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트렌드③] 한정판 대신 상시 모델… 베다 ‘앵글스 기쉐’, 작은 브랜드의 판매법은 통할까

수량으로 조급함 만들기보다 ‘형태’의 영속성 선택… 디자인 일체화는 양날의 검

2026-04-02     임우경 기자
Beda’a Debuts the Poetic Angles Guichets Model. 사진=Beda’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시계를 파는 방식은 이제 만드는 방식만큼이나 중요해졌다. 온라인 화면에서 먼저 소비되어야 하고, 찰나의 순간에 인상을 남겨야 하며, 설명은 직관적이어야 한다. 특히 손목 위에서 돋보이는 파격적 형태를 가진 제품일수록 이 조건은 까다롭다. 소비자는 관심을 빠르게 보이지만, 결제 버튼 앞에서는 한없이 신중해지기 때문이다. 익숙한 브랜드가 주는 안심 자산이 부족한 신생 브랜드라면 더욱 그렇다. 베다(Veda) ‘앵글스 기쉐’는 단순히 새로운 다이얼을 내놓는 데 그치지 않고, 제품이 기억되고 소비되는 방식까지 설계한 흔적이 역력하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전략은 ‘한정판’이라는 손쉬운 카드를 버렸다는 점이다. 최근 독립 시계 브랜드 상당수는 소량 생산과 짧은 주문 기간을 앞세워 소비자의 조급함을 자극한다. 제품의 절대적 가치를 따지기 전에 ‘놓치면 끝’이라는 감정을 건드리는 방식은 초기 화제성을 만드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이런 한정판 남발은 브랜드의 영속성보다 순간의 품절만 남기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베다가 앵글스 기쉐를 상시 컬렉션으로 두기로 한 것은 희소성에 기대기보다 제품의 ‘얼굴’ 그 자체를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안착시키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상시 판매는 단순한 물량 정책을 넘어 브랜드의 자신감을 투영한다. 한정판이 휘발성 열기를 만든다면, 상시 모델은 제품을 오래 들여다보게 만든다. 어떤 장면에서 어울릴지, 시간이 지나도 진부해지지 않을지 사용자가 스스로 묻게 하는 구조다. 앵글스 기쉐가 채택한 바늘 없는 다이얼, 24시간 해·달 디스크, 37mm 팔각 케이스의 조합은 다른 제품으로 대체하기 어려운 선명한 윤곽을 가졌다. 반복 노출에도 견딜 수 있는 형태적 힘을 가졌기에 가능한 선택이다.

시각적 정체성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인 대목도 흥미롭다. 이 시계는 다이얼의 세로 결을 가죽 스트랩까지 그대로 이어 붙였다. 케이스와 스트랩이 분절되지 않고 하나의 유기적인 오브제처럼 읽히게 한 것이다.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일수록 장황한 설명보다 강렬한 첫인상이 필요하다는 점을 정확히 공략했다. 특히 스마트폰 화면에서 제품이 먼저 소비되는 환경에서, 스트랩까지 하나의 언어로 묶인 일체감은 시각적 압도감을 선사한다.

다만 이러한 일체화 전략은 사용자의 자유도를 제한하는 양날의 검이 된다. 시계 애호가들에게 스트랩을 교체하며 분위기를 바꾸는 ‘줄질’은 주요한 유희 중 하나다. 하지만 앵글스 기쉐처럼 다이얼과 스트랩이 하나의 표면으로 설계된 제품은 제짝이 아닌 스트랩을 매치하는 순간 조형적 완성도가 크게 흔들린다. 브랜드가 의도한 미학적 완결성 안에 사용자를 가둬두는 ‘잠금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디자인의 완결성과 사용자 취향의 확장성 사이에서 타협 없는 선택을 한 결과다.

Beda’a Debuts the Poetic Angles Guichets Model. 사진=Beda’a,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제품군을 스틸과 금도금 두 갈래로 나눈 것 역시 영리한 포석이다. 스틸 모델이 구조적 단정함을 선호하는 층을 겨냥한다면, 금도금 모델은 손목 위 존재감을 중시하는 패션 소비자에게 유효하다. 제품의 본질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서로 다른 구매 이유를 제시하며 소비자층을 넓혔다. 다만 금도금 모델은 필연적으로 표면 처리의 내구성과 지속성에 대한 설명 책임을 동반한다. 화려한 첫인상 뒤에 붙는 현실적인 의구심을 어떻게 해소하느냐가 판매의 관건이 될 것이다.

마케팅 측면에서 앵글스 기쉐의 가장 큰 자산은 ‘한 문장으로 요약되는 차별성’이다. 바늘이 없고 창 두 개로 시간을 읽는다는 설명만으로도 제품의 정체성이 절반 이상 전달된다. 정보 과잉 시대에 이처럼 짧고 강렬한 첫 문장을 확보했다는 것은 초기 반응을 끌어내는 데 결정적인 이점이 된다. 그러나 마케팅의 성공이 곧 브랜드의 안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사진이 주는 주목도와 브랜드에 대한 신뢰는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결국 베다와 같은 작은 브랜드가 넘어야 할 진짜 문턱은 제품 이미지 바깥에 있다. 생산 공정의 투명성, 사후 서비스(AS)의 안정성, 수정 무브먼트의 장기적인 신뢰성 등이 담보되지 않으면 온라인상의 화제는 결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대형 브랜드는 이름만으로 생략할 수 있는 이 수많은 질문에 대해 작은 브랜드는 운영으로 답해야 한다.

앵글스 기쉐는 첫 화면에서 충분히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시계는 사진으로 소유욕을 자극하고, 신뢰로 지갑을 열게 하며, 사용 경험으로 완성된다. 수량으로 조급함을 만들기보다 형태를 오래 남기기로 한 베다의 판매법이 통할지는 이제 마케팅이 아닌 ‘운영의 구간’에서 결정될 것이다. 2026년 독립 시계 시장에서 이들이 보여줄 사후 대응과 컬렉션 관리 능력이 앵글스 기쉐라는 파격적인 실험의 최종 성적표를 결정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