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①] 114억달러 수출의 다음 시장… 루틴 줄이고 장벽·재생으로 옮겨간 K-뷰티

더마 넘어 메디컬로… 전쟁 이후 달라진 수출 지형과 와이에스메디의 LHA 필링 전략

2026-03-25     임우경 기자
와이에스메디(YSMedi)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한국 화장품 수출액은 2025년 114억3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집계한 역대 최대치다. 수출 규모가 커진 것만은 아니다. K-뷰티가 팔리는 시장과 파는 방식도 함께 달라졌다. 다단계 스킨케어와 눈에 띄는 패키지로 해외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하던 시기를 지나, 피부 장벽과 저자극, 재생과 탄력, 임상과 성분 설명이 앞줄로 올라왔다. 미국과 일본이 여전히 핵심 시장이지만, 동남아와 중동, 러시아·CIS 권역, 중남미 일부 국가까지 수요처가 넓어지면서 수출 전략도 다시 짜이고 있다.

전쟁과 지정학적 불안도 시장 구조를 바꿨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물류와 결제, 유통 경로가 흔들리면서 유럽 인접 시장과 러시아권 수입 구조가 재편됐고, 중동 지역 긴장 고조는 원자재와 운송 비용, 현지 소비 심리에 변수를 더했다. 뷰티 업계는 이런 환경에서 성장 여력이 남아 있는 글로벌 사우스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젊은 인구 비중이 높고, 피부 관리 수요가 빠르게 커지는 동남아시아와 인도, 중동, 중남미가 새로운 소비지대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마케팅 문법도 달라졌다. 한류 스타와 바이럴 영상, ‘한국에서 유행하는 제품’이라는 이미지가 판매를 밀던 시기에서, 성분표와 임상 수치, 피부 타입별 사용 경험, 시술 전후 관리 루틴, 현지 플랫폼 리뷰가 구매를 좌우하는 시기로 넘어갔다. 서구권과 일본에서는 성분 기전과 자극도, 재구매율이 중요해졌고, 글로벌 사우스 시장에서는 기후와 피부 타입, 유통 채널, 종교·규제 환경에 맞춘 현지화가 더 중요해졌다. 브랜드를 알리는 방식보다 제품을 설득하는 방식이 먼저 바뀐 셈이다.

이런 변화는 한국 시장 안에서도 확인된다. 올리브영 상위권 제품군은 강한 기능성보다 저자극 토너, 히알루론산 세럼, 장벽 크림 같은 기본 제품이 중심을 이룬다. 장벽을 무너뜨리지 않으면서 수분과 결, 탄력을 함께 관리하는 흐름이 대세가 됐다는 뜻이다. 더마 코스메틱이 시장을 넓혀온 배경이라면, 최근에는 병·의원 시술과 연결되는 메디컬 뷰티가 그 위층을 형성하는 분위기다.

와이에스메디(YSMedi)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와이에스메디는 이 지점에서 필링 시장을 다시 해석하고 있다. 박준혁 와이에스메디 이사는 해외 바이어들이 한국 뷰티 시장에서 주목하는 요소로 ‘피부결’을 꼽는다. 밝은 피부톤이나 즉각적인 광택보다 매끄럽고 고른 피부 표면을 만드는 기술이 한국 시장의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와이에스메디는 그 출발점을 필링에서 찾았다.

기존 필링 시장은 AHA와 BHA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각질을 녹이거나 벗겨내는 방식이어서 효과가 빠른 대신 자극과 붉음증, 건조감이 뒤따르는 경우가 많았다. 민감성 피부에서는 적용 범위가 넓지 않았고, 시술 뒤 회복 기간이 부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강한 박피보다 피부 표면을 안정적으로 정리하는 수요가 커진 배경도 여기에 있다.

와이에스메디가 내놓은 쎄라필은 4세대 필링 성분으로 불리는 LHA를 앞세웠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LHA는 분자량이 크고 지용성 성질을 지녀 피부에 천천히 작용하고, 각질층에 고르게 닿으면서도 표피 자극을 상대적으로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강하게 벗겨내는 방식보다 피부 표면의 불필요한 각질을 정리하는 데 무게를 둔 접근이다.

와이에스메디는 여기에 ‘필 앤 필(Peel & Fill)’ 개념을 얹었다. 낡은 각질을 걷어낸 뒤 피부 환경을 안정적으로 채워 넣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회사는 특허 기술인 ‘Youth P-Sol™’을 통해 피부 지질층 부담을 줄이면서 각질 제거 효율을 높였다고 밝히고 있다. 식물성 비건 유산균 발효용해물 ‘DactorTec™ KIS’를 더해 피부 환경 회복을 겨냥했다는 점도 함께 내세운다.

와이에스메디(YSMedi)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회사가 제시한 임상 수치도 이 방향에 맞춰져 있다. 와이에스메디에 따르면 1회 사용 뒤 각질 개선율 58%, 피부 수분량 134% 증가 결과가 나왔다. 필링 뒤 건조감이 따라온다는 기존 인식과 다른 결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다만 이런 수치는 시험 조건과 적용 대상에 따라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실제 현장에서는 적응증과 피부 상태에 따른 구분 적용이 뒤따라야 한다.

회사는 쎄라필을 단독 관리 제품보다 병·의원 시술 전 단계의 전처치 개념으로 설명한다. 박준혁 이사는 표피 상태를 먼저 정리한 뒤 고주파나 레이저, 초음파 계열 시술에 들어가면 시술 효율과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필링을 별도 시술로 보기보다 본 시술의 환경을 정리하는 과정으로 재배치한 셈이다.

병·의원 운영 측면에서도 이런 구조는 의미가 있다. 자극이 큰 필링은 보통 한 달 안팎 간격으로 권하는 경우가 많지만, 와이에스메디는 저자극 기반 제품이라는 점을 들어 더 짧은 주기의 관리 프로그램 구성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내원 주기를 촘촘하게 가져가고 반복 관리형 모델을 짜기 쉽다는 계산이다. 회사는 일본 시장에서 이런 방식의 수요가 빠르게 올라오고 있다고 설명한다.

해외 시장 전략은 최근 K-뷰티 업계의 변화와도 맞닿아 있다. 미국과 일본 중심 성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해지면서, 기업들은 동남아와 중동, 러시아·CIS, 중남미 일부 시장을 동시에 두드리고 있다. 이들 시장은 단순히 새 판로라는 의미를 넘어, 제품과 마케팅 방식을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공간이다. 덥고 습한 기후, 색소 침착과 민감성에 대한 높은 관심, 모바일 커머스 중심 소비, 종교와 제도에 따른 광고·유통 제약이 함께 작동하기 때문이다. 과거처럼 한류 이미지에 기대기보다 성분 근거와 임상 설명, 현지 플랫폼 후기, 병·의원 네트워크, 오프라인 체험을 함께 묶는 방식이 더 중요해졌다.

와이에스메디(YSMedi)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와이에스메디도 일본에서 먼저 기반을 넓힌 뒤 러시아와 인도네시아 등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일본은 피부결과 자극 차이에 민감한 시장이고, 러시아와 CIS 권역은 전쟁 이후 공급망 재편 속에서 대체 브랜드 진입 여지가 생긴 시장으로 분류된다. 다만 이런 시장은 단순 수출만으로 안착하기 어렵다. 인허가와 물류, 현지 유통 파트너, 사후 관리 체계를 함께 맞춰야 한다. 회사가 중국 시장 재진입에서도 성분 기전과 안전성, 규제 대응을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밝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품군 확장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와이에스메디는 얼굴용 필링 외에 바디와 민감 부위 관리용 솔루션도 함께 내놓고 있다. 얼굴 중심의 K-뷰티가 두피, 바디, 민감 부위 케어까지 넓어지는 최근 흐름을 겨냥한 것이다. 다만 이런 시장은 효능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사용 부위 특성에 맞는 안전성 설명과 규제 검토가 함께 따라야 한다.

와이에스메디의 다음 목표는 기업공개다. 회사는 상장을 계기로 화장품 단일 품목 기업에서 의료기기와 바이오 성분, 플랫폼 데이터를 아우르는 메디컬 뷰티 기업으로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고주파 치료와 쿨링 시스템을 결합한 의료기기 개발도 병행 중이라고 밝혔다. 전처치 제품과 하드웨어를 함께 묶어 시술 전 과정을 표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K-뷰티 시장은 이미 한 차례 크게 바뀌었다. 단계를 늘려 파는 시장에서 장벽과 재생, 자극도와 반복 사용 구조를 따지는 시장으로 옮겨갔다. 전쟁 이후 흔들린 공급망과 재편된 소비 지형은 이 변화를 더 빠르게 밀어붙였다. 이제 K-뷰티는 미국과 일본만 보는 산업도, 한류 이미지에 기대는 산업도 아니다. 글로벌 사우스로 넓어진 시장에서 제품의 작동 원리와 현지화 전략, 유통과 리뷰 구조를 함께 설계해야 살아남는 산업이 됐다. 와이에스메디가 내세운 LHA 기반 필링 전략도 그 흐름 안에서 평가받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