 〈RAGAZZA SEDUTA〉다.
이 작품은 제목 그대로 앉아 있는 소녀를 담고 있다. 도상은 단순하고, 과장된 서사는 없다. 그러나 이 작품은 수십 년간 같은 성격으로 거래돼 왔다. 급등의 주인공이 된 적도, 급락의 대상이 된 적도 없다. 시장에서의 역할은 분명하다. 언제든 설명 가능하고, 언제든 다시 거래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No.5 〈Portraits Imaginaires Ⅰ〉도 중요한 기준점이다.
이 작품은 비교적 큰 사이즈의 판화지만, 성격은 과하지 않다. 상상의 초상이라는 제목처럼 특정 인물에 기대지 않는다. 이 점이 오히려 강점이다. 해석의 부담이 적고, 시장에서는 오랫동안 반복 거래돼 왔다. 가격은 한 번 형성되면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젊은 작가의 작품이 취약한 이유는 단순하다. 가격에 기대가 많이 담긴다.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 다음 전시, 다음 기록이 가격의 일부를 이룬다. 이 기대가 사라지면 가격은 급격히 흔들린다. 반면 피카소 판화와 포쇼아는 기대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미 충분히 설명된 작가이고, 거래의 시간이 축적돼 있다.
이 차이는 소장 목적의 컬렉터에게 결정적이다. 짧은 시간에 빛나는 작품보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는 작품이 필요해졌다. 집 안에 걸렸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설명이 줄어드는 작품, 굳이 변명을 하지 않아도 되는 작품이 선택된다. 피카소는 이 조건을 충족한다.
젊은 작가의 작품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역할이 다르다. 빠른 변화를 즐기고, 위험을 감수할 수 있다면 신진 작가도 선택지가 된다. 그러나 기준을 세우고, 흔들림을 줄이고 싶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이때 클래식은 대안이 아니라 해답에 가깝다.
지금의 시장은 속도를 낮추고 있다. 거래는 이어지지만, 흥분은 줄었다. 이런 환경에서는 오래 버틴 작품이 다시 힘을 얻는다. 피카소 판화와 포쇼아가 다시 선택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젊음은 빠르지만, 시간은 클래식의 편이다.
파블로 피카소는 여전히 가장 많이 거래되는 이름 중 하나다. 그 이유는 단순하다. 시장이 흔들릴수록, 검증된 시간의 가치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젊은 작가는 빠르게 지나간다. 피카소는 오래 남는다. 지금의 시장은 이 단순한 사실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그리고 많은 개인 컬렉터가 이 차이를 기준으로 선택을 바꾸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