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트렌드②] 빅테크, 전력 조달 넘어 발전·저장까지 직접 챙긴다… AI 경쟁, 에너지 인프라 선점전으로

구글, 인터섹트 인수로 전력 개발 역량 내재화 PPA만으로는 한계… 전력망 연결 지연이 데이터센터 일정 흔들어 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도 전력 확보 다변화… 승부처는 ‘그리드 접근성’

2026-03-29     김 규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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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N 김 규운기자]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빅테크의 에너지 조달 전략도 달라지고 있다.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으로 필요한 전력을 확보하던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발전 자산과 저장장치, 전력망 연계 역량까지 직접 챙기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데이터센터 경쟁력이 서버와 반도체를 넘어 전력 인프라 확보 능력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뜻이다.

변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사례는 구글이다. 구글 모회사 알파벳은 지난해 12월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사 인터섹트를 47억5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구글은 이번 거래를 통해 데이터센터와 발전 설비를 더 빨리 구축할 수 있는 기반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발전 사업자와 장기 계약만 맺는 수준을 넘어 전력 개발 역량 자체를 안으로 끌어들이겠다는 판단으로 읽힌다.

빅테크가 이런 선택에 나선 배경에는 전력망 병목이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 속도보다 전력망 연결 속도가 더 느려지면서, 전기를 확보하지 못해 서버를 들여놓고도 가동을 못 하는 상황이 현실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구글은 미국 일부 지역에서 송전망 연결 대기 기간이 10년을 넘는다고 밝혔고, 아마존웹서비스는 유럽에서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에 최대 7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데이터센터 공사보다 전력 인입이 더 늦는 구조에서는 PPA만으로는 일정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단순한 전력 구매보다 ‘전기와 부지를 함께 확보하는 방식’이 중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데이터센터 입지 선정 단계부터 발전 설비와 저장장치, 계통 연결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착공과 상업 가동 시점을 맞출 수 있어서다. 전력 조달 전략이 재무 계약 중심에서 물리적 인프라 확보 중심으로 이동하는 셈이다.

구글의 인터섹트 인수도 같은 흐름에 있다. 알파벳은 인터섹트 인수가 데이터센터와 발전 용량을 더 빠르게 온라인에 올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번 거래를 빅테크가 에너지 개발사를 직접 품은 첫 대형 사례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 확대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전력 공급의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한 선제 투자 성격이 짙다는 해석이다.

다만 PPA 시대가 끝났다고 보기는 어렵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2월까지 40기가와트 규모의 재생에너지 계약 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은 여전히 PPA를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달라진 점은 PPA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전력망 연결이 막히면 계약 전력은 있어도 데이터센터 가동 시점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PPA와 직접 투자, 저장장치, 수요 반응 프로그램을 함께 묶는 복합 전략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아마존도 전력 확보 전략을 넓히고 있다. 아마존은 최근 루이지애나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에너지와 인프라 비용을 자체 부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럽에서는 전력망 연결 지연이 사업 확대의 걸림돌이라고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전력망 접근성이 데이터센터 투자 우선순위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떠오르면서, 빅테크와 전력회사, 발전 사업자, 송배전 사업자 간 협력 구조도 더 복잡해지고 있다.

전력망 운영 방식도 바뀌고 있다. 미국 PJM은 올해 초 데이터센터와 신규 발전 설비를 결합한 대형 프로젝트의 연결 절차를 앞당기는 방향으로 제도 정비에 나섰다.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를 기존 방식으로만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결과다. 전력 수요처와 발전 자산을 한 덩어리로 묶는 방식이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을 보여준다.

결국 AI 시대 데이터센터 경쟁은 반도체 조달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얼마나 빠르게 부지를 확보하고, 전력망 연결권을 따내고, 필요하면 발전과 저장 능력까지 직접 확보하느냐가 사업 속도를 좌우하고 있다. 빅테크의 최근 행보는 전기를 사 오는 시대에서 전력 인프라를 선점하는 시대로 시장이 옮겨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AI 패권 경쟁의 승부처도 서버실 안이 아니라 그 뒤편 변전소와 송전선, 발전 설비로 넓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