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화②] 한-인도 의회·도시외교, 정상회담 밖으로 넓어지는 협력의 저변

의원친선협회·차세대 인사 교류·부산-뭄바이 등 도시 연결 명시…구체 사업과 예산은 아직 확인 과제

2026-05-04     최기형 기자
이재명 대통령 인도 국빈 방문. 사진=청와대 & KTV 이매진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2026년 4월 20일 뉴델리에서 발표된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 전략 비전’에는 정상회담과 장관급 협의체만 담기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대한민국 국회와 인도 의회 간 정기 교류를 지지했고, 양국에 ‘한-인도 의원친선협회’가 결성된 데 만족을 표했다. 양국 외교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여론 주도층 교류 프로그램도 문서에 들어갔다. 부산-뭄바이, 인천-콜카타, 울산-첸나이 등 자매·우호도시 관계도 함께 언급됐다. 정상외교가 양국 관계의 윗단을 세웠다면, 의회와 차세대 인사, 지방정부 교류는 그 관계가 실제 사회 안으로 내려갈 수 있는지를 가르는 하부 구조다.

이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은 2026년 4월 19일부터 21일까지 사흘간 이어졌다. 공동 전략 비전은 향후 5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이행하고 내실화하기 위한 문서다. 1편에서 다룬 정상회담 정례화와 장관급 협의체가 정부 간 관리 체계라면, 이번 문서의 또 다른 축은 정치·사회적 접점의 확대다. 국회, 정당, 젊은 정치인, 외교관, 언론인, 공직자, 지방정부가 모두 그 범위 안에 들어왔다.

공동 전략 비전은 2026년 1월 대한민국 국회 부의장의 인도 방문을 언급했다. 이어 대한민국 국회와 인도 의회 의장 및 의원 간 정기 교류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양국에 한-인도 의원친선협회가 결성된 데 대해서도 만족을 표했다. 외교 문서에서 의회 교류는 부차적 문장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기 관계에서는 의미가 작지 않다. 정상 간 합의는 정부 임기와 외교 우선순위 변화에 영향을 받는다. 의회 채널은 정권 교체, 장관 교체, 부처별 의제 변화가 있어도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별도 통로가 된다.

한국과 인도 모두 민주주의 국가다. 공동 전략 비전도 양국을 “아시아의 역동적이고 회복력 있는 민주주의 국가”로 표현했다. 이 표현이 실제 협력으로 이어지려면 정부 간 선언만으로는 부족하다. 의회가 움직이면 외교 의제는 국내 정치의 검토 대상이 된다. 통상, 투자, 방산, 교육, 문화, 비자, 항공 연결성 같은 의제는 모두 법률, 예산, 규제와 맞물린다. 국회와 인도 의회 간 정기 교류가 형식적 예방에 그치면 성과는 제한적이다. 반대로 상임위, 의원연맹, 정책 세미나, 현장 방문으로 이어지면 정상 간 합의가 국내 제도 논의로 내려올 수 있다.

다만 공동 전략 비전만으로 의회 교류의 수준을 단정하기는 어렵다. 문서에는 정기 교류를 지지한다는 표현과 의원친선협회 결성 사실이 담겼지만, 교류 주기, 참여 의원 명단, 의제, 예산, 상임위 연계 방식은 확인되지 않는다. 의원친선협회가 외교 행사 참석에 그칠지, 통상·문화·교육·지역협력 의제를 다루는 창구가 될지는 후속 활동을 봐야 한다. 한-인도 관계가 실무 관리 체제로 가려면 의회 교류도 이름보다 운영 방식이 중요하다.

차세대 여론 주도층 교류는 더 넓은 층위를 겨냥한다. 공동 전략 비전은 한국과 인도의 차세대 여론 주도층을 가깝게 연결하기 위해 올해부터 양국 외교부가 각각 추진하는 프로그램과 구상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대상에는 소장파 의원, 외교관, 저명인사, 언론인, 공직자가 포함됐다. 문서상 목적은 상호 방문을 통해 이해를 심화하고 공동의 도전과 기회에 대해 협력하는 것이다.

이 대목은 단순한 친선 방문보다 넓게 읽힌다. 한국과 인도는 경제 규모, 안보 환경, 사회 구조, 언어권, 미디어 환경이 크게 다르다. 한국에서 인도는 오랫동안 정보기술, 인구, 시장, 영화, 요가, 불교, 제조업 기회 같은 일부 이미지로 소비돼 왔다. 인도에서 한국 역시 K콘텐츠, 전자·자동차 기업, 제조업 기술, 방산, 교육 기회 등 분야별 이미지가 강하다. 서로를 전략 파트너로 부르더라도 정책결정자와 여론 형성층의 이해가 좁으면 협력은 특정 산업이나 이벤트에 머물기 쉽다.

언론인 교류가 포함된 점도 눈에 띈다. 양국 관계가 확대될수록 상대국을 설명하는 언어가 중요해진다. 한국 언론이 인도를 중국 대체 시장이나 글로벌 사우스의 대표국으로만 다루고, 인도 언론이 한국을 제조업·한류 국가로만 다루면 관계의 입체성은 커지기 어렵다. 차세대 언론인과 정책 인사가 직접 방문하고 현장을 확인하는 프로그램은 인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다만 프로그램이 실제 취재, 토론, 정책 네트워크로 이어질지, 아니면 단기 방문 행사로 끝날지는 별도 확인이 필요하다.

공직자와 외교관 교류도 마찬가지다. 한-인도 협력은 조선, 에너지 자원, 핵심 광물, 인공지능, 방산, 우주, 문화, 교육, 비자, 항공 연결성까지 넓게 걸쳐 있다. 어느 한 부처가 단독으로 처리하기 어렵다. 젊은 공직자와 외교관이 상대국의 행정 체계와 정책 문화를 이해하면 협의 속도는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교육 프로그램의 기간, 선발 기준, 기관 간 연계, 귀국 후 활용 방식이 정해지지 않으면 네트워크는 개인 경험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

지방정부 교류는 한-인도 관계를 수도 중심 외교 밖으로 넓히는 장치다. 공동 전략 비전은 양국 지방자치단체 간 교류 확대를 독려하면서 부산-뭄바이, 인천-콜카타, 울산-첸나이 등 자매결연 및 우호도시 관계에 주목했다. 세 조합은 단순한 도시 명단이 아니다. 항만, 제조업, 물류, 문화, 교육, 인력 이동이 겹칠 수 있는 접점이다. 부산과 뭄바이, 인천과 콜카타, 울산과 첸나이는 중앙정부 간 합의가 지역 단위 사업으로 내려갈 수 있는 통로로 제시됐다.

도시외교는 특히 인도와의 관계에서 중요하다. 인도는 주정부와 도시의 역할이 큰 연방제 국가다. 투자, 산업단지, 항만, 인력, 교육, 문화행사는 중앙정부 합의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현지 주정부와 도시 행정, 산업기관, 대학, 상공회의소, 문화기관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한국 지방정부도 지역 산업과 해외 시장을 연결해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다. 수도권 밖 제조업 도시와 항만 도시에는 인도와의 협력이 단순한 외교 이벤트가 아니라 지역경제와 청년 교류의 의제가 될 수 있다.

부산-뭄바이는 해양과 금융, 문화 교류의 가능성을 동시에 떠올리게 한다. 인천-콜카타는 항공·물류와 역사도시 교류, 교육 협력의 접점을 만들 수 있다. 울산-첸나이는 자동차, 제조업, 항만 산업을 매개로 한 실질 협력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이 역시 가능성의 영역이다. 공동 전략 비전은 도시 관계를 “주목”했다고 적었을 뿐, 구체 사업명이나 예산, 일정, 성과 지표를 제시하지 않았다. 도시 이름이 외교 문서에 들어간 것과 실제 교류가 살아 움직이는 것은 다른 문제다.

지방정부 교류가 성과를 내려면 의제가 좁아야 한다. 문화행사, 청년 교류, 대학 협력, 항만 물류, 스타트업, 제조업 인력 훈련을 모두 한꺼번에 올리면 어느 하나도 깊어지기 어렵다. 도시별 산업 구조와 상대 도시의 수요를 맞춰야 한다. 울산-첸나이는 자동차와 제조업, 부산-뭄바이는 항만과 문화·해양산업, 인천-콜카타는 물류와 교육·도시 교류처럼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확인된 사업계획이 없다면 기사에서는 “가능성”과 “확인된 사실”을 분리해야 한다.

의회·차세대·도시외교가 한 묶음으로 등장한 것은 한-인도 관계의 약점을 보여주기도 한다. 양국은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대중적 인식과 생활권 접점은 아직 제한적이다. 한국 사회에서 인도는 거대 시장과 인구 대국으로 주목받지만 일상적 문화 교류의 밀도는 일본, 중국, 미국, 동남아 일부 국가보다 낮다. 인도 사회에서도 한국은 한류와 제조업 기업을 통해 알려져 있지만, 정치·사회·지역 단위 이해는 더 넓어질 여지가 있다. 정부 문서에 차세대 인사와 지방정부가 함께 들어간 것은 관계의 저변이 아직 충분히 넓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정치적 부담도 있다. 의회 교류는 국내 정치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양국 의원들이 어떤 의제를 들고 만나느냐에 따라 협력의 성격도 달라진다. 통상과 투자 의제는 기업 이해관계와 연결되고, 방산과 안보 의제는 주변국 관계와 맞물리며, 이민·비자·노동 의제는 국내 여론의 영향을 받는다. 차세대 프로그램에 언론인과 공직자가 포함될 경우 독립성, 투명성, 선발 기준도 중요해진다. 지방정부 교류는 단체장 임기와 지역 예산에 따라 지속성이 흔들릴 수 있다.

공동 전략 비전은 정치적 기반 강화를 말하지만, 기반은 선언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원친선협회가 정기적으로 활동하는지, 외교부 프로그램이 실제 상호 방문과 공동 프로젝트로 이어지는지, 부산·인천·울산과 인도 주요 도시 간 교류가 예산을 가진 사업으로 구체화되는지가 관찰 지점이다. 특히 지방정부 교류는 담당 부서, 연례 일정, 민간 파트너, 대학·기업 참여 여부가 확인돼야 한다. 행사 사진과 양해각서만 남는 교류는 오래가기 어렵다.

한-인도 관계가 정상외교와 장관급 협의체만으로 유지되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상 간 합의는 방향을 정하지만, 의회는 제도와 예산을 다루고, 차세대 인사는 인식을 만들며, 지방정부는 주민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사업을 만든다. 세 축 중 어느 하나가 비어도 관계는 위에서만 움직인다. 공동 전략 비전이 이 세 축을 함께 적은 것은 양국 관계를 중앙정부의 외교 일정에서 사회적 네트워크로 넓히겠다는 구상이다.

뉴델리 공동 전략 비전의 두 번째 시험대는 회의장이 아니라 현장에 있다. 대한민국 국회와 인도 의회의 정기 교류가 어떤 의제를 다루는지, 차세대 여론 주도층 프로그램에 누가 참여하고 무엇을 남기는지, 부산-뭄바이·인천-콜카타·울산-첸나이 관계가 어떤 사업으로 구체화되는지 확인돼야 한다. 문서에 적힌 도시와 프로그램이 실제 예산, 일정, 참여 기관을 갖추지 못하면 저변 확대는 외교적 표현에 머문다. 한-인도 정치문화 외교의 다음 단계는 정상 간 합의보다 더 낮은 곳에서, 의원실과 외교부 프로그램, 지방정부 예산서와 도시 간 교류 현장에서 검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