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화]부활절 예배에 선 이재명, 여의도에서 꺼낸 말은 평화와 민생이었다
소강석 목사 향한 “오랜 친구” 한마디로 현장 온도 낮춘 뒤 곧장 중동 전쟁과 생활 불안 언급 종교 행사의 상징을 민생의 언어로 바꿔 말하는 이재명식 정치 문화가 예배당 안에서 드러났다
[KtN 박준식기자]이재명 대통령은 5일 오후 김혜경 여사와 함께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2026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 참석했다. 이날 예배에는 73개 교단, 7천여 명이 함께했다. 주제는 ‘부활! 평화! 사랑’, 표어는 ‘생명의 부활, 한반도 평화’였다.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의 대회사로 문을 연 예배는 대표기도, 성경봉독, 설교, 특별기도, 통성기도, 축도로 이어졌다. 설교는 김정석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이 맡았다.
대통령 부부는 앞줄에 앉아 예배 순서를 따라갔다. 이 대통령은 손을 모아 기도했고, 사도신경을 함께 읊었고, 헌금 순서에도 참여했다. 정치인이 대형 종교 행사에 참석하면 몸짓 하나도 과장되기 쉽다. 그러나 이날 장면은 앞에 나서기보다 예배의 흐름 안으로 들어가는 쪽에 가까웠다. 존재감을 세우기보다 자리에 맞는 태도를 택했고, 말할 순간이 오자 짧고 분명하게 말을 꺼냈다. 예배당 안의 공기를 읽는 감각이 먼저 보였다.
현장의 긴장을 푼 대목은 축사 첫머리였다. 이 대통령은 직전 환영사를 한 소강석 목사를 두고 “제 오랜 친구”라고 말했다. 격식이 강한 자리에서 나온 짧은 위트였다. 웃음을 얹고 분위기를 푸는 한마디였지만, 그 말은 가볍게 흘러가지 않았다. 오랜 인연을 현장감 있게 꺼내 들면서도 그 자리를 친분 소개의 무대로 만들지 않고, 곧바로 예배와 국민, 평화와 위기로 화제를 넘겨 갔다. 친분을 눌러 숨긴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순간에 활용하고 다음 문장으로 매끄럽게 이어가는 감각에 가까웠다. 이 대통령 특유의 현장 정치가 드러난 대목이기도 했다.
연설의 출발은 성경 구절이었다.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부활한 예수가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에게 건넨 말이다. 그러나 축사의 무게는 교리보다 현실에 실렸다. 이 대통령은 세계의 평화와 번영 질서가 약해지고, 연대와 화합보다 갈등과 다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중동 전쟁으로 전 세계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고, 회복 국면의 한국 경제도 직접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진단했다. 부활절 예배에 참석한 대통령이 꺼낸 말이 추상적 덕담이 아니라 국제 정세와 생활 불안이었다는 점에서 이날 축사의 결은 분명했다. 평강이라는 종교의 언어가 곧장 물가와 경제 심리, 국민의 삶으로 내려왔다.
민생 대목은 더 직접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어려운 분들일수록 더 각별히 살피고, 더 두텁고 세심하게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중동 전쟁으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겠다고도 했다. 더 큰 위기로 번지지 않도록, 힘든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삶이 더 곤궁해지지 않도록, 가용한 모든 정책 수단을 활용해 대응하겠다는 약속도 내놨다. 종교 행사에 나온 축사였지만, 국민이 귀에 담게 되는 문장은 결국 생활 방어와 위기 관리였다. 예배당 안에서 나온 말이 예배당 밖의 밥상과 가계로 이어진 셈이다.
한국 정치 문화의 맥락에서 보면 이날 장면은 익숙한 풍경과 다른 결이 한자리에 놓여 있었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여야 대표, 서울시장이 대형 종교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일은 낯설지 않다. 종교는 오랫동안 한국 정치의 주요 접점 가운데 하나였다. 다만 이번 부활절 예배에서 눈길을 끈 것은 종교 행사의 상징을 국정의 현실 언어로 옮기는 방식이었다. 종교계에 대한 예우는 분명히 갖췄다. 그렇다고 종교적 열성을 앞세우거나 교계와의 밀착을 과장하지도 않았다. 예배당에서 가장 길게 남은 문장은 결국 평화, 민생, 취약계층, 위기 대응이었다.
이 지점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강점도 읽힌다. 상징을 버리지 않되 상징에만 기대지 않는 점이다. 예배당에 가면 예배당의 언어를 쓴다. 그러나 마지막 문장은 늘 행정과 생활로 닫는다. 평화와 사랑을 말한 뒤 곧바로 전쟁과 경제를 말하고, 위로를 건넨 뒤 바로 지원과 대응을 꺼낸다. 감정의 공간에 들어가서도 결론은 정책과 민생으로 가져오는 방식이다. 정치인의 말이 지나치게 뜨거워지면 실체가 흐려지고, 지나치게 건조해지면 사람의 마음에 닿지 않는다. 이날 이 대통령의 화법은 그 중간을 겨냥했다. “오랜 친구”라는 한마디로 현장의 온도를 낮춘 뒤, 다시 냉정한 국정 언어로 복귀하는 리듬이 분명했다.
물론 대통령의 종교 행사 참석은 언제나 해석이 갈린다. 특정 종교 행사에 모습을 보이고 특정 목회자와의 오랜 인연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장면은, 보는 사람에 따라 친근하게 읽힐 수도 있고 조심스럽게 받아들여질 수도 있다. 그래서 더 중요한 것은 장면보다 그 뒤에 남는 문장이다. 이날 이 대통령이 길게 남긴 것은 교계와의 친분보다 평화와 연대, 민생 안정, 취약계층 보호라는 단어들이었다. 인간적 온기는 짧게 스쳤고, 국정 메시지는 길게 이어졌다. 그 순서와 비중이 흐트러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날 참석은 종교 무대에 기대려는 행보라기보다, 종교의 상징을 빌려 국민 생활의 불안을 다루는 정치의 장면에 가까웠다.
예배 뒤 동선도 하루의 성격을 보여준다. 대통령 부부는 여의도 윤중로로 자리를 옮겨 벚꽃을 보러 나온 시민들과 사진을 찍고 인사를 나눴다. 예배당에서 시작한 일정이 곧바로 시민과의 접촉으로 이어진 것이다. 교회 안에서는 평강과 위기를 말했고, 교회 밖에서는 시민들 속으로 들어갔다. 종교 행사 참석이 의전으로만 끝나지 않고 생활 현장과 맞닿는 장면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날 일정은 하나의 흐름을 만들었다. 상징과 민생, 의전과 접촉, 위로와 대응을 한날한시에 묶어 낸 셈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 부활절 연합예배는 종교 행사였다. 동시에 2026년 봄 한국 정치의 한 단면을 보여준 현장이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예배당에 들어가 손을 모아 기도했고, 짧은 위트로 웃음을 만들었고, 다시 얼굴을 굳혀 전쟁과 경제를 말했다. 부활절의 언어는 평강에서 시작됐지만 대통령의 문장은 생활로 향했다. 종교의 상징만 남긴 자리가 아니라, 현실의 위기와 민생의 무게를 함께 꺼내 놓은 자리였다. 이재명 대통령에게 이날 부활절은 신앙의 수사만 머문 무대가 아니라, 평화와 민생을 한 문장 안에 묶어 낸 정치의 현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