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산업①] 미국 스트리밍 재편, 가입자 경쟁 끝나자 ‘수익성 전쟁’ 시작됐다

가입자 확대 중심 10년 국면 종료… 콘텐츠 투자·마케팅비 급증에 따른 구조적 한계 노출

2026-04-13     조종식 기자
美 타임지가 꼽은 올해 최고의 K드라마, ‘폭싹 속았수다’  사진=2026. 01.08 넷플릭스 /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지 로고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조종식기자]한때 미국 스트리밍 시장의 승부는 단순했다. 누가 더 빨리, 더 많은 가입자를 모으느냐가 유일한 기준이었다. 넷플릭스가 열어젖힌 이 시장에 디즈니, 워너브라더스, 유니버설 등 전통의 미디어 거물들이 앞다투어 뛰어들며 가입자 유치 경쟁은 극에 달했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시장은 다른 질문 앞에 서 있다. 가입자를 더 모으는 일이 아니라, 천문학적으로 불어난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고 수익을 어떻게 회수할 것인가가 더 무거운 과제가 됐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LA)비즈니스센터 보고서는 미국 스트리밍 산업이 지난 10여 년의 가입자 확대 중심 국면을 지나 수익성 회복과 산업 구조 재편이 핵심 과제로 떠오른 전환기에 들어섰다고 짚었다.

시장이 여기까지 온 배경에는 2020년 전후 본격화한 OTT 경쟁이 있다. 디즈니플러스, 워너브라더스디스커버리(WBD)의 맥스(MAX), NBC유니버설의 피콕 등 전통 미디어 기업들이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 규모는 비약적으로 커졌다. 하지만 그만큼 비용 구조도 빠르게 무거워졌다. 보고서는 이 시기 확장이 시장 성장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나, 동시에 콘텐츠 투자 비용과 이용자 확보 비용을 급격히 끌어올려 산업 전반의 수익 구조를 악화시켰다고 분석했다. 대형 서비스가 단기간에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선택한 막대한 콘텐츠 투자와 마케팅 비용 지출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이 비용이 일시적인 부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은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를 멈출 수 없는 숙명을 지닌다. 하지만 개별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수익은 제한적이고, 특히 영화나 드라마 중심의 소비는 공개 직후 짧은 기간에만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는 플랫폼 입장에서 장기적이고 반복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보고서는 이 지점을 ‘콘텐츠 투자와 수익 회수 간의 구조적 불균형’으로 정의했다.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정작 그만큼의 수익이 회수되는 구조는 아니라는 의미다.

가입자를 모으는 비용도 예전 같지 않다. OTT 도입 초기에는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 몇 편과 비교적 낮은 가격 정책만으로도 이용자를 빠르게 흡수할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는 주요 플랫폼들의 콘텐츠 경쟁력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상향 평준화되면서 신규 가입자 한 명을 확보하거나 기존 가입자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이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특히 이용자들이 동시에 여러 서비스를 구독하는 멀티 구독 환경이 자리 잡으면서, 개별 플랫폼의 가격 인상은 곧바로 가입자 이탈(Churn)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보고서가 구독형(SVOD) 모델의 한계로 가격 인상을 통한 수익 개선의 제약과 콘텐츠 투자 확대가 가입자 증가로 연결되지 않는 비효율성을 지적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의 미국 스트리밍 시장은 비용은 계속 우상향하는 반면 수익은 일정 수준에서 정체되는 비대칭 구조에 갇혔다. 이 국면에서 기업들이 꺼내 든 해법은 성장의 가속이 아니라 수익성의 방어다. 보고서는 스트리밍 산업이 자연스럽게 규모의 경제 확보와 비용 통합을 통한 수익성 개선 전략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콘텐츠 제작부터 기술 인프라, 마케팅, 데이터 운영에 이르는 주요 비용 요소를 합쳐 단위 비용을 낮추고, 여러 서비스와 콘텐츠를 묶어 이용자의 체류 시간을 늘리는 방향이다. 광고 없는 프리미엄 구독 모델만으로는 현재의 고정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광고 요금제와 무료 광고 기반 서비스(FAST)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이 산업의 표준으로 굳어지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전략 수정을 넘어 산업의 체질 자체가 바뀌는 과정이다. 보고서는 스트리밍 산업의 본질을 고정비 중심 산업으로 규정한다. 제작비와 플랫폼 운영비, 기술 인프라 비용 대부분이 고정비 성격을 띠기 때문에 일정 규모 이상의 가입자나 수익원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익성을 달성하기 어렵다. 결국 기업들에 남은 선택지는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거나 몸집을 더 키워 고정비를 분산하는 것뿐이다. 최근 이어지는 미디어 인수합병(M&A)과 플랫폼 통합 움직임은 선택적 성장 전략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구조 재편으로 읽힌다. 스트리밍 산업이 더 이상 단순한 ‘콘텐츠 경쟁’이 아니라 ‘운영 효율성과 자본 구조’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시장의 시선도 이미 달라졌다. 과거에는 어떤 플랫폼이 더 많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확보했는지, 가입자 수를 분기마다 얼마나 늘렸는지가 핵심 지표였다. 하지만 지금은 이용자 1인당 평균 수익(ARPU), 체류 시간, 광고 수익화 효율, 비용 절감 능력이 더 중요한 잣대로 부상했다. 미국 스트리밍 산업은 성장 서사가 임계점에 도달한 뒤, 수익 구조와 운영 체계를 다시 짜는 국면으로 완전히 넘어갔다. 많이 만들고 많이 모으는 시대를 지나, 적자를 줄이고 누가 더 오래 버티는 구조를 갖추느냐의 시대로 진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