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약속과 상용화의 빈틈... 효율 기술이 마주한 ‘실증의 벽’

‘제로 웨이스트’ 꿈꾸는 4대 혁신 기술, 시장 안착 위한 마지막 퍼즐은 ‘데이터’ 건설·바이오·에너지·단열 공통 과제... 실험적 성공 넘어 ‘비용·안전’ 실증해야

2026-05-03     조종식 기자
캠플라주 예술로 세계적 명성을 얻은 류볼린이 싱가포르 아트 위크를 맞아 전례 없는 프로젝트를 선보인다. 사진= DEC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조종식기자]지난해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연구진과 건설기업 워합그룹(Woh Hup Group)은 싱가포르 건설청(BCA), 국립 적층제조 혁신클러스터(NAMIC)와 협력해 건설 현장에서 3D 콘크리트 프린팅 기법으로 실제 구조 요소를 출력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이어 올해 초 후속 현장 출력까지 마쳤으나, 해당 기술을 고층 건축물이나 복잡한 도시 인프라에 적용하기 위한 하중 성능, 장기 내구성, 시공 비용 데이터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3D 콘크리트 프린팅을 비롯해 연속식 바이오제조, 플라이휠 에너지저장, 진공 단열창 기술은 기존 산업의 낭비를 줄이겠다는 목표로 등장했다. 하지만 기술적 가능성 제시와 별개로 구조 안전성, 장기 운전 안정성, 보급 가격, 규제 승인 등 시장 진입을 좌우할 실증 영역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건설 자동화의 한계와 구조 안전성 검증

3D 콘크리트 프린팅은 거푸집 없이 콘크리트나 시멘트를 층층이 쌓아 구조물을 만드는 방식이다. 인력 투입을 줄이고 자재 낭비를 낮출 수 있어 건설 자동화의 대표 기술로 꼽힌다. 다만 적용 범위는 여전히 제한적이다. 지금까지의 활용은 비구조 요소나 저층 건물에 머물렀으며, 고층 건축물과 복잡한 인프라가 밀집한 도시 환경에서는 검증해야 할 변수가 많다.

현장 온도와 습도 변화에 따른 재료 물성 유지 여부, 기존 철근·거푸집 공정과의 결합 방식이 주요 관건이다. 구조 요소의 경우 하중 견디는 성능 외에도 균열, 접합부 안정성, 장기 피로, 화재 및 습기 저항성이 확인되어야 한다. 싱가포르 사례는 현장 출력 가능성을 시험했다는 점에서 진전된 시도이나, 시공 시간과 비용 절감 폭, 승인 절차 통과 여부는 자료 부족으로 단정하기 어렵다. 자동화 장비 도입과 재료 배합 관리 비용이 실제 절감 효과를 상쇄할 가능성도 확인이 필요하다.

바이오제조의 연속 생산과 오염 관리

바이오제조는 화석연료 기반 생산을 대체할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물리적 경제 투입재의 상당 부분을 생물학적 공정으로 생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상업성 확보는 또 다른 문제다. 현재 다수의 바이오제조 시스템은 원가와 생산 규모, 품질 안정성 면에서 기존 석유화학 공정과 경쟁하기 어려운 단계에 있다.

콜드런 펌(Cauldron Ferm)의 하이퍼 발효는 제품을 배치(Batch) 단위로 끊지 않고 장기간 미생물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며 생산하는 연속식 공정을 내세운다. 설비 가동률을 높이고 단위 생산비를 낮추려는 목적이다. 그러나 장시간 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잡균 오염과 유용한 미생물의 성질이 변하는 유전적 변이(Genetic Drift)가 병목으로 작용한다. 연속 생산은 공정 흐름이 하나로 이어져 있어 한 번의 이상이 전체 생산 손실로 직결될 위험이 크다. 콜드런 펌의 상업 운전 기간과 품질 편차, 기존 공정 대비 생산 단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았다.

에너지저장장치의 장주기 운전과 비용 산정

재생에너지 비중이 늘면서 10시간 이상 전력을 저장하는 장주기 에너지저장(LDES) 기술의 중요성이 커졌다. 양수발전이 가장 널리 쓰이지만 입지 제약과 인허가 문제가 따른다. 큐네틱(Qnetic)은 빠르게 회전하는 바퀴의 운동에너지를 이용하는 플라이휠 방식을 장주기 저장 영역으로 확장하려 한다. 중간 수준의 출력을 긴 시간 제공하는 고용량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독립 분석 결과에 따르면 해당 시스템의 균등화 저장비용(LCOS)은 메가와트시(MWh)당 110달러로, 압축공기 저장이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낮게 제시됐다. 하지만 설비 수명, 충방전 횟수, 유지보수 비용 등 LCOS 산출의 세부 조건은 확인이 필요하다. 플라이휠은 화학 배터리보다 화재 위험이 적지만 고속 회전체를 유지하기 위한 베어링, 진공 챔버, 안전 구조 관리 비용이 발생한다. 실제 계통 운전 실적과 장기 고장률 데이터가 축적되어야 시장 경쟁력을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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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단열창의 보급 가격과 설치 경제성

건물 운영은 전 세계 에너지 관련 배출량의 약 26%를 차지하며, 단열 성능이 낮은 창문은 주택 열 손실의 약 30%를 유발한다. 브이글라스(V-Glass)의 진공 단열 유리는 두 장의 유리 사이 진공층을 통해 대류 열 전달을 차단하고 특수 코팅으로 복사열 손실을 줄이는 구조다. 기존 고성능 단열창보다 얇고 저렴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창호 기술의 상용화는 성능 수치보다 보급 가격과 시공 편의성에서 갈린다. 특히 노후 건물 시장에서는 교체 시 거주자 불편과 기존 창틀 적용 가능 여부, 에너지 절감액을 통한 초기 비용 회수 기간이 소비자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브이글라스 제품의 실제 판매 가격과 설치 비용, 대량 생산 시 진공 밀봉 품질의 안정성 여부는 자료 부족으로 확인이 어렵다. 탄소 감축 수단으로서의 가치는 제품 성능뿐 아니라 설치 경제성과 제도적 유인이 확보될 때 증명될 전망이다.

효율 혁신의 공통 과제

위 네 가지 기술은 서로 다른 분야에 속해 있으나, 기존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자원과 에너지의 낭비를 줄이는 효율 중심의 혁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탄소 규제와 인력 부족, 에너지 안보 문제가 심화하면서 적은 자원으로 같은 기능을 수행하는 기술에 대한 산업계의 수요는 높아지고 있다.

실험실과 파일럿 단계에서 보여준 기술적 가능성이 실제 현장에서 동일한 비용 절감과 품질 유지로 이어질지는 별개의 문제다. 3D 콘크리트 프린팅은 인허가와 구조 안전성, 하이퍼 발효는 장기 운전 데이터, 플라이휠 저장은 계통 실적, 진공 단열창은 보급 경제성이라는 관문을 넘어야 한다. 효율 혁신의 성패는 기술 소개가 아닌, 상업적 실증 데이터의 축적 속도에서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