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keSKIMS②] 30년 된 에어 리프트에 스킴스를 얹었다

순차 출시와 협업 프리미엄이 만든 나이키스킴스 에어 리프트의 판매 구조

2026-03-30     박인경 기자
NikeSKIMS Spring 2026 Collection Returns With a Revamped Air Rift. 사진=John Manuel Gomez, Marco Soriano,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나이키스킴스 에어 리프트는 완전히 새로운 신발이라기보다, 오래된 모델을 다른 자리로 옮겨 놓은 상품에 가깝다. 나이키는 에어 리프트의 익숙한 형체를 다시 꺼냈고, 스킴스는 여기에 자기 색과 판매 방식을 붙였다. 운동화 한 켤레를 다시 파는 일인데도, 시장에 놓이는 자리는 예전과 다르다. 스포츠 신발로만 팔리는 것이 아니라 의류와 액세서리 사이로 함께 들어간다. 이번 협업의 계산도 거기서 시작한다.

바탕이 된 신발은 1996년 나온 에어 리프트다. 갈라진 앞코와 발등 스트랩, 낮은 바닥만으로도 다른 운동화와 바로 구별된다. 오래된 모델인데도 이름과 모양이 남아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자산이다. 완전히 새로운 모델을 내놓을 때처럼 긴 설명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 한 번 본 적 있는 신발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상품의 출발선이 달라진다.

스킴스가 붙으면서 이 신발이 놓이는 자리는 더 넓어졌다. 나이키가 오래 다뤄 온 것은 스포츠웨어와 운동화 시장이다. 반면 스킴스는 몸에 가까운 옷, 생활복, 차분한 색, 정리된 실루엣으로 고객을 모아 왔다. 두 브랜드가 함께 상품을 내면 같은 에어 리프트라도 설명 방식이 달라진다. 성능과 기록보다 차림과 질감이 먼저 앞에 선다. 운동화 진열대에만 두기보다 옷장 안 다른 품목과 함께 놓기 쉬운 상품이 된다.

이번 협업에서 그 변화는 제품 구성부터 드러난다. 신발은 의류와 함께 묶여 나온다. 포장도 일반 운동화보다 생활 제품 쪽에 더 가깝다. 상자를 열고 신발을 꺼내는 순간까지 상품 연출의 일부가 된다. 이런 방식은 협업 상품에서 중요하다. 신는 물건으로만 끝나지 않고, 꺼내고 찍고 올리는 장면까지 함께 팔아야 화제가 길게 간다. 에어 리프트처럼 모양이 뚜렷한 신발은 그 구조에 더 잘 맞는다.

출시 순서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먼저 사틴 버전이 나왔고, 뒤이어 메쉬 버전이 붙었다. 한 번에 전부 쏟아내기보다 순서를 나눠 두 차례 화제를 만든 셈이다. 협업 상품은 초반 한 번 크게 터뜨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열기를 이어 가는 방식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소재를 달리한 두 버전을 차례로 내놓으면 같은 모델 안에서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 사틴은 광택과 장식성을 앞세웠고, 메쉬는 계절감과 가벼운 표면을 앞세웠다. 같은 에어 리프트라도 시장에서 받아들이는 결이 달라진다.

가격을 받는 방식도 비슷하다. 기본 구조는 오래된 에어 리프트를 바탕으로 하지만, 스킴스라는 이름과 순차 출시, 한정된 화제가 붙으면서 상품의 값이 달라진다. 소비자는 단순히 바닥과 끈, 앞코만 보고 돈을 내지 않는다. 협업 이름, 먼저 품절된 경험, 다시 풀리는 색과 소재, 지금 옷차림에 맞는 표면까지 함께 산다. 같은 신발이라도 어떤 이름으로, 어떤 순서로, 어떤 색으로 내놓느냐에 따라 시장 가격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나이키 쪽에서 보면 이 협업은 오래된 모델의 쓰임을 다시 넓히는 일과 이어진다. 에어 리프트는 원래부터 모양이 분명한 신발이었다. 그러나 그 뚜렷한 모양만으로는 시장이 넓어지지 않는다. 스킴스가 들어오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갈라진 앞코는 그대로 두고, 표면을 부드럽게 바꾸고, 색을 낮추고, 포장을 정리하니 신발이 들어갈 수 있는 차림이 많아졌다. 블랙과 본, 벨벳 브라운 같은 색도 그 방향과 맞는다. 운동화 매장 안에서만 도는 색이 아니라 생활복과 얇은 봄 차림 안에 넣기 쉬운 색이다.

여성 시장 확대라는 점에서도 이 협업은 의미가 있다. 나이키는 원래 여성 소비자를 많이 가진 브랜드이지만, 스킴스처럼 몸에 붙는 생활복 언어로 시장을 넓혀 온 브랜드와는 결이 다르다. 스킴스 협업이 붙으면 러닝 기록이나 운동 성능보다 차림 전체를 먼저 보는 소비자에게 더 쉽게 닿는다. 신발 하나를 더 파는 차원을 넘어, 나이키 상품이 어떤 옷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범위를 넓히는 방식이다.

이번 에어 리프트가 ‘작은 사치’ 소비와 맞물린다는 점도 빼놓기 어렵다. 경기 둔화와 고물가가 이어질수록 소비자는 큰돈이 들어가는 품목에는 더 신중해진다. 그렇다고 취향 소비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명품 가방 대신 손이 닿는 협업 상품, 오래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가격대의 한정 신발로 수요가 옮겨가는 흐름이 있다. 나이키스킴스 에어 리프트는 그 자리에 놓이기 좋은 상품이다. 값이 아주 싸지는 않지만, 협업 이름과 품절 경험, 계절감 있는 색과 소재가 가격표를 받쳐 준다.

물론 한계도 분명하다. 에어 리프트는 원래 호불호가 강한 신발이다. 갈라진 앞코부터 취향을 가른다. 좋아하는 사람은 빨리 사지만, 싫어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고르지 않는다. 발레 플랫과 메리제인, 타비 슈즈, 바닥이 낮은 신발이 함께 움직이는 지금은 흐름을 타기 쉽다. 그러나 이런 유행은 오래 고르게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초반 열기가 크다고 해서 계속 같은 속도로 팔린다고 보기 어렵다. 협업 상품은 구하기 어려울 때보다 너무 쉽게 남았을 때 더 빨리 힘이 빠진다.

셀러브리티 의존도도 부담이다. 킴 카디시안은 강한 이름이지만, 그만큼 상품 가치가 특정 인물의 화제성에 기대는 면도 생긴다. 협업이 길어질수록 제품 자체보다 이름값이 먼저 평가받을 가능성도 있다. 나이키 입장에서는 단기 판매에는 도움이 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브랜드가 무엇을 새로 보여 줄 것인가 하는 질문이 남는다. 오래된 모델의 색과 소재만 바꾸는 방식이 반복되면, 기술과 스포츠 혁신이라는 원래의 얼굴은 옅어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번 협업은 지금 시장이 어디서 반응하는지 정확히 짚은 상품이다. 오래된 모델, 분명한 모양, 순차 출시, 차분한 색, 의류와 함께 가는 설명 방식, 스킴스의 이름값이 한데 묶였다. 나이키는 30년 된 신발을 다시 팔 수 있는 이유를 얻었고, 스킴스는 자기 고객층을 신발 카테고리로 넓힐 발판을 마련했다. 소비자가 사는 것은 단순한 운동화 한 켤레만이 아니다. 오래된 모델 하나를 지금의 취향과 유통 방식에 맞춰 다시 묶어 낸 협업 상품이다. 이번 에어 리프트가 보여준 것도 바로 그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