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춘 단장 6년 뚝심, 결실 맺다… 태권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 신청 완료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민간 주도로 'K-무형유산' 세계화 이끌어 국가유산청, 3월 31일 유네스코 본부에 신청서 제출… 올해 말 중국 샤먼 심사가 분수령 "태권도는 스포츠가 아닌 인류의 유산"… 최재춘 단장의 6년이 유네스코 문을 열었다
[KtN 임우경기자] 태권도가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를 향한 공식 첫걸음을 내딛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3월 31일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Taekwondo: A Dojang-centered Korean Training Tradition)'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대표목록 등재 신청서를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했다.
신청서에 담긴 태권도는 도장을 중심으로 사범과 수련생이 서로 존중하고 협력하는 관계 속에서 기술과 규범, 수련의 가치가 세대를 거쳐 전승되는 공동체 수련 문화로 규정됐다. 격투기나 올림픽 종목으로만 인식되어 온 태권도를 살아 숨 쉬는 문화 공동체의 산물로 재정의한 것이다. 등재 신청의 핵심 키워드가 '도장'인 것도 이 때문이다. 도장은 단순한 훈련 공간이 아닌, 스승과 제자 사이의 신뢰와 예(禮)가 세대를 넘어 흐르는 문화 전승의 현장으로 재조명된다.
신청서에는 태권도가 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에 부합한다는 점도 핵심 근거로 담겼다. 신체 단련과 정신 수양을 아우르는 수련 방식은 보건과 교육 분야에 기여하고, 성별·연령·장애를 초월한 포용적 참여 구조는 성평등과 사회통합 가치를 구현한다는 논지다.
6년의 뚝심… 최재춘 단장이 걸어온 길
이번 신청서 제출이 가능했던 데에는 한 사람의 집요한 헌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 태권도계의 공통된 증언이다.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의 최재춘 단장은 2020년 추진단 창설 이후 6년간 등재의 필요성을 외롭게 제기하며 국내외 공감대를 쌓아온 인물이다. 정부도, 태권도 주요 단체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던 시기부터 그는 학술 세미나를 열고, 정책 제안서를 작성하고, 전 세계 태권도인과의 네트워크를 직접 발로 뛰며 구축했다.
민간 단체인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의 지속적인 노력과 함께 유관부처 및 태권도 단체의 협의로 이루어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그가 강조해온 핵심 논점은 '태권도는 스포츠이기 이전에 무형유산'이라는 명제였다. 올림픽 종목으로서의 태권도가 아니라, 도장이라는 공동체 안에서 사제 간 신뢰와 규범이 전승되는 생활문화로서의 태권도를 국제사회에 설득하는 작업이 그의 6년이었다. 그 논리는 결국 이번 신청서의 핵심 프레임으로 채택됐다.
최재춘 단장은 "이번 성과는 끝이 아닌 시작"이라며 "태권도가 인류 공동의 문화유산으로 최종 등재되는 순간까지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추진단은 태권도의 가치 확산과 국제적 위상 제고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문화 트렌드가 된 태권도… 태권도 성지 전북의 기대감도 고조
유네스코 등재는 단순한 외교적 성과를 넘어 'K-문화' 전반의 지형을 바꿀 수 있는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K-팝, K-드라마, K-푸드에 이어 K-무형유산이 글로벌 문화 소비의 새 축으로 부상하는 흐름 속에서, 태권도의 유네스코 등재는 한국 문화 브랜드의 저변을 '정신적·공동체적 가치'로 확장하는 결정적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해외 유명 유튜브 채널과 SNS에서 도장 수련 문화, 사범과 제자의 관계, 태권도 철학을 다룬 콘텐츠가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며 문화적 관심의 전환이 감지되고 있다.
세계태권도연맹의 난민 선수 출전 기회 보장, 태권도 평화봉사단의 국제 파견, 한국국제협력단과 국기원의 개발도상국 보급사업 등도 평화구축 기여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신청서에 제시됐다. 태권도가 단순한 운동이 아닌 갈등을 넘는 문화 외교의 수단으로 기능해왔다는 국제적 근거들이다.
태권도가 인류무형유산에 등재될 경우 전북자치도는 세계 태권도인의 성지로서 위상이 한층 강화되고, 무주 태권도원을 중심으로 문화·관광·교육 산업의 확장도 기대된다.
관련 업계에서는 등재 확정 시 태권도 관련 콘텐츠·교육·관광 분야에서 수천억 원 규모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대 변수 '남북 공동등재'… 2026년 말 샤먼 심사가 분수령
북한은 2024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 등재 신청서를 이미 제출한 상태이며, 올해 말 중국 샤먼에서 열리는 제21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유산청은 2018년 씨름의 남북 공동등재에 이어 태권도의 두 번째 남북 공동등재를 희망하고 있다. 등재 여부는 북한과의 협의 방식 및 유네스코 심의 절차에 따라 공동 등재는 이르면 2026년 말, 확장 등재는 2027년 이후 결정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최재춘 단장 역시 남북 공동등재를 이번 추진의 궁극적 완성으로 보고 있다. 태권도가 남북 모두의 이름으로 세계 문화유산 목록에 오르는 순간, 그것은 스포츠와 문화를 넘어 분단된 한반도가 하나의 문화 정체성으로 세계에 발언하는 상징적 사건이 된다는 인식에서다. 추진단은 관련 기관과의 협의를 이어가며 태권도를 매개로 한 문화적 연대의 국제적 설득력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태권도는 현재 세계 210여 개국, 1억 명 이상이 수련하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문화다. 그 문화가 마침내 '인류의 유산'이라는 이름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6년간 홀로 깃발을 들었던 최재춘 단장의 뚝심이, 지금 이 흐름의 출발점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