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문화⑥] 한-인도 인적 교류, 유물·언어·비자가 관계의 지속성 가른다

불교 전통·유물 200점 기증·한국어와 힌디어 교육 명시…장학금·대학 협력·항공 연결성은 후속 실행계획이 관건

2026-05-04     최기형 기자
이재명 대통령 인도 국빈 방문. 사진=청와대 & KTV 이매진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최기형기자]인도 뉴델리에서 발표된 ‘한-인도 특별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위한 공동 전략 비전’은 문화 교류의 마지막 축을 사람의 이동과 교육, 언어, 역사 유산에 두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양국이 공유하는 불교적 전통을 언급했고, 인도의 한국에 대한 유물 200점 기증을 환영했다. 인도 내 한국어 교육과 한국 내 인도 언어, 특히 힌디어 교육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대학 협력과 장학금 확대, 비자·출입국 절차 개선, 항공 연결성 강화도 문서에 포함했다. 정상회담과 장관급 협의체가 양국 관계의 제도적 틀이라면, 언어와 교육, 비자와 항공은 그 틀이 실제 사람의 왕래로 이어지는지를 가르는 기반이다.

한-인도 문화외교는 대중문화와 콘텐츠 산업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공동 전략 비전은 양국이 공유하는 불교적 전통을 상기하고, 한국과 인도 간 역사적·문명적 연계를 심화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어 인도의 한국에 대한 유물 200점 기증을 환영하고, 양국 간 문화 교류를 증진하기 위한 김해시의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이 대목은 한-인도 관계가 현대 산업 협력이나 한류 교류만이 아니라, 종교·역사·지역 문화의 층위까지 포괄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유물 200점 기증은 상징성이 크다. 국가 간 유물 기증은 단순한 물품 이전이 아니라 전시, 보존, 연구,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어질 수 있는 문화 인프라다. 다만 공동 전략 비전만으로는 유물의 종류, 시대, 기증 방식, 보관·전시 기관, 공개 일정이 확인되지 않는다. 유물이 어느 박물관에 들어가는지, 상설 전시와 특별전 중 어떤 형태로 공개되는지, 학술 조사와 공동 연구가 병행되는지에 따라 의미는 달라진다. 기증 사실은 확인됐지만, 그 후속 사업의 구체성은 아직 검증 전이다.

역사·문명 서사는 신중하게 다뤄야 한다. 불교는 양국을 연결하는 확인 가능한 문화 자산이다. 인도에서 발원한 불교는 동아시아로 전파되며 한국의 종교·문화·예술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그러나 현대 외교에서 고대 교류 서사를 사용할 때는 상징과 사료를 구분해야 한다. 특정 설화나 고대 인물의 이동을 양국 관계의 직접 근거로 과장하면 학술 검증보다 외교적 수사가 앞설 수 있다. 현재 공동 전략 비전에서 확인되는 사실은 공유된 불교적 전통, 유물 200점 기증, 김해시의 문화 교류 노력 환영이다. 그 이상의 세부 서사는 별도 자료와 학계 검토가 필요하다.

언어 교육은 인적 교류의 더 실질적인 기반이다. 공동 전략 비전은 양국이 언어적·문화적 이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학술 커리큘럼, 디지털 도구, 교사 연수, 관련 제도적 프레임워크를 통해 인도 내 한국어 교육과 학습, 한국 내 인도 언어 교육과 학습을 지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국 내 인도 언어 가운데 힌디어가 명시됐다. 2026년 1월 인도 내 최초의 한국교육원 개원도 문서에 들어갔다.

한국어 교육 확대는 인도 내 한류 소비, 한국 기업 취업, 유학 수요와 맞물릴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 강좌가 늘어나는 것만으로 양국 인적 교류가 깊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교사 양성, 교재 개발, 시험 체계, 대학 학점 인정, 취업 연계가 함께 움직여야 한다. 인도는 지역과 언어가 다양한 국가다. 뉴델리와 뭄바이, 벵갈루루, 첸나이, 콜카타의 한국어 수요가 같다고 볼 수 없다. 한국교육원이 어느 도시와 대학, 산업 수요를 우선 연결할지에 따라 교육 협력의 성격도 달라진다.

한국 내 인도 언어 교육은 더 어려운 과제다. 공동 전략 비전은 힌디어를 특별히 언급했지만, 인도는 힌디어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다언어 국가다. 타밀어, 벵골어, 텔루구어, 마라티어, 말라얄람어, 칸나다어 등 주요 언어권마다 산업과 문화, 지역 정체성이 다르다. 한국이 인도를 시장과 외교 파트너로 이해하려면 힌디어 교육만이 아니라 지역별 언어와 사회에 대한 교육 기반도 함께 필요하다. 다만 초기 단계에서는 힌디어 교육이 상징적 출발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수강생 수보다 지속 가능한 교육기관과 교원, 교재, 진로 연계가 있는지다.

대학 협력도 공동 전략 비전의 핵심 항목이다. 양국은 대학과 중등학교 간 협력을 환영했고, 정보 공유 확대, 교수 및 학생 교류 프로그램, 특히 인공지능과 STEM 분야의 공동 학술 이니셔티브를 언급했다. 대한민국의 10개 거점국립대학교, 이른바 KNU10과 인도의 23개 공과대학교 IITs 간 공동 연구, 학점 교류, 교환학생을 통한 대학 수준의 학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 조합은 단순한 문화 교류보다 기술 인재와 연구개발 협력에 가깝다.

KNU10과 IITs 협력은 양국 교육 협력의 상징적 카드가 될 수 있다. 한국의 거점국립대는 지역 산업과 연결돼 있고, 인도의 IITs는 공학·기술 인재 양성의 대표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공동 연구, 학점 교류, 교환학생이 실제로 작동하면 반도체, 인공지능, 배터리, 조선, 우주, 기후기술 같은 분야에서 인력 네트워크가 만들어질 수 있다. 그러나 대학 간 협력은 선언보다 행정이 중요하다. 학점 인정 방식, 수업 언어, 연구비 부담, 비자 처리, 기숙사, 등록금, 공동 지도교수 제도, 지식재산권 배분까지 정해야 한다. 이름 있는 대학들이 나열됐다고 해서 협력이 자동으로 굴러가지는 않는다.

장학금 확대도 문서에 들어갔다. 양국 정상은 인도 학생을 위한 대한민국 정부 초청 장학금, GKS 제공과 한국 학생을 위한 인도문화교류위원회, ICCR의 아탈 비하리 바지파이 일반 장학금, 라타 망게슈카르 예술·문화 장학금, AYUSH 웰니스 장학금 제시를 환영했다. 양국은 각자의 장학 프로그램 안에서 상대국 배정을 늘려 교육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장학금은 가장 직접적인 인적 교류 수단이다. 하지만 실제 확대 폭, 선발 인원, 전공 분야, 체류 기간, 졸업 후 네트워크 관리 방식은 공동 전략 비전만으로 확인되지 않는다.

인적 교류의 병목은 교육기관 안에만 있지 않다. 공동 전략 비전은 비자 및 출입국 관련 절차를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고, 승객과 화물 운송 증진을 위한 항공 연결성 강화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이 문장은 문화외교에서 가장 현실적인 대목이다. 학생, 연구자, 예술가, 영화 제작진, 기업인, 공직자, 관광객이 오가려면 비자와 항공편이 먼저 움직여야 한다. 서류 처리와 체류 자격, 가족 동반, 인턴십 가능 여부, 단기 취업 허가, 촬영 허가가 복잡하면 교류는 계획 단계에서 막힌다.

항공 연결성은 특히 중요하다. 문화행사와 대학 교류, 기업 출장, 관광, 유학생 이동은 항공편의 빈도와 가격, 환승 편의성에 영향을 받는다. 공동 전략 비전은 항공 연결성 강화를 지지한다고만 적었을 뿐, 노선명이나 증편 계획, 항공사,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따라서 이 대목은 성과가 아니라 과제로 읽어야 한다. 실제 직항 노선 확대, 운항 횟수 증가, 지방 도시 연결, 화물 운송 협력까지 이어지는지 확인돼야 한다.

상대국에 거주하는 한국인과 인도인 커뮤니티도 문서에 들어갔다. 양국 정상은 상대국에 거주하는 한국인 및 인도인 커뮤니티의 기여를 평가하고, 양국 모두의 발전을 위해 이들의 복지와 활발한 사회 참여를 지지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외교 문서에서 교민과 이주민 커뮤니티는 종종 의례적으로 언급되지만, 실제로는 관계의 일상적 접점이다. 기업 주재원, 유학생, 연구자, 노동자, 결혼이주자, 문화예술 종사자, 스타트업 인력이 서로의 사회 안에서 어떤 경험을 하는지가 국가 간 인식에 영향을 준다.

한국 사회에서 인도인 커뮤니티는 정보기술, 연구개발, 대학, 제조업, 유학생 집단과 연결돼 있다. 인도 내 한국인 커뮤니티는 기업 활동, 교육, 문화기관, 외교·상공 네트워크와 맞물린다. 양국 정부가 커뮤니티의 복지와 사회 참여를 지지한다고 밝힌 만큼, 앞으로 확인할 지점은 구체적 지원이다. 영사 서비스, 체류 상담, 노동·학업 문제 대응, 지역사회 통합 프로그램, 자녀 교육, 문화 적응 지원이 뒤따라야 문구가 실효성을 갖는다.

체육 협력도 인적 교류의 일부로 포함됐다. 공동 전략 비전은 전문가와 인력 교류, 코칭, 인재 개발, 스포츠 과학 관련 프로그램과 지식 교류, 양국 스포츠 당국 및 체육 단체 간 협력을 장려하기 위한 체육 분야 협력 MOU 체결을 환영했다. 체육은 문화외교보다 대중적 접점이 넓고, 청소년 교류와 지역 행사로 확장되기 쉽다. 그러나 이 역시 종목, 기관, 예산, 교류 대상, 대회 일정이 확인돼야 한다. MOU가 실제 선수·지도자 교류로 이어질지는 후속 계획에 달려 있다.

한-인도 인적 교류가 지속되려면 세 가지 층위가 맞물려야 한다. 첫째는 상징이다. 불교 전통, 유물 기증, 김해시의 문화 교류 노력은 양국 관계에 역사적 깊이를 부여한다. 둘째는 제도다. 한국어와 인도 언어 교육, 대학 간 학점 교류, 장학금 확대는 사람을 길러내는 장치다. 셋째는 이동성이다. 비자, 출입국 절차, 항공 연결성, 교민 지원은 실제 왕래를 가능하게 한다. 어느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상징만 있으면 행사에 그치고, 제도만 있으면 참여자가 제한되며, 이동성이 없으면 계획이 실행되지 않는다.

이번 공동 전략 비전의 한계도 분명하다. 문서는 방향을 넓게 제시했지만, 숫자와 예산, 일정은 대부분 비어 있다. 유물 200점의 세부 내역과 전시 계획, 한국교육원의 운영 규모, KNU10-IITs 협력의 시작 시점, 장학금 증원 폭, 비자 절차 개선 방안, 항공 연결성 강화 계획은 확인되지 않는다. 심층기사에서 이 부분은 기대가 아니라 점검 목록으로 남겨야 한다. 정부 간 합의는 출발점이고, 관계의 깊이는 실제 참여자와 사업의 지속성에서 확인된다.

문화외교의 마지막 단계는 상대국을 소비하는 일이 아니라 함께 생활하고 공부하고 일하는 사람을 늘리는 일이다. 한국에서 인도를 거대 시장이나 영화·요가의 나라로만 이해하고, 인도에서 한국을 한류와 제조업의 나라로만 이해하면 관계는 얕게 머문다. 언어 교육과 유학, 연구 협력, 장학금, 교민 커뮤니티가 넓어져야 상대국을 복수의 지역과 계층, 세대가 공존하는 사회로 볼 수 있다. 한-인도 관계가 정치문화 외교로 확장되려면 대중문화의 호감과 고대 교류의 상징을 넘어, 일상적 접촉을 만드는 제도가 필요하다.

뉴델리 공동 전략 비전은 한-인도 인적 교류의 방향을 한 문서 안에 모았다. 불교 전통과 유물 기증은 과거의 연결을, 언어 교육과 대학 협력은 미래 인재를, 비자와 항공 연결성은 현재의 이동성을 가리킨다. 그러나 아직 확인해야 할 것은 많다. 유물이 어디에서 어떻게 전시되는지, 한국어와 인도 언어 교육이 어느 기관에서 얼마나 확대되는지, KNU10과 IITs의 협력이 실제 학생 교류와 공동 연구로 이어지는지, 비자와 항공편 개선이 체감 가능한 수준으로 진행되는지 봐야 한다. 한-인도 정치문화 외교의 지속성은 정상회담장의 합의보다 학생, 연구자, 예술가, 기업인, 교민이 오가는 현장에서 검증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