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트렌드①] 커지는 세계 음악시장, 갈라지는 K-pop의 두 개 소비지형
빌보드 정상·글로벌 스트리밍 확대·국내 음원 둔화, 한 장르 안에서 벌어지는 상반된 성장 곡선
[KtN 신미희기자]BTS 정규 5집 ‘ARIRANG’은 4월 18일자 빌보드 200에서 3주 연속 1위를 지켰다. 같은 시기 글로벌 싱글 시장에서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가 가장 강한 파급력을 보였고, 글로벌 앨범 차트 상위권에는 K-pop 사운드트랙과 아이돌 음반이 함께 자리했다. 미국 메인 차트와 글로벌 스트리밍 시장을 놓고 보면 K-pop은 더 넓어졌고, 더 깊게 들어갔다. 보이그룹 한 팀의 돌파나 팬덤의 집중 구매만으로 설명하던 시기는 이미 지나갔다. 그룹, 솔로, 사운드트랙이 한꺼번에 상위권에 오르는 장면이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 안쪽 숫자는 다른 방향을 가리킨다. 2025년 연간 기준 국내 음원 이용량은 전년보다 5.0% 줄었고, 앨범 판매량도 7.4% 감소했다. 세계 차트에서는 존재감이 커졌는데, 국내 소비 총량은 오히려 줄었다는 뜻이다. 같은 K-pop을 두고 바깥 시장과 안쪽 시장이 서로 다른 리듬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흥행과 침체 가운데 어느 한 단어로 정리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 K-pop은 커지는 시장과 식는 시장을 동시에 품고 있다.
세계 음악산업의 바깥 판은 분명히 확대 국면이다. 2025년 세계 음반시장 매출은 317억달러로 전년보다 6.4% 늘었다. 11년 연속 성장이다. 스트리밍이 중심을 지탱했다. 전체 음악 수입 가운데 스트리밍 비중은 약 70%에 이르렀고, 유료 구독 이용자는 8억3700만명까지 늘었다. 이제 음악산업의 주된 질문은 음반이 얼마나 팔리느냐보다 어떤 플랫폼에서 얼마나 오래 소비되느냐로 옮겨갔다. 미국과 유럽만의 확장도 아니다. 아시아가 빠르게 몸집을 키웠고, 중국은 독일을 제치고 세계 4위 음악시장으로 올라섰다. 일본 역시 다시 성장세로 돌아섰다. 시장의 무게중심이 서구권 단일 축에서 다극 구조로 이동하는 흐름이 뚜렷해졌다.
스트리밍 시장의 언어도 달라졌다. 글로벌 톱50에 오른 곡의 언어 수는 16개로 늘었다. 2020년과 비교하면 두 배가 넘는다. 영어권 팝이 시장의 거의 전부를 차지하던 시기와는 다른 장면이다. 브라질리언 펑크, 라틴 트랩, 라틴 어번, 레게톤, K-pop이 함께 몸집을 키우는 구조가 굳어졌다. K-pop 성장률이 31%를 기록한 점은 상징적이다. 더 이상 주변부 장르의 반짝 돌풍으로 보기 어렵다. 세계 시장의 소비 패턴 자체가 바뀌고 있고, K-pop은 그 변화의 수혜 장르이자 대표 장르로 들어섰다.
그래서 올해 K-pop의 바깥 성적표는 결이 다르다. 예전에는 미국 차트 성과를 두고 특정 팀의 팬덤 동원력부터 거론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은 설명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글로벌 싱글 차트 상단에 오른 곡의 유형이 넓어졌고, 앨범 차트에서도 그룹 음반뿐 아니라 솔로 프로젝트와 사운드트랙이 함께 움직인다. 로제의 ‘APT.’가 글로벌 싱글 시장 최상단을 찍었고, 스트레이 키즈와 세븐틴, 엔하이픈 같은 팀들이 앨범 차트에서 고르게 존재감을 드러냈다. ‘KPop Demon Hunters’ 같은 사운드트랙이 상위권에 자리한 점도 눈에 띈다. 음악, 영상, 캐릭터, 팬덤 소비가 한 덩어리로 묶이는 방식이 차트에 반영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미국 차트에서 확인되는 장면도 비슷하다. 4월 18일자 빌보드 200에는 BTS가 1위, ‘KPop Demon Hunters’ 사운드트랙이 13위, 몬스타엑스의 ‘Unfold’가 41위에 올라 있다. 한 주의 이벤트성 진입으로 보기에는 조합이 넓다. 대형 보이그룹, 확장형 IP, 기존 팬덤을 지닌 팀이 동시에 차트에 걸쳐 있다. K-pop의 해외 성과를 해석할 때 이제는 ‘누가 얼마나 많이 팔았는가’만으로 부족하다. 어떤 포맷이, 어느 플랫폼에서, 어떤 팬덤 바깥까지 도달했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반대로 한국 안쪽 시장은 총량 둔화가 뚜렷하다. 음원 이용량 감소가 먼저 눈에 들어오고, 앨범 판매량도 함께 내려왔다. 장르 전체의 열기가 꺼졌다고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예전 같은 가파른 팽창 구간은 지났다고 봐야 한다. 생활 속 반복 청취가 줄고, 신곡 한두 곡이 전국적 대중성을 압도하던 장면도 예전보다 드물어졌다. 국내 차트 안에서는 발라드, 록, 댄스가 여전히 넓게 소비되는데, 해외에서 주목받는 K-pop의 확장 공식과는 결이 조금 다르다. 같은 장르를 두고도 한국 안에서는 로컬 취향과 일상 소비가 더 강하게 작동하고, 바깥에서는 글로벌 팝 문법과 팬덤 중심 소비가 더 선명하게 나타난다.
국내 시장의 변화는 피지컬 안쪽에서도 드러난다. 앨범 판매량 전체는 줄었지만, 플랫폼 앨범은 오히려 비중이 커졌다. 위버스 앨범, 네모 앨범 같은 형태가 대표적이다. 포토카드, 팬사인회 응모, 디지털 연동, 휴대성, 팬덤 인증 같은 요소가 결합된 상품이다. 예전처럼 대량 피지컬 판매가 시장을 밀어 올리는 방식과는 다른 방향이다. 단순히 CD를 많이 파는 구조가 아니라 소장, 응모, 인증, 커뮤니티 경험을 묶은 상품이 비중을 키우고 있다. 총량 감소만 보면 위축처럼 보이지만, 내부 구조를 뜯어보면 상품은 다른 쪽으로 재편되고 있다.
수출 지형 변화는 더 선명하다. 일본 비중은 27%로 처음 30% 아래로 내려왔고, 중국은 23%로 미국 21%를 제치고 2위에 올랐다. 일본·중국·미국 상위 3개국 합산 점유율은 71%로 2019년 이후 가장 낮았다. 한쪽으로 쏠렸던 수출 구조가 더 넓게 퍼지고 있다는 얘기다. 일본 독주가 약해진 자리를 중국과 미국이 나눠 갖는 데 그치지 않고, 전체 시장 자체가 여러 지역으로 분산되고 있다. 숫자만 놓고 보면 K-pop은 국내에서 식고 해외에서 뜨는 장르가 아니라, 국내에서는 소비 강도가 낮아지고 해외에서는 판로가 넓어지는 장르에 가깝다. ‘성장’과 ‘둔화’가 동시에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쯤 되면 질문도 달라져야 한다. K-pop이 성장하느냐, 꺾이느냐를 묻는 방식으로는 지금의 시장을 제대로 읽기 어렵다. 어디서 성장하느냐, 어떤 상품이 살아남느냐, 어느 지역에서 수요가 옮겨가느냐를 따져야 한다. 해외에서는 스트리밍과 투어, 사운드트랙과 IP 확장이 함께 붙고 있다. 한국 안에서는 음원 총량이 줄고 피지컬 판매도 둔화하지만, 팬덤 기반의 상품 전환은 더 빨라진다. 같은 장르 안에서 시장이 둘로 갈라져 움직이는 구조다. K-pop을 이제 단일한 국내 음악시장 상품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실제 수익 구조도 이 흐름을 뒷받침한다. 시장이 커졌다는 말이 곧바로 모든 매출의 동반 상승을 뜻하지는 않는다. 음반 몇 장이 더 팔렸느냐보다 공연, MD, 팬 커뮤니티, 라이선스, 영상 연계 수익이 얼마나 붙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BTS 컴백과 월드투어가 음악 기사로만 끝나지 않고 관광, 극장 상영, 도시 소비 기사로 번지는 까닭도 여기 있다. K-pop은 더 이상 음반과 음원만으로 측정되는 산업이 아니다. 음악이 출발점이지만, 돈이 움직이는 지점은 이미 공연장과 플랫폼, 여행과 콘텐츠 유통망 쪽으로 넓어졌다.
그렇다고 국내 시장의 둔화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국내 소비 총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대중적 기반이 약해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해외에서 성과를 내는 팀과 국내에서 넓은 청취를 얻는 곡의 결이 벌어질수록, 산업 전체는 팬덤형 흥행과 대중형 소비 사이에서 더 뚜렷한 분화를 겪게 된다. 글로벌 성공이 커질수록 한국 안쪽의 공감대와 생활 밀착형 소비가 더 약해질 가능성도 있다. 반대로 국내 차트에 오래 남는 곡이 글로벌 확장에서는 힘을 덜 받는 장면도 늘 수 있다. 어느 한쪽만으로는 K-pop 전체를 설명하기 어려운 시대다.
2026년 음악시장의 첫 번째 장면은 그래서 ‘K-pop의 두 개 시장’이다. 세계에선 더 크게 팔리고 더 넓게 들리는데, 한국 안에서는 예전 같은 속도로 팽창하지 않는다. 빌보드 200 정상, 글로벌 싱글 1위, 다수의 K-pop 앨범과 사운드트랙의 동시 진입은 바깥 시장의 확장을 보여준다. 음원 이용량 5.0% 감소와 앨범 판매량 7.4% 감소는 한국 안의 다른 현실을 보여준다. 숫자는 서로 반대편을 향하지만, 두 흐름은 같은 산업 안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K-pop을 읽는 기준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단순히 잘나간다는 말로는 부족하고, 한때 같아 보였던 시장을 이제는 분리해 봐야 한다. 해외에선 스트리밍과 차트, 공연과 IP가 시장을 키우고 있다. 국내에선 음원과 앨범 총량이 둔화하는 대신 상품 구조와 팬덤 소비 방식이 바뀌고 있다. 2026년 K-pop을 가르는 기준은 흥행 그 자체가 아니라 흥행이 발생하는 자리다. 다음 국면은 이미 공연장과 공항, 숙박업계와 극장가로 번지고 있다. 2편에서는 BTS 컴백 이후 음악을 넘어 관광과 소비로 번진 현장을 따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