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화⑤] K-팝 3000석, 인도에서 커진 한국 문화

왕중왕전 객석 가득 채운 한류 팬덤…한국어·코리아센터까지 이어진 문화 접점

2026-04-21     박준식 기자
이재명 대통령 인도 국빈 방문. 사진=청와대 & KTV 이매진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4월 20일 오후 뉴델리 야쇼부미 컨벤션센터 3000석은 K-팝을 보러 모인 관객들로 빠르게 찼다. 무대에 오른 것은 한국 가수들이 아니었다. 인도 각지에서 올라온 참가자들이었다. 보컬 무대에선 에일리의 ‘저녁 하늘’, 샤넌의 ‘새벽비’, 아이유의 ‘좋은 날’이 이어졌고, 댄스 무대에선 케플러의 ‘WA DA DA’, 에스파의 ‘아마겟돈’, 라이즈의 ‘Fame’이 객석을 달궜다. 인도 국빈방문 일정 가운데 열린 ‘K-Dream Stage’는 이번 순방에서 문화가 어디까지 와 있는지를 보여준 현장이었다. 경제협정과 기업인 오찬이 정부와 산업의 언어를 보여줬다면, 이 무대는 한국 문화가 인도 사회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지 드러낸 자리였다.

 

이번 행사는 주인도한국문화원이 2011년부터 이어 온 K-팝 경연대회의 연장선에 있다. 올해 무대는 최근 5년간 입상팀 가운데 보컬과 댄스 부문 각 3개 팀이 다시 겨룬 왕중왕전 형식으로 열렸다. 해마다 열리던 대회가 단발성 이벤트를 넘어 누적된 팬덤과 참가자층을 갖췄다는 뜻이다. 현장 분위기도 그런 흐름을 보여줬다. 객석을 채운 건 단순한 호기심이나 구경꾼이 아니었다. 한국어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고, 안무 포인트에 맞춰 환호를 보내는 익숙한 팬덤에 가까웠다. 한류가 인도에서 더 이상 낯선 외국 문화가 아니라는 점이 공연 내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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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 분위기를 끌어올린 장면 가운데 하나는 사회자의 등장이다.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으로 국내에도 익숙한 인도 출신 배우 아누팜 트리파티가 무대에 올라 김혜경 여사를 소개하자 객석에선 큰 함성과 박수가 터졌다. 김 여사가 손을 흔들며 화답하는 장면은 이번 행사가 외교 일정 안에 놓인 문화행사라는 점을 실감하게 했다. 대통령 배우자의 참석 자체보다 더 눈에 띈 것은 관객 반응이었다. 인도 팬들에게 K-팝 경연대회는 정부 주최 행사라기보다 자신들이 이미 즐기고 있는 문화의 연장선으로 읽히는 분위기였다.

 

김혜경 여사의 발언도 그런 현장 분위기와 맞물렸다. 김 여사는 “한국과 인도를 이어줄 케이 드림 스테이지에 함께하게 되어 기쁘다”며 인도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호감도가 매우 높다는 자료를 봤는데 현장에 와 보니 그 관심과 열기를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문화는 국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힘을 지니고 있다”며 오늘 자리를 통해 서로의 문화를 더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공식 발언만 놓고 보면 의례적인 인사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날 객석의 반응과 참가자들의 무대를 함께 놓고 보면, 인도에서 한국 문화가 이미 꽤 두터운 대중적 기반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볼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 인도 국빈 방문. 사진=청와대 & KTV 이매진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현장에선 한국어가 낯선 외국어가 아니라 익숙한 노랫말로 들리는 순간도 많았다. 보컬 참가자들은 한국어 발음과 감정을 살려 무대를 꾸몄고, 김 여사는 놀라움과 반가움을 함께 드러냈다. 김 여사가 인도에서 한국어를 배우는 데 어려움이 없는지 묻자, 옆자리에 앉은 하샤 다스 주한 인도대사 부인은 한국 드라마와 영화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한국어를 접하고 배우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은 이번 행사의 성격을 잘 보여준다. 한국 문화 소비가 노래와 춤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언어 학습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한류가 생활 속 취향을 넘어 학습과 교류의 경로까지 넓히고 있다는 점은 인도 시장에서 특히 눈여겨볼 대목이다.

정부가 공개한 자료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한다. 2026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30개국 가운데 인도의 한국 문화 호감도는 필리핀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숫자 하나만으로 현장의 온도를 모두 설명할 수는 없다. 다만 K-팝 경연대회가 2011년부터 이어져 왔고, 최근 5년 입상팀을 다시 불러 왕중왕전을 열 수 있을 만큼 저변이 쌓였으며, 3000석 객석이 채워졌다는 사실까지 함께 놓고 보면 인도에서 한류가 일시적 유행을 넘어섰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정부가 “단순한 유행을 넘어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확장되고 있다”고 설명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이재명 대통령 인도 국빈 방문. 사진=청와대 & KTV 이매진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무대 구성을 봐도 이번 행사는 한국 대중문화의 소비를 넘어 현지화 단계까지 들어선 분위기를 보여줬다. 보컬과 댄스 경연이 이어진 뒤 축하공연에는 인도 출신 멤버 아리아가 속한 K-팝 걸그룹 엑신, K-팝 보이그룹 유나이트, 인도 인기 가수 드바니 바누샬리가 무대에 올랐다. 한국 아이돌과 인도 출신 K-팝 멤버, 인도 현지 가수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진 셈이다. 한류가 일방적으로 수출되는 문화라기보다 현지 인력과 시장, 팬덤을 만나며 새로운 형태로 자리를 넓히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구성이다. 심사위원 역시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 이우창 하이브 인디아 대표, 댄서 립제이로 짜였다. 한국 대중음악 산업과 현지 사업, 퍼포먼스 현장이 한 무대 위에서 연결된 구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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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말미에 나온 김 여사의 발언도 객석 반응을 끌어냈다. 김 여사는 “예술학교에서 꿈을 키우던 시절이 있었다”며 “조금만 더 젊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순위에 상관없이 여러분 모두가 이미 우승자”라며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공식 외교 무대에선 좀처럼 나오기 어려운 말들이 문화 행사에선 관객과의 거리감을 좁히는 역할을 한다. 이날 분위기에서도 그런 점이 드러났다. 문화행사는 회담장과 오찬장처럼 제도와 계약의 언어로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의 표정과 반응, 몸짓과 박수 소리로 현장의 온도가 전달된다. 이번 K-Dream Stage는 그런 문화 외교의 성격을 잘 보여준 장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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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도 방문에서 K-Dream Stage가 갖는 의미는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선다. 같은 날 정상회담과 공동언론발표문에선 문화창조산업 MOU를 바탕으로 뭄바이 코리아센터를 조성하고, 한국어와 한국학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이 나왔다. 상대국 방문 시 자국 QR 결제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전자결제 연계도 발표됐다. 이런 항목은 자칫 경제 기사와 문화 기사 사이에서 작게 취급되기 쉽다. 실제론 사람의 이동과 소비, 학습과 체류를 넓히는 데 필요한 장치들이다. 공연장 객석에서 확인된 문화 수요를 거점과 교육, 생활 편의로 이어 가겠다는 구상이 문서 안에 함께 들어간 셈이다.

이 지점에서 이번 행사는 경제 외교와도 다시 연결된다. 한국 기업이 인도 시장에서 더 깊게 들어가려면 결국 사람의 접점이 넓어져야 한다. 한국어 교육과 문화 거점, 결제 편의는 산업 협력과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 활동과 소비시장 확대, 사람의 이동과 정착을 함께 떠받치는 요소다. 물론 문화행사 하나로 곧바로 실질 성과를 말하긴 어렵다. 그렇더라도 한국 문화에 대한 인도 사회의 관심이 이미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고, 정부가 이를 제도와 거점 조성으로 이어가려 한다는 점은 이번 방문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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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국빈방문 전체 흐름에서 K-Dream Stage는 부속 행사로만 보기 어려웠다. 경제협정과 기업인 외교가 정부와 산업 협력의 방향을 보여줬다면, 이 무대는 인도 사회 안에서 한국 문화의 저변이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드러냈다. 한국어 노래를 부르는 참가자들, 객석을 채운 팬들, 인도 출신 K-팝 가수와 현지 인기 가수의 축하무대, 한국어 학습으로 이어지는 드라마와 영화의 영향이 한 자리에서 확인됐다. 이번 순방에서 문화 일정은 인도와의 교류가 생활과 취향, 언어의 층위로까지 번지고 있음을 보여준 장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