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리포트] 제니 레이밴 발탁…스마트 글래스 대중화 시험대

전통 아이웨어 강자, K-팝 스타 전면에 세워 패션과 AI 안경 동시 공략

2026-04-11     홍은희 기자
BLACKPINK's JENNIE Named New Global Ambassador for Ray-Ban and Ray-Ban Meta. 사진=Ray-Ban,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홍은희기자]블랙핑크 제니가 레이밴의 글로벌 앰배서더로 나섰다. 레이밴은 2026년 봄 제니를 앞세운 새 캠페인을 공개했고, 같은 시기 스마트 안경 라인인 레이밴 메타 2세대 제품군도 전면에 배치했다. 패션 프레임과 AI 웨어러블을 한 화면에 올린 구성이다. 안경 브랜드의 얼굴 교체로만 보기 어려운 장면이다. 전통적인 아이웨어 기업이 새 성장축으로 키우는 스마트 글래스 시장에 한국 가수를 가장 앞줄에 세웠기 때문이다.

레이밴은 오랫동안 선글라스와 안경 시장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해 왔다. 시장에서 이미 이름이 알려진 브랜드가 제니를 기용한 까닭은 인지도 보강보다 다른 데 있다. 스마트 글래스는 아직 대중에게 익숙한 생활용품이 아니다. 이어폰이나 스마트워치처럼 몸에 익은 기기와 달리 안경은 얼굴 한가운데 올라간다. 디자인이 어색하면 손이 가지 않고, 성능 설명이 길어질수록 거리감이 커진다. 판매 경쟁의 출발점도 사양표가 아니라 착용 장면에 놓인다. 누가 써도 자연스러워 보이는지, 일상복과 어울리는지, 밖에 쓰고 나가도 부담이 적은지가 먼저 따져진다. 레이밴이 제니를 전면에 세운 배경도 여기에 가깝다. 스마트 글래스를 먼저 기술기기로 설명하기보다 패션 아이템으로 익숙하게 보이게 하려는 계산이다.

이번 캠페인에 함께 등장한 제품군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제니가 착용한 프레임은 1990년대 감각을 끌어온 랩 스타일, 캐트아이 계열 실루엣, 금속 프레임 등으로 구성됐다. 스마트 안경은 별도 전자기기처럼 튀어나오지 않는다. 일반 프레임 사이에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간다. 브랜드가 내세운 장면은 “기능이 많은 안경”이 아니라 “그냥 쓰고 싶은 안경”에 가깝다. 스마트 글래스 시장이 아직 넘어야 할 문턱이 어디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소비자는 카메라 화질이나 음성 기능보다 먼저 얼굴 위에서 어색하지 않은지를 본다. 제니의 기용은 그 첫 판단을 겨냥한다. 기술에 대한 거리감보다 스타일에 대한 호감을 앞세우는 방식이다.

제품 자체도 더 이상 시험용 전자기기 단계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레이밴 메타 2세대 제품군은 촬영, 통화, 음성 호출, 오디오 기능을 결합한 형태로 판매되고 있다. 웨이페어러 2세대와 스카일러 2세대는 379달러, 블레이저 옵틱스 2세대는 499달러에 책정됐다. 가격만 놓고 보면 일반 선글라스보다 한 단계 높은 시장을 겨냥한 구성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단가가 높은 신제품군을 키우는 셈이지만, 소비자 쪽에서 보면 판단 기준이 더 까다로워진다. 단순한 호기심만으로는 지갑을 열기 어렵고, 산 뒤에 계속 쓸 이유가 분명해야 한다. 그래서 브랜드는 기능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 제품이 어떤 옷차림과 어떤 생활 장면에 붙는지, 착용이 얼마나 자연스러운지까지 함께 보여줘야 한다. 제니 캠페인은 바로 그 지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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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팝과 한국 가수의 위상 변화도 빼놓기 어렵다. 글로벌 브랜드가 한국 가수를 내세우는 일이 더 이상 아시아 시장용 지역 마케팅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은 이미 여러 사례에서 확인됐다. 한국 가수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를 동시에 움직이는 대중문화의 주체로 자리 잡았다. 음악 활동 하나가 광고, 패션, 숏폼 영상, 온라인 화제성으로 곧바로 번진다. 브랜드가 얻는 효과도 단순 노출을 넘어선다. 새 캠페인이 공개되는 순간 음악 팬덤과 패션 소비층, 플랫폼 이용자가 한꺼번에 반응한다. 제니는 그 흐름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다. 그룹 활동과 솔로 활동을 거치며 구축한 국제적 인지도, 패션계에서 쌓아온 존재감,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한 확산력까지 겹친다. 레이밴 입장에서는 안경 브랜드의 전통성과 K-팝 스타의 동시대성을 한 화면에 묶을 수 있는 카드다.

여기서 더 눈에 띄는 대목은 기용 대상이 향수나 가방, 의류가 아니라 스마트 안경이라는 점이다. 패션 산업에서 스타 마케팅은 낯선 방식이 아니다. 다만 스마트 글래스는 사정이 다르다. 안경테 안에 카메라와 마이크, 음성 기능, 각종 연결 기능이 함께 들어간다. 제품 설명이 길고, 소비자도 기능과 사생활 문제를 함께 따진다. 기술 장벽과 심리적 장벽이 동시에 놓여 있다. 이런 제품군에 K-팝 스타를 세운 것은 단순한 화제성 확보 차원을 넘는다. 소비자가 가장 먼저 느끼는 낯섦을 줄이기 위한 선택에 가깝다. 말로 길게 설명하기보다 “저렇게 쓰면 어색하지 않다”는 장면을 먼저 보여주는 편이 빠르기 때문이다. 제니가 가진 힘도 여기에 있다. 스펙을 대신 설명하는 인물이 아니라, 새 제품이 일상복 안에 들어가는 장면을 먼저 납득시키는 인물이라는 점이다.

기업 실적 흐름까지 놓고 보면 이번 발탁의 계산은 더 선명해진다. 에실로룩소티카는 메타와 손잡고 스마트 안경 사업을 확대해 왔다. AI 안경 판매량은 이미 의미 있는 규모까지 올라섰다. 시장의 관심도 “제품이 팔리느냐”에서 “얼마나 더 넓은 소비층으로 번지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기존 얼리어답터와 테크 친화층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뚜렷하다. 결국 일반 안경 수요층을 얼마나 끌어오느냐가 다음 단계의 승부처가 된다. 제니 기용은 바로 그 확장 구간을 겨냥한 카드로 읽힌다. 안경을 패션으로 소비하는 층, K-팝을 통해 브랜드를 접하는 젊은 층, 새 기기에 관심은 있지만 기술 이미지에는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까지 한꺼번에 묶어내려는 시도다.

“이 조합이 실화?” 제니·고윤정, 샤넬 쇼 현장서 포착된 의외의 친분… ‘얼굴 공격’ 주의보  사진=2026. 03.10  @jennierubyjane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물론 기대만으로 시장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가격 부담은 여전히 뚜렷하다. 379달러에서 499달러에 이르는 가격대는 충동구매로 접근하기 어렵다. AI 기능이 실제 생활에서 얼마나 자주 쓰일지도 더 검증돼야 한다. 사진 촬영과 음성 호출, 통화, 오디오 기능이 한 몸에 들어갔다고 해도, 소비자가 매일 쓰는 습관으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사생활 침해 논란도 반복해서 따라붙는다. 스마트 글래스는 구조상 카메라 탑재에 대한 경계심을 피하기 어렵다. 브랜드와 플랫폼 사업자가 표시등과 이용 규정을 내놓더라도, 공공장소에서 느끼는 타인의 불편까지 단숨에 지우기는 어렵다. 식당과 공연장, 거리와 대중교통에서 카메라 달린 안경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지는 여전히 시장 바깥의 과제다. 디자인과 성능이 좋아졌다고 해도 사회적 수용성이 따라오지 않으면 대중화 속도는 더뎌질 수밖에 없다.

유행의 지속성도 변수다. 제니가 내세운 스타일 가운데는 복고 감각을 활용한 프레임이 적지 않다. 복고풍 디자인은 주목도를 끌어올리는 데 유리하지만, 유행이 꺾이는 순간 제품 수명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반대로 레이밴처럼 오랜 브랜드는 유행을 좇기만 할 수도 없다. 너무 빠르게 젊어 보이려 하면 고유 이미지가 흔들리고, 너무 전통만 고집하면 새 기술 제품이 낡아 보인다. 이번 캠페인은 그 사이 균형을 찾으려는 시도로 읽힌다. 제니의 동시대성과 레이밴의 역사성을 한 장면에 겹쳐 놓고, 스마트 안경까지 같은 흐름에 올려놓는 방식이다.

제니 발탁은 두 흐름이 만나는 자리다. 한국 가수가 세계 브랜드의 중심에 놓이는 시대 변화가 한 축이라면, 안경 회사가 AI 웨어러블 시장으로 몸집을 넓히는 산업 변화가 다른 한 축이다. 레이밴은 이번 캠페인에서 두 축을 한 번에 묶었다. K-팝 스타를 앞세워 새 기술 제품의 낯섦을 줄이고, 패션의 언어로 스마트 글래스를 설명하려는 시도다. 남은 판단은 시장이 내리게 된다. 제니의 화제성이 실제 판매로 얼마나 이어질지, 스마트 안경이 한철 관심을 넘어 일상적 착용 문화로 자리 잡을지, 가격과 사생활 문제를 넘어서 더 넓은 소비층으로 번질지가 다음 순서다. 레이밴은 이미 첫 장면을 꺼냈다. 이후 성패는 매장과 거리, 소비자 선택에서 갈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