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멈춘 '기름길' 유유히 통과한 선박, 알고 보니 'Chinese Owned'?
'하루 0척' 꽉 막힌 호르무즈... 중국만 '안전 통행' 이란과 밀약설? 로이터 "中, 이란과 석유·가스 선박 호르무즈 안전통행 협의중" 글로벌 에너지 수송량 95% 급감, 300척 고립... 중국은 '우방 카드'로 독자 생존
[KtN 최기형기자]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으로 세계 핵심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가운데, 중국이 자국 선박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이란과 별도 협상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국제 에너지 시장에 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중동발 전쟁의 불길이 '세계의 동맥'이라 불리는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을 완전히 멈춰 세웠다. 로이터(Reuters) 통신 등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국은 중동 원유와 카타르산 액화천연가스(LNG)를 운반하는 선박들이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할 수 있도록 이란 측과 긴밀히 논의 중인 것으로 밝혀졌다.
현재 해협의 상황은 처참하다. 블룸버그(Bloomberg)의 선박 추적 자료에 따르면, 전쟁 발발 당일 50척에 달했던 유조선 통과량은 이튿날 3척으로 급감하더니 지난 3일에는 단 한 대도 통과하지 못한 '제로(0)' 상태를 기록했다. 이는 전쟁 전과 비교해 운송량이 95% 이상 증발한 수치로, 현재 약 300척의 유조선이 해협 인근 해상에 꼼짝없이 묶여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물류 마비 속에서도 중국의 움직임은 이례적이다. 이란은 호르무즈 봉쇄를 선언하며 미국, 이스라엘, 유럽 및 그 동맹국 선박의 통행을 전면 금지했지만, 중국에 대해서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실제로 전날 밤사이 '아이언 메이든'(Iron Maiden)이라는 선박이 소유주 신호를 '중국 소유'로 변경한 뒤 해협을 무사히 통과한 사례가 포착되기도 했다. 로이터는 현재 해협을 통과하는 극소수의 선박이 모두 이란과 중국 소유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우방국 중 하나로, 그간 미국의 제재를 피해 이란산 원유를 우회 수입해 온 핵심 파트너다. 비록 중국 역시 이번 봉쇄로 인한 에너지 수급 불안에 불만을 표하고는 있으나, 이란과의 특수 관계를 이용해 '에너지 독자 노선'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국제 사회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이번 사태는 국제 에너지 시장의 '힘의 균형'이 급격히 재편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첫째, '에너지 무기화'의 현실화다. 이란이 서방 진동맹국의 통행만 선별적으로 차단하고 중국에 '뒷문'을 열어준 것은, 자원이 단순한 상품을 넘어 지정학적 적과 아군을 가르는 강력한 외교적 무기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글로벌 공급망의 파편화'다. 전 세계가 공동으로 이용하던 공해(公海)상의 수송로가 특정 국가 간의 밀약에 의해 선별적으로 개방되는 현상은, 기존의 자유무역 질서가 붕괴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한국처럼 중동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에게는 중국의 이러한 독자 행보가 에너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중동발 유가 폭등에 이어 '수송로 차별'이라는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은 한층 더 복잡하고 위험한 국면으로 접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