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트렌드⑤] 한국과 세계가 고른 노래, K-pop 히트의 기준이 달라졌다

영어 제목·OTT 흥행·반복 청취, 국내 차트와 글로벌 차트를 가른 서로 다른 소비의 결

2026-04-20     신미희 기자
[K 트렌드] 케데헌 ‘Golden’이 쏘아 올린 신호탄: 글로벌 음악 지형도를 바꾼 K-IP의 역습 BTS가 다진 길, HUNTR/X가 넘은 벽: K-팝, 마침내 그래미 트로피를 품다  사진=2026. 02.01 골든 이재 등 케데현 , 그래미 시상식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신미희기자]19일 기준 국내 디지털 연간차트 상단에는 WOODZ의 ‘Drowning’, 에스파의 ‘Whiplash’, ‘KPop Demon Hunters’ OST ‘Golden’이 올라 있다. 같은 시점 글로벌 K-pop 연간차트 상위권은 다른 구도를 보인다. 1위는 ‘Golden’, 2위는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APT.’, 3위는 같은 작품의 ‘Soda Pop’이다. 한국에서 오래 살아남는 노래와 해외에서 빠르게 번지는 노래가 더는 자연스럽게 겹치지 않는다는 뜻이다. K-pop은 하나의 장르로 묶이지만, 히트곡이 만들어지는 방식은 이미 둘로 나뉘기 시작했다.

수치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2025년 연간 글로벌 K-pop 차트와 국내 연간 스트리밍 차트 톱100을 맞대고 보면, 두 차트에 함께 들어간 곡은 40곡이었다. 나머지 60곡은 한쪽에서만 강했다는 얘기다. 같은 K-pop이라도 어느 시장에서 먼저 힘을 얻었는지에 따라 성적표가 달라진 셈이다. 한국 안에서 넓게 듣히는 노래와 해외에서 크게 퍼지는 노래가 점점 다른 길을 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외에서 함께 반응한 곡들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Golden’, ‘APT.’, ‘Whiplash’, ‘like JENNIE’가 대표적이다. 이들 곡은 모두 영어 제목을 달고 있었고, 가사 역시 영어 비중이 높았다. 제목과 가사만 봐도 해외 청자가 곧바로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를 갖춘 노래일수록 국경을 넘는 속도가 빨랐다는 얘기다. 한때는 한국에서 먼저 뜬 노래가 해외로 뻗어나가는 흐름이 익숙했다. 지금은 처음부터 국내와 해외를 함께 겨냥한 곡이 따로 만들어지고, 그런 노래가 더 빠르게 반응을 얻는다.

곡마다 힘을 받는 자리도 달랐다. ‘Golden’은 영상 콘텐츠의 흥행이 음악 차트까지 끌어올린 경우에 가깝다. 로제의 ‘APT.’는 브루노 마스와의 협업, 로제 개인의 인지도, 익숙한 팝 문법이 한데 맞물리며 국내외에서 함께 반응을 얻었다. 제니의 ‘like JENNIE’는 특정 지역에 묶이지 않는 스트리밍 소비가 얼마나 강한지를 다시 보여준 사례다. 같은 동시 흥행이라도 배경은 제각각이었다. 어떤 곡은 OTT가 밀었고, 어떤 곡은 협업이 길을 열었고, 어떤 곡은 아티스트 자체의 체급이 노래를 끌어올렸다. 이제 히트곡은 한 가지 공식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반대로 한국 차트가 오래 붙잡는 노래의 결은 조금 다르다. 4월 19일 기준 국내 디지털 연간차트 1위는 WOODZ의 ‘Drowning’이다. 같은 시점 글로벌 K-pop 연간차트 1위는 ‘Golden’이다. 국내 상위권에는 해외에서도 성적을 낸 곡이 섞여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한국 안에서 반복해 듣는 힘이 더 크게 작용한다. 글로벌 차트가 확산 속도와 접근성을 중시한다면, 국내 차트는 일상 속 청취와 체류 시간이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같은 1위라도 오르는 길이 다르고, 버티는 방식도 다르다.

[K 트렌드] 케데헌 ‘Golden’이 쏘아 올린 신호탄: 글로벌 음악 지형도를 바꾼 K-IP의 역습 BTS가 다진 길, HUNTR/X가 넘은 벽: K-팝, 마침내 그래미 트로피를 품다  사진=2026. 02.01 골든 이재 등 케데현 , 그래미 시상식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Golden’은 그 차이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 곡은 2025년 7월 월간 디지털 차트 1위에 오른 뒤 9월까지 석 달 연속 정상을 지켰다. OST가 월간 차트 1위에 오른 것은 오랜만이었다. ‘Golden’만 강했던 것도 아니다. ‘Soda Pop’, ‘Your Idol’까지 상위권에 들어가며 작품 전체가 차트에 흔적을 남겼다. 음악 한 곡의 힘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장면이다. 콘텐츠의 인기가 음악 소비를 끌어올리고, 음악의 화제성이 다시 작품의 인지도를 밀어주는 구조가 함께 작동한 결과에 가깝다. 음악 시장에서 노래를 어디에 얹어 내놓느냐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국내 시장의 흐름도 이 차이를 더 분명하게 만든다. 2025년 연간 기준 국내 음원 이용량은 전년보다 5.0% 줄었다. 시장 규모가 줄어드는 국면에서는 새 노래가 단숨에 치고 올라오더라도 오래 버티기 어려워진다. 반대로 한 번 자리를 잡은 곡은 더 길게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는 한국 청자가 오래 붙드는 노래와 해외 플랫폼을 타고 빠르게 퍼지는 노래의 간격이 더 선명해진다. 국내와 해외가 다른 속도로 움직인다는 말이, 이제는 노래의 성격과 소비 방식에서도 드러나는 셈이다.

그래서 지금 K-pop 히트곡의 기준은 하나가 아니다. 해외에서는 영어 제목과 높은 영어 가사 비중, 글로벌 팝스타와의 협업, OTT와 숏폼을 통한 확산이 강하게 작용한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오래 듣는 힘, 생활 속 반복 청취, 곡 자체의 머무는 힘이 중요하다. 물론 두 시장을 함께 뚫는 노래도 있다. ‘Golden’, ‘APT.’, ‘Whiplash’, ‘like JENNIE’가 그런 경우다. 다만 그런 곡이 또렷하게 눈에 띈다는 사실 자체가, 지금 시장이 하나의 공식으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026년 4월 19일 기준 K-pop 차트가 보여주는 변화는 분명하다. 한국에서 오래 남는 노래와 세계에서 빠르게 퍼지는 노래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선택되고 있다. 장르는 같지만 소비의 결은 다르다. 국내 차트는 일상 속 청취가 쌓아 올리고, 글로벌 차트는 접근성과 화제성이 밀어 올린다. K-pop이 더 세계적인 장르가 될수록 히트의 문법도 하나로 모이지 않는다. 지금 차트의 변화는 단순한 유행의 차이가 아니라, K-pop이 두 개의 시장 안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