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트렌드②] BTS 컴백 특수와 관광 소비의 폭발, 공연장 밖으로 번진 555억원의 행렬

고양 스타디움·인천공항·극장가·카드매출, 음악 한 장이 뒤흔든 4월의 소비 지도

2026-04-20     신미희 기자
 '함께 스윔 해요' 방탄소년단(BTS), 빗속 뚫고 새 월드투어 '아리랑 (ARIRANG)' 5만 아미와 보랏빛 교감    사진=2026. 04.10  빅히트 뮤직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BTS 공연을 보러 온 외국인 관객이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한국에서 쓴 돈은 555억원이었다. 1인당 평균 결제액은 185만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시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월 한 달 206만명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1분기 누적 관광객도 476만명으로 같은 기간 기준 가장 많았다. 공연 기사 첫머리에 좌석 수보다 카드 사용액과 입국자 수가 먼저 오르는 장면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올해 BTS 컴백은 앨범 판매나 차트 성적만으로는 설명이 끝나지 않는다. 공연은 공항과 숙박, 극장과 유통으로 이어지는 소비의 길을 함께 열었다.

출발점은 고양이었다. BTS는 4월 9일 경기 고양에서 월드투어 ‘ARIRANG’을 시작했다. 이번 투어는 34개 도시, 82회 공연으로 내년 3월까지 이어진다. K-pop 단일 투어로는 이례적으로 긴 일정이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한 차례 대형 공연을 열고 끝내는 방식이 아니다. 컴백 앨범과 스타디움 공연, 글로벌 상영과 해외 순회가 한 흐름으로 짜였다. 공연 한두 번의 흥행에 그치는 게 아니라, 장기간 움직이는 거대한 소비권을 만드는 방식이다. 고양은 그 흐름의 첫 출발점이었다.

숫자는 곧바로 반응했다. 3월 방한 외국인은 206만명으로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1분기 누적은 476만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23% 늘었다. 가장 큰 비중은 중국이 차지했지만, 일본과 대만 등 주변 시장의 유입도 함께 늘었다. 정부는 중국인 관광 회복과 함께 BTS 활동 재개를 포함한 한류 콘텐츠의 파급을 주요 배경으로 짚었다. 관광 통계의 원인을 한 팀에만 돌릴 수는 없지만, 적어도 2026년 봄 한국 관광시장에서 BTS 컴백이 뚜렷한 계기로 작동했다는 점은 숫자로 확인된다. 문화산업의 화제성이 실제 입국 흐름과 카드 결제로 이어졌다는 뜻이다.

더 눈에 띄는 대목은 지출의 성격이다. 외국인 BTS 공연 관람객의 국내 소비액은 555억원으로 추산됐다. 기간은 1월부터 4월까지다. 공연 티켓 값만 더한 액수로 보기 어렵다. 항공과 숙박, 식음료, 교통, 쇼핑이 한꺼번에 묶인 결과로 보는 쪽이 자연스럽다. 외국인 카드 사용액 전체도 1분기 3조2100억원으로 23% 늘었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 도시에서 무엇을 사고 얼마나 머무는지는 이제 산업 기사와 유통 기사, 관광 기사에서 함께 다뤄야 할 항목이 됐다. 음반 한 장의 판매가 끝나는 자리에 여행 일정 하나가 들어오고, 티켓 한 장의 가격 뒤에 체류비와 이동 경로가 붙는다. K-pop을 수출 품목이라고만 부르기에는 이미 범위가 너무 넓어졌다. 한국을 찾게 만드는 방문 동기에 더 가깝다.

방탄소년단(BTS)  ‘아리랑’ 빌보드 200 3주 연속 1위… 6월 데뷔 13주년 부산 입성 사진=2026. 04.13    2022년 10월 ‘옛 투 컴 인 부산’ 에  모인 브라질 팬덤 아미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이번 컴백의 특징은 소비가 공연장 안에서 멈추지 않았다는 점이다. 고양 공연은 현장 좌석으로 끝나지 않았다. 공식 라이브뷰잉은 4월 11일 고양, 4월 18일 도쿄 공연을 전 세계 극장으로 송출하는 방식으로 짜였다. 공식 안내 기준 상영 국가는 75개국 이상, 상영관은 3500곳 이상이다. 한국에서는 CGV를 비롯한 멀티플렉스가 상영에 들어갔고, 미국 AMC도 편성에 합류했다. 스타디움 한 곳의 좌석 수만으로는 담기지 않는 수요를 극장 스크린으로 받아낸 셈이다. 공연 한 번이 글로벌 티켓 매출과 극장 매출, 주변 상권 소비로 동시에 이어지는 구조다. 팬덤의 이동 부담을 줄이면서도 소비 단위를 넓히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라이브뷰잉은 K-pop 산업이 공연 수익을 키우는 현실적인 수단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단순한 흥행의 크기가 아니다. 돈이 움직이는 자리의 변화다. 예전에는 앨범 판매량이나 음원 순위가 K-pop 성공의 거의 전부처럼 다뤄졌다. 지금은 좌석 점유율과 해외 관광객 수, 카드 매출, 극장 생중계 편성, 도시 단위 숙박 수요까지 함께 봐야 한다. BTS 컴백은 그 변화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 사례다. 앨범 ‘ARIRANG’은 빌보드 200 정상에 올랐고, 타이틀곡 ‘SWIM’은 핫100 1위로 출발했다. 그러나 시장이 더 주목하는 장면은 차트 바깥에서 이어진다. 월드투어가 길어질수록 공연 한 편이 만들어내는 체류 소비와 유통 매출, 플랫폼 연계 수익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 음악은 관심을 모으는 출발점이고, 돈이 도는 길은 훨씬 넓어졌다.

그렇다고 이 흐름을 낙관만으로 읽을 수는 없다. 특정 초대형 팀 의존도가 높을수록 시장은 더 크게 흔들린다. 관광과 소비가 한 팀의 컴백 주기에 맞춰 움직인다면 공백기에는 그만큼 반락 폭도 커질 수 있다. 실제로 지금 확인되는 특수는 BTS라는 압도적 브랜드가 만든 예외적 규모이기도 하다. 다른 팀이 같은 효과를 되풀이해 낼 수 있는지는 아직 별개의 문제다. 공연 관광이 일회성 붐으로 끝나지 않으려면 도시 교통과 숙박, 티켓 유통, 현장 안전, 불법 거래 차단까지 함께 정비돼야 한다. 열기는 뜨거운데 기반이 따라붙지 못하면 수익은 남아도 평판은 잃을 수 있다. 대형 공연이 열릴 때마다 숙박료 급등과 교통 혼잡, 암표 문제가 함께 따라붙는 구조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반복됐다.

그래도 분명한 사실 하나는 남는다. K-pop의 경제효과는 더 이상 음반 판매나 차트 성적만으로 환산되지 않는다. 외국인 관광객 206만명, 1분기 476만명, BTS 공연 관람객 소비 555억원, 외국인 카드 사용 3조2100억원, 34개 도시 82회 투어, 75개국 3500여 극장 상영이라는 숫자들은 지금 음악산업의 수익 구조가 어디로 옮겨가고 있는지 보여준다. 음악이 사람을 움직이고, 사람이 국경을 건너고, 이동한 사람이 도시에서 돈을 쓴다. K-pop은 듣는 상품이면서 동시에 방문을 부르는 이유가 됐다. 2026년의 두 번째 음악 트렌드는 바로 여기에 있다. 공연은 무대 위에서 끝나지 않고, 도시의 매출표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