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y and the Bag①] 구찌, 보르세토·질리오 앞세워 핸드백 다시 꺼냈다
케이트 모스·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 기용한 새 캠페인 공개 큰 토트와 보스턴백 한꺼번에 내세워 가죽 제품 축 다시 세우는 구찌
[KtN 박인경기자]구찌가 새 캠페인 ‘Beauty and the Bag’을 공개했다. 케이트 모스는 보르세토를 들었고, 에밀리 라타이코프스키는 질리오를 멨다. 구찌는 의상보다 가방을 앞세웠다. 광고 사진과 영상에는 보르세토의 긴 손잡이와 골드톤 호스빗, 질리오의 큰 부피와 GG 캔버스, 웹 스트라이프가 반복해서 나온다. 구찌가 이번 시즌 앞에 세운 품목은 핸드백이다.
패션 하우스가 새 가방을 내놓는 일은 드물지 않다. 그래도 이번 캠페인은 한 시즌 광고로만 넘기기 어렵다. 최근 몇 년 동안 구찌를 둘러싼 평가는 의류와 런웨이, 브랜드 이미지 변화 쪽에 더 많이 쏠렸다. 이번에는 가죽 제품이 맨 앞에 나왔다. 경기 둔화와 소비 위축 국면에서 럭셔리 브랜드들이 다시 붙드는 품목도 대체로 비슷하다. 로고와 금속 장식, 형태를 짧은 시간 안에 각인시키기 쉽고, 시즌이 바뀌어도 오래 팔 수 있으며, 색상과 소재, 크기를 바꿔 계속 늘리기 좋은 품목이 핸드백이기 때문이다.
사진은 메르트 앤드 마커스가 찍었고, 영상은 바르디아 제이날리가 맡았다. 초상으로 시작한 장면은 곧 가방의 표면과 윤곽을 거듭 보여주는 쪽으로 넘어간다. 모노그램이 이어지고 손잡이와 몸체가 반복된다. 거리에서 가방을 든 모습이나 일상복 사이에 섞인 장면은 거의 없다. 구찌는 생활 장면보다 상품 컷에 가까운 이미지를 택했다. 모델보다 가방의 표면과 형태를 먼저 기억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케이트 모스와 라타이코프스키를 함께 세운 이유도 어렵지 않다. 케이트 모스는 1990년대와 2000년대 초반 패션 이미지를 불러오는 이름이다. 오래된 패션 기억과 럭셔리 하우스의 아카이브 감각이 함께 붙어 있다. 라타이코프스키는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셀러브리티다. 거리 사진과 SNS 파급력, 지금의 화면 감각 쪽에 더 가깝다. 구찌는 오래된 이름값과 현재의 확산력을 한 장면에 묶었다.
질리오는 피렌체의 상징인 백합 문장에서 이름을 가져왔다. 플로렌스와 이탈리아의 뿌리를 함께 부르는 이름이다. 형태는 큰 토트에 가깝다. 수납 공간이 넉넉하고, 어깨에 걸쳤을 때 먼저 들어오는 인상도 장식보다 부피다. GG 캔버스, 블루 앤 화이트 GG 데님, 짙은 갈색 가죽처럼 소재 변주도 넓다. 그린·레드 웹 트리밍과 탈부착 가능한 내부 파우치가 붙는다. 작은 금속 장식보다 큰 표면과 생활 용량, 브랜드 표식을 한꺼번에 내세운 가방이다.
구찌는 질리오에 ‘모던 스프레차투라’라는 설명을 붙였다. 제품만 놓고 보면 이야기는 더 단순하다. 크고, 많이 들어가고, 어깨에 걸쳤을 때 존재감이 크다. 최근 몇 시즌 미니백 일변도 흐름이 주춤하고 큰 가방이 다시 올라오는 분위기와도 맞닿아 있다. 출근과 이동, 전자기기 수납, 생활용품 휴대 같은 현실적인 요구가 다시 가방 크기를 바꾸고 있기 때문이다. 질리오는 그런 수요에 바로 말을 걸 수 있다.
보르세토는 결이 다르다. 이름부터 이탈리아어 borsa와 morsetto를 붙여 만들었다. 형태는 보스턴백에 가깝고 손잡이는 길게 뽑았다. 중심에는 골드톤 호스빗 하드웨어가 놓인다. 브라운 스웨이드, 버터리한 블랙 레더, 빈티지한 샌드 GG 캔버스처럼 소재 차이도 또렷하다. GG 캔버스 버전 안쪽에는 디아만테 모티프가 들어갔다. 질리오가 큰 토트형 구조와 수납성을 앞세운다면 보르세토는 손잡이와 금속 장식, 윤곽으로 인상을 남기는 가방이다.
구찌는 큰 토트와 보스턴백을 한 화면에 올렸다. 하나는 일상 수요를 붙잡기 쉽고, 다른 하나는 취향과 기호를 자극하기 쉽다. 질리오는 데일리용을 먼저 보는 손님에게 설명하기 좋다. 보르세토는 이미 여러 개의 가방을 가진 손님에게도 다시 말을 걸 수 있다. 구찌는 실용과 장식, 두 갈래 수요를 한꺼번에 건드리려 했다.
피렌체의 백합, GG 캔버스, 웹 스트라이프, 호스빗, 디아만테는 모두 구찌가 오래 써 온 재료다. 새 가방이 나왔지만 낯선 재료가 들어온 것은 아니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안전한 선택이다. 시장에서는 “또 구찌다운 가방이 나왔다”는 반응이 나올 수도 있다. 질리오와 보르세토가 완전히 새로운 형태를 내세웠다고 보기는 어렵다. 익숙한 기호를 다시 묶고, 소재와 비율을 조정해 새 시즌 상품으로 올린 쪽에 가깝다.
광고 공개 직후에는 가방보다 모델 이름이 먼저 돌 가능성도 있다. 케이트 모스와 라타이코프스키는 이름만으로도 화제를 끌 수 있다. 핸드백 신제품이 자주 겪는 일이다. 모델 이름은 빨리 퍼지는데 제품명은 늦게 남거나 흐려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보르세토와 질리오가 진짜 상품명으로 자리 잡으려면 광고 공개 뒤에 더 많은 반복 노출이 필요하다. 매장 진열, 셀러브리티 착용, 거리 사진, 잡지 화보가 뒤따라야 한다.
지금 럭셔리 시장에서 핸드백은 여전히 중요한 품목이다. 로고와 금속 장식, 손잡이와 형태를 한 제품 안에 묶을 수 있고, 시즌이 바뀌어도 오래 팔 수 있다. 소재와 색상, 크기를 바꾸며 계속 늘리기도 쉽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반복 사용 빈도가 높고, 사진 한 장 안에서 존재감이 크다. 옷 한 벌보다 가방 하나가 더 쉽게 팔리고 더 오래 남는다. 구찌가 의류보다 가방을 먼저 꺼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가격을 지키는 데도 핸드백이 유리하다. 브랜드 헤리티지와 장인성, 금속 하드웨어, 아카이브 모티프는 모두 가격표를 받치는 재료가 된다. 질리오는 플로렌스와 백합을 붙였고, 보르세토는 호스빗과 디아만테를 붙였다. 유행 상품보다 오래 가는 아이콘처럼 보이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런 설명이 강할수록 가격 저항은 낮아지고 할인 의존도도 줄어든다.
다만 광고가 만든 분위기와 매장에서 맞닥뜨리는 현실은 다를 수 있다. 질리오는 크고 많이 들어간다. 대신 큰 가방을 부담스러워하는 손님에게는 무겁게 느껴질 수 있다. 보르세토는 손잡이와 금속 장식, 윤곽이 또렷하다. 대신 어느 옷에나 쉽게 붙는 형태는 아닐 수 있다. 소비자는 광고보다 무게와 수납, 가격과 범용성을 먼저 따지게 된다.
구찌는 이번 시즌 가장 설명하기 쉬운 품목을 꺼냈다. 핸드백은 브랜드 상징을 압축하기 좋고, 시장이 흔들릴 때도 비교적 버티는 품목이다. 질리오와 보르세토는 각자 맡은 자리가 다르다. 하나는 일상 수요를 붙잡고, 다른 하나는 취향 소비를 자극한다. 구찌는 오래된 자산을 다시 꺼내 두 갈래 손님 앞에 놓았다. 광고의 방향은 분명하다. 다만 제품명이 오래 남을지, 장기 판매로 이어질지는 광고 바깥에서 가려질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