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씽③] 관객 줄어든 극장가, ‘와일드 씽’은 왜 무대를 택했나

가상 혼성 그룹 ‘트라이앵글’ 앞세운 코미디 영화 아이돌 프로필, 복고 무대, 배우 퍼포먼스로 극장 관람 이유를 묻다

2026-05-07     김동희 기자
영화 ‘와일드 씽’ 제작보고회.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2025년 극장가는 1억609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전년보다 13.8% 줄어든 수치다. 같은 기간 한국영화 매출액은 4191억 원으로 39.4% 감소했다. 극장 시장은 1조 원 매출과 1억 명 관객 선을 지켰지만, 한국영화의 부진은 더 가파르게 나타났다. 6월 3일 개봉하는 ‘와일드 씽’은 이런 시장에서 코미디를 다시 극장으로 불러내려는 영화다. 선택한 방식은 가상의 혼성 댄스 그룹이다.

‘와일드 씽’은 해체된 3인조 혼성 그룹 ‘트라이앵글’의 재결합을 다룬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왕년의 스타들이 다시 무대에 서는 이야기다. 그러나 이 영화가 개봉 전부터 내세운 것은 서사의 세부보다 그룹의 형식이다. 강동원은 리더 황현우, 엄태구는 막내 래퍼 구상구, 박지현은 센터 변도미로 배치됐다. 인물 소개는 배우의 필모그래피보다 아이돌 그룹의 포지션 문법에 가깝다.

영화 ‘와일드 씽’ 제작보고회.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극장 코미디가 무대로 향한 배경에는 관객의 달라진 소비 방식이 놓여 있다. 2025년 장르별 매출에서 코미디는 1325억 원, 점유율 12.7%로 3위에 올랐다. 시장 전체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웃음에 대한 수요는 남아 있었다. 다만 코미디가 관객을 극장으로 부르는 방식은 예전보다 까다로워졌다. 설정이 기발하거나 배우 조합이 화려하다는 이유만으로 표를 사는 관객은 줄었다. 극장에서 직접 확인해야 할 장면, 집에서 보는 콘텐츠와 다른 경험이 필요해졌다.

‘트라이앵글’은 그 지점에서 만들어진 장치다. 영화 속에서는 과거에 사라진 그룹이지만, 홍보 과정에서는 실제 팀처럼 먼저 관객 앞에 선다. 그룹명, 멤버별 포지션, 의상, 포토월, 무대 구호가 차례로 공개된다. 배우들은 캐릭터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팀의 멤버처럼 보인다. 영화 홍보가 작품 소개에 머물지 않고, 가상의 공연 콘텐츠처럼 움직이는 셈이다.

영화 ‘와일드 씽’ 제작보고회.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혼성 그룹이라는 형식도 계산된 선택에 가깝다.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혼성 그룹은 보이그룹과 걸그룹에 비해 드문 형식이다. 2020년 프로젝트 그룹 싹쓰리는 1990년대 혼성 댄스 그룹의 기억을 다시 꺼냈고, 2025년 올데이 프로젝트의 등장은 혼성 그룹이라는 형식을 다시 화제의 자리에 올렸다. ‘와일드 씽’은 실제 음악 그룹을 결성하는 프로젝트는 아니지만, 그 기억을 영화의 홍보 문법으로 가져온다.

이 전략은 복고와도 맞물린다. 20여 년 전 활동했던 혼성 그룹이라는 설정은 낡은 무대 의상, 과장된 안무, 멤버별 수식어, 음악방송식 경쟁 구도를 자연스럽게 불러온다. 발라드 가수 성곤이 트라이앵글의 과거 라이벌로 놓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퍼포먼스형 그룹과 감성형 발라드 가수의 대비는 2000년대 가요계를 떠올리게 한다. 영화는 이 대중문화적 기억을 코미디의 재료로 쓴다.

영화 ‘와일드 씽’ 제작보고회.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5년 특수상영 매출이 전년보다 46.3% 늘어난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 수치는 관객이 모든 영화를 특수관에서 보려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극장 관람에 별도의 체험 가치를 요구하는 흐름이 강해졌다는 신호에 가깝다. ‘와일드 씽’은 대형 시각효과나 프랜차이즈 세계관을 앞세운 영화가 아니다. 대신 배우의 몸을 무대 위로 올린다. 강동원이 춤을 추고, 엄태구가 랩을 하며, 박지현이 센터로 서는 장면은 영화의 줄거리이자 관람 포인트다.

배우의 변신은 이 영화가 극장 관객에게 내미는 첫 번째 카드다. 강동원의 아이돌 리더, 엄태구의 래퍼, 박지현의 센터는 익숙한 배우 이미지와 다르게 보이도록 설계됐다. 관객은 단순히 세 인물이 어떤 결말을 맞는지를 보는 것이 아니라, 배우들이 평소 이미지와 다른 방식으로 몸을 쓰는 장면을 확인하게 된다. 코미디의 무대가 공연장으로 옮겨간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영화 ‘와일드 씽’ 제작보고회.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그러나 가상 아이돌 콘셉트는 양날의 칼이다. 포토타임과 짧은 영상에서는 강한 인상을 남길 수 있다. 분홍색 니트와 리본, 래퍼 포지션, 센터 의상, 복고풍 무대 콘셉트는 개봉 전 화제를 만들기 쉽다. 문제는 107분의 러닝타임이다. 본편에서 현우, 도미, 상구가 왜 다시 무대에 서야 하는지 설득되지 않으면 트라이앵글은 영화의 동력이 아니라 홍보용 외형으로 남을 수 있다.

6월 극장가의 정책 환경도 변수다. 영화산업 긴급지원 추경에는 국민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과 한국영화 제작지원 예산이 포함됐다. 6000원 할인권 450만 장 배포도 예정돼 있다. 할인권은 관객의 가격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특정 작품의 흥행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개봉 시점, 경쟁작, 예매율, 좌석판매율, 시사회 반응이 함께 맞물려야 효과가 나타난다.

영화 ‘와일드 씽’ 제작보고회. 사진=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와일드 씽’은 침체된 한국영화 시장에서 코미디가 선택할 수 있는 한 가지 방식을 보여준다. 웃음을 극장으로 다시 불러오기 위해 영화는 무대를 세우고, 배우를 가상의 아이돌로 세우며, 복고적 기억을 현재의 홍보 방식과 결합한다. 남은 문제는 분명하다. 트라이앵글의 무대가 짧은 화제에 그치지 않고, 세 인물의 현재와 충돌하며 웃음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극장 코미디의 승부는 결국 콘셉트가 아니라 본편의 리듬에서 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