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화]연설보다 장보기, 구호보다 결제…제주 동문시장에서 드러난 이재명식 정치문화

4·3 참배, 타운홀미팅, 전통시장 방문으로 이어진 제주 일정 구호보다 구매와 접촉 장면이 앞선 현장 행보 생활 장면으로 민생을 드러내는 정치 문법 다시 확인

2026-04-01     임우경 기자
이재명 대통령 김혜경 여사 제주 동문시장 방문. 사진=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기자]3월 30일 오후 제주시 동문시장.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시장 골목을 1시간 넘게 걸었다. 제주 타운홀미팅을 마친 뒤 이어진 마지막 일정이었다. 대통령 부부는 과일모찌를 사고, 채소를 고르고, 생선을 샀다. 온누리상품권으로 값을 치렀고, 시장을 도는 동안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어린이들과 인사를 나눴다. 김 여사가 상품권을 다 쓰자 이 대통령이 자기 상품권을 건네는 장면도 나왔다. 상인들과 품목과 가격을 놓고 대화를 주고받고, 과일을 맛본 뒤 주변 사람들에게 권하는 모습도 이어졌다.

전통시장 방문 자체는 낯선 정치 일정이 아니다. 역대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반복해 온 대표적인 민생 행보다. 다만 이번 제주 동문시장 일정에서는 시장 방문을 구성하는 방식이 눈에 띄었다. 준비된 메시지나 긴 발언보다 물건을 고르고 값을 치르는 장면이 먼저 부각됐다. 무엇을 샀는지, 누구와 말을 나눴는지, 어떤 방식으로 시장을 돌았는지가 비교적 자세히 남았다. 대통령이 민생을 설명하는 장면보다 대통령이 시장 안에서 움직이는 장면이 앞에 놓인 일정이었다.

이재명 대통령 김혜경 여사 제주 동문시장 방문. 사진=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번 시장 방문은 제주 이틀 일정의 흐름 안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 대통령은 첫날 제주4·3평화공원을 찾아 참배했고, 다음 날에는 제주 현안을 놓고 주민들과 타운홀미팅을 했다. 동문시장 방문은 그 뒤에 이어졌다. 추모와 청취, 시장 방문이 차례로 이어진 셈이다. 국가폭력의 기억을 다루는 일정, 지역 현안을 듣는 일정, 생활 현장에 들어가는 일정이 한 동선 안에 묶이면서 이번 제주 방문의 인상도 그 순서대로 만들어졌다.

동문시장 일정에서 드러난 이재명식 정치문화의 특징은 거창한 구호보다 생활 장면을 앞세운다는 점이다. 이날 화면의 중심에는 연설문이나 상징적 발언보다 장보기와 결제, 사진 촬영과 시식, 짧은 대화가 놓였다. 대통령의 존재감도 단상 위 발언보다 시장 골목 안 접촉을 통해 드러났다. 상인과 품목을 두고 말을 섞고,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시민과 셀카를 찍는 장면이 반복되면서 권력의 모습도 낮은 높이에서 제시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부터 보여온 현장 중심 행보가 집권 뒤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재명 대통령 김혜경 여사 제주 동문시장 방문. 사진=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온누리상품권 사용은 이 일정의 또 다른 축이었다. 전통시장 지원과 내수 진작은 익숙한 정책 언어이지만, 이날 동문시장에서는 그 메시지가 브리핑보다 결제 장면으로 먼저 제시됐다. 대통령 부부가 직접 상품권으로 물건 값을 치르는 모습은 전통시장과 소상공인을 둘러싼 정부 메시지를 압축해서 보여준다. 정책을 말로 설명하기보다 생활 장면으로 옮겨 놓는 방식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방식은 장면의 전달력이 큰 만큼, 그 바깥의 성과도 함께 요구받게 된다. 시장 방문과 직접 구매는 상징성이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전통시장 경기나 소상공인 사정이 설명되지는 않는다. 생활 밀착형 행보가 반복될수록 평가는 더 구체적인 결과로 옮겨간다. 화면에 잡힌 친근함보다 실제 체감 경기와 정책 효과가 더 중요해진다는 뜻이다. 이번 제주 일정 역시 그런 점에서 상징과 성과를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동문시장 1시간은 이재명 대통령이 어떤 방식으로 정치를 보여주고 있는지 다시 확인하게 한 장면이었다. 이 대통령은 제주에서 4·3을 기렸고, 지역 현안을 들었고, 마지막에는 시장에서 장을 봤다. 국가의 과거와 행정의 현재, 생활 현장이 한 일정 안에 이어졌다. 이재명식 정치문화는 지금 이 세 장면을 큰 구호로 묶기보다 현장의 순서와 접촉의 방식으로 보여주는 쪽에 더 가까워 보인다. 연설보다 장보기, 설명보다 결제, 거리보다 접촉이 앞에 나오는 정치 문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