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베트남 리포트 ③] 베트남 디지털 규제, K-콘텐츠 진출의 새 관문으로 부상

OTT·게임·광고·AI 저작권·디지털 관세까지 한꺼번에 재편…현지법인·파트너십·총비용 검토가 사업 성패 변수로

2026-05-09     전성진 기자
베트남은 왜 지금 케이팝의 시험장이 되었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베트남 콘텐츠 시장의 문은 넓어졌지만, 진입 절차는 더 촘촘해졌다. 베트남은 2024년 말부터 2026년 상반기 사이 인터넷 서비스, 온라인 게임, 디지털 광고, 저작권, AI, 디지털 통상 관련 법제를 잇달아 정비했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베트남에서 OTT, 웹툰, 게임, 광고 캠페인, AI 활용 콘텐츠를 운영하려면 시장성보다 먼저 규제 구조를 따져야 하는 국면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베트남비즈니스센터는 2025~2026년 베트남이 문화산업을 국가전략 축으로 격상하는 동시에 디지털·저작권·AI·통상 법제를 전면 정비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의 플랫폼 규제는 2024년 말부터 새 체계로 들어갔다. 인터넷 서비스와 온라인 정보 관리를 통합한 새 시행령이 2024년 12월 25일부터 적용되면서, 기존 2013년 인터넷 규제 체계는 대체됐다. 새 규정은 OTT, SNS, 앱스토어, 온라인 게임 사업자에게 계정 인증, 데이터 보관, 불법 콘텐츠 삭제, 게임 현지법인 설립 등 더 구체적인 의무를 부과한다. 한국 콘텐츠 기업이 베트남 시장에 플랫폼이나 게임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기존의 일반적 인터넷 규제 이해만으로는 부족해졌다.

해외 SNS와 앱스토어에는 방문 규모 기준이 새 관문으로 작동한다. 6개월 연속 월 10만 방문 이상이거나 베트남 내 데이터 저장 공간을 임대하는 해외 SNS·앱스토어는 ‘규제 대상 국경간 서비스’로 분류된다. 이 경우 베트남 정보통신부에 통지해야 하고, 베트남 전화번호 또는 국가신분증 가운데 하나를 통한 사용자 계정 인증 의무가 부과된다. 사용자 성명과 생년월일 저장, 당국 요청 시 데이터 제공 의무도 함께 따른다.

게임 분야의 부담은 더 직접적이다. 새 인터넷·온라인 정보 관리 시행령은 해외 게임사의 국경간 게임 제공을 금지하고, 베트남 이용자 대상 게임 서비스 제공을 위해서는 현지법인 설립을 요구한다. 온라인 게임은 상호작용 방식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뉘고, 서비스 라이선스나 증명서, 게임별 발매 결정 또는 통보확인이 필요하다. 카지노 방식 게임과 카드 이미지 사용 게임은 라이선스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성년 이용자 보호 규정도 게임 운영 방식에 직접 영향을 준다. 18세 미만 이용자는 한 게임당 60분, 동일 사업자 제공 게임 합산 하루 180분으로 이용 시간이 제한된다. 게임사는 30분마다 건강 경고 문구를 노출해야 한다. 16세 미만 이용자는 부모 또는 보호자 명의로 계정을 등록해야 하고, 보호자가 이용 시간과 콘텐츠를 감독해야 한다. 콘텐츠 등급에는 기존 12세 이상, 18세 이상 외에 16세 이상 등급이 추가됐다.

베트남은 왜 지금 케이팝의 시험장이 되었나.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콘텐츠 관리 의무도 빨라졌다. 플랫폼은 당국 통지 뒤 24시간 안에 불법 콘텐츠를 삭제해야 한다. 라이브스트림은 SNS 서비스 제공자의 자격 조건과 개별 계정의 수행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이용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었다. 상업적 목적의 라이브스트림에는 국가신분증 번호 인증이 필요하다. 웹툰, 숏폼, 팬 커뮤니티, 게임 방송, 인플루언서 기반 마케팅을 함께 운영하는 기업에는 콘텐츠 삭제 기준과 내부 대응 시간을 미리 정해두는 일이 중요해졌다.

광고 규제도 별도 축으로 강화됐다. 베트남은 온라인 광고의 형식과 사용자 조작권을 구체적으로 다루는 새 광고 시행령을 2026년 2월 15일부터 시행했다. 이 규정은 영상 광고, 이미지 광고, 팝업 광고의 노출 방식과 닫기 기능을 세밀하게 다룬다. 한국 브랜드가 베트남에서 드라마, 웹툰, 게임 IP를 활용해 영상 광고나 팝업 캠페인을 집행할 경우 광고물 제작 단계부터 현지 기준을 반영해야 한다.

영상·동영상 광고에는 5초 이내 스킵 버튼 노출 의무가 적용된다. 사용자는 단순 조작으로 광고를 스킵하거나 닫을 수 있어야 하며, 5초를 넘는 비스킵 광고는 금지된다. 정적 이미지 광고도 대기 시간 없이 즉시 닫을 수 있어야 한다. 가짜 닫기 버튼이나 사용자를 오도하는 닫기 아이콘 사용은 금지된다. 콘텐츠를 읽는 도중 화면을 일부 또는 전체 차단하는 팝업 광고도 명확한 닫기 버튼과 단일 조작을 요구받는다.

광고 규제의 방향은 노출 확대보다 사용자 권리 보장에 맞춰져 있다. 온라인 광고는 불법 콘텐츠 신고, 특정 광고 유형 거부, 부적절 광고 회피 선택권을 명확한 아이콘과 지침으로 제공해야 한다. 불법 온라인 광고에 대해서는 당국 통지 뒤 24시간 내 차단 의무가 부과된다. 베트남을 겨냥한 프리롤·미드롤 광고, 인플루언서 협찬 콘텐츠, 팝업 캠페인, 게임 내 광고는 크리에이티브 완성 뒤 검수하는 방식으로는 대응이 어렵다. 기획 단계에서 스킵 UX, 닫기 버튼, 광고 표기, 신고·거부 절차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저작권과 AI 규제는 콘텐츠 기업의 제작 방식까지 건드린다. 베트남은 권리화 절차를 다루는 개정 지식재산권법, 저작권 행정제재를 강화한 새 시행령, AI 창작물과 학습데이터를 다루는 저작권 시행령 초안, 독립 AI법을 나눠 정비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는 베트남의 독립 AI법을 동남아 최초 사례로 설명했다. 규제 대상이 한 법령에 모여 있지 않은 만큼, 한국 기업은 저작권 등록, 침해 대응, AI 활용 제작, 학습데이터 관리 기준을 따로 점검해야 한다.

베트남, 게임 대국의 탄생.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개정 지식재산권법은 권리화 절차를 빠르게 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 상표, 산업디자인, 특허 심사 기간이 줄었고, 일부 사안에 대해 3개월 내 집중 심사가 가능한 패스트트랙이 도입됐다. AI 학습과 관련해서는 텍스트·데이터 마이닝 예외 조항이 법률 층위에 들어갔다. 다만 세부 요건과 권리자 보호 절차는 하위 시행령에서 구체화되는 구조다. 한국 콘텐츠 기업에는 베트남에서 상표와 캐릭터, 프로그램 포맷, 게임명,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권리화할 필요가 커졌다는 신호다.

저작권 제재 체계도 넓어졌다. 새 저작권 행정제재 시행령은 시정조치 수단을 기존보다 크게 확대했고, 공개 사과 명령, 저작권 증명서 반납, 불법 디지털 콘텐츠 접근 차단, 불법 수익 환수 등을 포함했다. 벌금 상한은 개인 2억5,000만 동, 법인 5억 동으로 유지되지만, 산정 기준에 불법 수익, 권리자 손해액, 침해 물품 가액이 반영되는 구조로 바뀌었다. 제재의 명목상 상한보다 실제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방식이다.

국경을 넘는 온라인 저작권 침해도 베트남 행정당국의 관할에 들어간다. 해외 웹사이트, 스트리밍 서비스, 플랫폼이 베트남 이용자에게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제공하면 행정제재와 시정조치 대상이 될 수 있다. 한국 드라마, 음원, 게임, 웹툰의 베트남 내 불법 유통에 대해서는 차단과 수익 환수를 청구할 수 있는 경로가 열린다. 반대로 한국 플랫폼이 베트남 이용자에게 권리 문제가 있는 콘텐츠를 전송하면 같은 관할이 역으로 적용될 수 있다.

AI 창작물과 학습데이터 규율은 별도의 불확실성을 만든다. 저작권 시행령 초안은 AI를 보조 도구로 활용한 창작물에 인간의 실질적 창의 기여가 있을 때 저작권을 인정하는 방향을 담고 있다. 프롬프트 작성, 편집, 후처리, 직접 통제 같은 인간 기여가 판단 요소로 거론된다. 인간 개입 없이 AI가 단독으로 산출한 순수 생성물에는 저작권이 부여되지 않는 구조다. AI를 활용해 웹툰 배경, 광고 이미지, 게임 캐릭터, 번역·더빙 스크립트를 만드는 기업은 작업 과정과 인간 기여를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

베트남, 게임 대국의 탄생.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학습데이터에는 opt-out 구조가 논의되고 있다. 권리자가 robots.txt, 메타데이터, 서면 통지 등으로 거부 의사를 표시하지 않으면 AI 운영자의 학습 이용이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방식이다. 다만 AI 운영자는 산출물 통제 의무와 학습 자료·처리 이력 기록 유지 의무를 부담한다. 한국 기업이 국내 기준으로 활용 가능한 데이터라고 판단했더라도, 베트남에서는 권리자의 opt-out 표시 여부와 현지 시행령 기준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

디지털 통상 환경도 흔들리고 있다. 2026년 3월 WTO 제14차 각료회의에서 전자적 전송물 무관세 모라토리엄이 종료됐다. 같은 회의에서 일부 회원국은 전자상거래협정 잠정 이행 약정에 합의했지만, 베트남은 관련 협정 비참여국으로 분류됐다. 한국은 CPTPP 미가입국이어서 한·베 디지털 콘텐츠 무역은 VKFTA의 공백에 노출된다. 다만 베트남 국내 관세 법제가 디지털 산업 수입관세 축소·면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 단기 관세 신설 가능성은 낮은 편으로 평가됐다.

공급 모델은 세 갈래로 나뉜다.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직접 전자 공급하는 방식은 운영이 단순하지만 VKFTA 공백에 따른 관세 리스크와 부가가치세 등록·신고 부담이 따른다. CPTPP 회원국 법인을 경유하는 방식은 관세 리스크를 낮출 수 있지만, 경유법인 설립·유지 비용과 이전가격 문제가 붙는다. 베트남 현지법인을 통해 국내 공급하는 방식은 관세 리스크와 플랫폼 규제 대응 부담을 줄일 수 있으나, 법인세와 현지 운영비를 감수해야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는 실무 대응 항목을 OTT·SNS, 게임, 광고, AI·저작권, 관세·세제, 데이터로 나눠 제시했다. OTT·SNS는 월 10만 방문 기준, 실명 인증, 24시간 삭제 체계를 점검해야 한다. 게임은 현지법인 설립, 미성년 자동제한, 게임 등급별 통보 절차가 필요하다. 광고는 5초 이내 스킵 UX, 원터치 닫기, 가짜 닫기 버튼 배제, 사업자 등록을 확인해야 한다. AI·저작권은 인간 창의 기여 증빙, opt-out 신호 모니터링, IP 관리체계가 우선 항목으로 제시됐다.

베트남 콘텐츠 시장은 성장 가능성과 규제 비용이 동시에 커지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 문화산업이 국가전략으로 올라선 만큼 외국 콘텐츠 기업의 협력 기회는 넓어졌지만, 디지털 플랫폼과 광고, AI, 저작권, 관세, 데이터 규제는 사업 모델의 전제 조건이 됐다. 한국 기업의 베트남 진출은 작품 수출이나 단발성 캠페인보다 현지 파트너, 법인 구조, IP 권리화, 광고 UX, 미성년 보호, AI 학습데이터, 세제·관세 총비용을 함께 설계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