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웃기려고 시작했지만, 전략이 되었다!
병맛 마케팅과 B급 마케팅
[KtN 김성수칼럼니스트]한때, “이건 너무 이상하다!”는 평가를 받던 광고들이 이제는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는 이유로 소비된다. 과거 광고의 기준이 완성도, 세련됨, 그리고 브랜드 이미지의 일관성이었다면, 오늘날 일부 마케팅은 오히려 그 기준을 의도적으로 벗어난다. 이른바, ‘병맛 마케팅’과 ‘B급 마케팅’이라 불리는 흐름이다. 다만, 이 두 용어는 일상적으로 혼용되지만, 엄밀히 보면, 동일한 개념은 아니다. 이를 구분하지 않으면, 단순한 저품질 콘텐츠를 전략으로 오해할 위험이 있다.
우선, B급 마케팅은 ‘비주류 감성’을 활용하는 전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서 ‘B급’은 단순히 품질이 낮다는 의미가 아니라, 기존의 정제된 주류 광고 문법에서 벗어난 표현 방식을 의미한다. 일부러 과장된 연출, 촌스러운 그래픽, 예상 가능한 전개를 비트는 구성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중요한 점은 이것이 ‘의도된 연출’이라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허술하거나 가볍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타깃 소비자와 채널 특성을 고려해 설계된 경우가 많다.
반면, 병맛 마케팅은 B급 마케팅보다 한 단계 더 나아간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병맛’이라는 표현은 원래 맥락이 없거나 비논리적인 상황에서 오는 황당함과 웃음을 의미한다. 마케팅에서의 병맛은 이야기 구조가 비약적이거나, 메시지 전달 방식이 일반적인 논리와 어긋나는 데서 발생한다. 다만, 여기서도 중요한 점은 ‘완전히 무작위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맥락을 유지하면서, 그 기대를 일부러 깨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두 가지 마케팅 방식이 등장한 배경에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있다. 과거에는 TV, 신문 등, 제한된 채널에서 기업이 일방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현재는 각종 SNS, 특히, 3대 숏폼 플랫폼(틱톡,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등에서 소비자가 콘텐츠를 선택하고 공유하는 구조다. 이 환경에서는 ‘잘 만든 광고’보다, ‘멈추게 만드는 콘텐츠’가 더 중요해졌다. 즉, 완성도보다 주목도가 우선되는 상황이 일부 영역에서 형성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빙그레의 ‘빙그레우스 더 마시스’ 캐릭터를 들 수 있다. 이 캐릭터는 중세 왕국 콘셉트를 기반으로, 자사 제품을 의인화해 세계관을 구축한 콘텐츠다. 설정 자체는 다소 과장되고 비현실적이지만, 지속적인 스토리 확장과 SNS 운영을 통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혔다. 이 사례는 단순한 병맛이 아니라, B급 감성과 세계관 마케팅이 결합된 형태로 평가된다. 중요한 점은 이 콘텐츠가 일회성 재미에 그치지 않고, 브랜드 인지도와 호감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사례로는 배달의 민족 광고와 카피 전략이 있다. 이 기업은 ‘치믈리에’, ‘배민스럽다’와 같은 언어유희와 독특한 문구로 잘 알려져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가볍고 장난스러운 표현이지만, 일관된 톤앤매너(Tone & Manner, 브랜드, 디자인, 공간 등에서 일관된 색감, 분위기, 어조를 유지하여 특정한 이미지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을 의미함)를 유지하며 브랜드 정체성을 구축했다. 이는 병맛 요소를 일부 활용하면서도, 전체적으로는 전략적 B급 마케팅에 가까운 사례로 볼 수 있다.
글로벌 사례로는 P&G의 남성용 화장품 브랜드, ‘Old Spice’의 광고 캠페인이 자주 언급된다. 이 브랜드는 전통적으로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던 이미지를 벗어나기 위해 과장된 연출과 비현실적인 상황을 활용한 광고를 제작했다. 대표적으로, 한 장면에서 다른 장면으로 논리 없이 전환되는 구성은 병맛적 요소를 포함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젊은 소비자층을 겨냥한 명확한 전략 아래 제작되었다. 이 캠페인은 실제로 브랜드 인지도와 판매 증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러한 마케팅 방식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위험은 ‘의도와 결과의 불일치’다. B급이나 병맛 마케팅은 기본적으로 소비자의 공감과 해석을 전제로 한다. 만약 메시지가 전달되지 않거나, 단순히 불쾌함이나 혼란만 남긴다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브랜드 이미지가 중요한 산업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신뢰를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모든 기업이 이 방식을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병맛이나 B급 감성은 주로 젊은 소비자층, 빠르게 소비되는 콘텐츠 환경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반면, 금융, 의료, 공공기관과 같이 신뢰와 안정성이 핵심인 분야에서는 제한적으로만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이러한 산업에서는 유머 요소를 도입하더라도, 메시지의 명확성과 신뢰성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조정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점은 ‘재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병맛 마케팅이든 B급 마케팅이든, 궁극적인 목표는 브랜드 인지도 향상, 이미지 개선, 혹은 매출 증대다.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것만으로는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실제로, 일부 콘텐츠는 일시적으로 화제를 모으지만, 브랜드와의 연결성이 약해 장기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도 존재한다.
결국, 이 두 마케팅 방식의 핵심은 ‘의도된 비정상성’이다. 정상적인 흐름을 알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비틀 수 있고, 소비자가 그 차이를 인식하기 때문에 웃음이 발생한다. 다시 말해, 병맛과 B급 감성은 무질서가 아니라, ‘통제된 일탈’에 가깝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단순한 저품질 콘텐츠를 전략으로 착각하는 오류에 빠질 수 있다.
미디어 환경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상황에서, 이러한 마케팅 방식은 앞으로도 일정 부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그 형태는 점점 더 정교해질 것이다. 단순한 자극이나 기괴함이 아니라, 브랜드 메시지와 연결된 구조적 재미가 요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성공 사례들은 대부분 콘텐츠 자체의 완성도보다, 브랜드와의 연결성과 일관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결론적으로, 병맛 마케팅과 B급 마케팅은 기존 광고 문법을 보완하는 하나의 전략적 선택지로 이해하는 것이 적절하다. 모든 기업에 적용되는 만능 해법은 아니지만, 적절한 맥락과 설계 아래에서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형식이 아니라, 목적이다. 웃음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웃음을 통해 무엇을 남길 것인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병맛은 전략이 되고 B급 감성은 경쟁력이 된다.
김성수 (現 국제통상전략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