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트렌드③] 호르무즈와 트럼프 관세, 콘텐츠 산업의 비용표를 흔든다

미국·이란 충돌과 유가 불안, 10% 글로벌 관세 소송까지…K콘텐츠의 태국·아세안 전략도 지정학 변수 위에 놓였다

2026-05-10     전성진 기자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5월 8일 브렌트유는 미국·이란 교전 뒤 장중 한때 3%까지 뛰었다가 배럴당 101.29달러에 마감했다. 호르무즈 해협 운항 차질과 휴전 협상 불확실성이 동시에 시장을 흔들었다. 같은 날 미국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10% 글로벌 관세를 둘러싼 항소전이 이어졌다. 콘텐츠 산업은 전쟁 산업이 아니지만, 유가와 운임, 환율, 보험료, 관세, 광고 경기의 변동은 촬영장과 플랫폼, 팬미팅, 굿즈 사업의 비용표를 바꾼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병목이다.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2024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석유 흐름이 하루 평균 2,000만 배럴로, 전 세계 석유류 소비의 약 20%에 해당한다고 집계했다. 2025년 1분기에도 흐름은 2024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중동 해역의 군사 긴장은 원유 가격만 올리는 사건이 아니다. 항공료, 해상 운임, 장비 운송, 보험 조건, 전력비, 현지 체류비까지 여러 비용 항목으로 번진다.

콘텐츠 제작사는 원유를 직접 사지 않는다. 카메라와 조명, 음향 장비는 항공과 해상 운송망을 타고 움직인다. 해외 로케이션은 항공권, 숙박, 현지 물가, 촬영 허가, 보험료에 묶여 있다. 팬미팅과 콘서트, 팝업스토어는 무대 장비, 굿즈, 의상, 보안, 현지 대관비를 함께 계산해야 한다. 물류와 에너지 가격이 흔들리면 제작비 명세서와 IP 부가사업 계획도 함께 조정된다.

로이터는 5월 8일 미국과 이란이 공습을 주고받은 뒤 브렌트유가 장중 3%까지 뛰었고, 시장이 교전 중단 가능성과 호르무즈 해협 운항 차질을 함께 반영했다고 보도했다. 같은 보도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 WTI는 배럴당 95.42달러에 마감했다. 가격 움직임 자체보다 제작사와 플랫폼에 더 까다로운 대목은 변동성이다. 촬영 계약과 배우 일정, 스태프 인건비, 로케이션 대관은 한번 확정되면 쉽게 줄일 수 없다. 반면 환율과 항공료, 보험료는 더 빨리 움직인다.

5월 8일 기준 미국·이란 갈등은 교전과 협상이 동시에 진행되는 국면이었다. 로이터는 미국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초안을 수정해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공격과 기뢰 부설 중단을 요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가 여전히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로이터 라이브 보도는 미국이 이란의 답변을 기다리는 가운데 걸프 지역 교전이 이어졌다고 전했다. 휴전과 충돌이 같은 뉴스 흐름 안에 놓인 셈이다.

광고 시장도 지정학 리스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1편에서 본 것처럼 글로벌 콘텐츠 산업의 돈줄은 구독료 중심에서 광고와 팬덤 수익으로 이동하고 있다. 광고는 경기와 소비 심리에 민감하다. 유가가 오르고 운임이 뛰며 관세가 소비재 가격을 압박하면 기업은 마케팅비 집행 시점과 캠페인 규모를 다시 본다. OTT와 숏폼, 크리에이터 플랫폼이 광고 수익을 키우려 해도 광고주의 예산은 거시경제 충격에 따라 조정된다.

제작비 상승은 작품의 규모와 방식도 바꾼다. 대작 드라마와 영화는 해외 로케이션, CG, 후반작업, 음악, 글로벌 마케팅에 큰 비용을 쓴다. 에너지와 물류, 환율이 동시에 오르면 촬영지는 줄어들고, 회차와 세트 규모, 해외 프로모션 일정이 조정될 수 있다. 플랫폼은 지역별 투자 우선순위를 다시 따진다. 중소 제작사는 선판매, 보증, 보험 조건에 더 민감해진다.

트럼프 리스크는 중동 안보만의 문제가 아니다. 백악관은 2026년 2월 20일 국제수지 문제를 이유로 150일 동안 미국 수입품에 10% 종가 기준 임시 수입 추가관세를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근거로 든 조항은 1974년 무역법 122조였다. 백악관은 해당 조항이 국제수지 문제 상황에서 최대 15%의 임시 수입 추가관세를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도록 한다고 설명했다.

10% 관세는 법원에서 제동을 받았다. 로이터는 5월 7일 미국 국제무역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10% 글로벌 관세에 대해 1970년대 무역법을 근거로 정당화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보도했다. 5월 8일에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가 항소에서 이길 것이라고 밝혔다. 관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법원과 행정부 사이의 공방으로 들어간 것이다.

콘텐츠 산업은 관세율표의 중심 업종은 아니지만, 관세에서 자유롭지도 않다. 카메라, 렌즈, 조명, 음향 장비, 서버 장비, 공연 무대 장비, 굿즈 원재료, 의류, 포장재는 국경을 넘는다. 플랫폼은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결제망, 광고 기술을 쓴다. 제작사는 장비를 수입하거나 임차하고, 굿즈와 앨범, 공연 물품을 여러 국가에서 제작·운송한다. 관세율 자체보다 어느 품목에, 어느 기간 동안, 어떤 법적 근거로 부과될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 더 큰 부담이다.

트럼프 2기 통상정책은 관세를 외교와 산업정책의 도구로 쓴다. 백악관은 2025년 4월 상호관세 명령에서 미국의 무역적자와 비상호적 무역 관행을 국가안보와 경제에 대한 위협으로 규정했다. 2026년의 임시 수입 추가관세는 법적 근거가 다르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같은 질문을 남긴다. 미국 시장에 들어가는 장비와 상품, IP 부가사업 물품, 플랫폼 비용이 어느 순간 얼마나 달라질지 예측하기 어렵다.

K콘텐츠의 해외 전략은 이 불확실성 위에서 짜여야 한다. 미국은 여전히 광고, 플랫폼, IP 판매, 팬덤 이벤트의 핵심 시장이다. 동시에 중동 안보, 유가, 관세, 제재, 환율이 한꺼번에 흔들리면 한 시장에 제작과 유통, 팬덤 사업을 몰아넣는 전략은 위험해진다.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같은 아세안 시장은 단순한 신규 소비지가 아니라 제작비와 로케이션, 유통, 팬덤 이벤트를 분산하는 거점으로 읽힌다.

태국 전략도 이 흐름 속에서 다시 놓인다. 태국 OTT 시장은 넷플릭스, Viu, TrueID, AIS Play, 방송사 기반 플랫폼이 함께 경쟁하는 시장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태국비즈니스센터 자료는 태국 미디어 시장이 전통 방송 중심에서 OTT·소셜미디어·모바일 기반 소비 구조로 이동하고, 태국 OTT 매출과 SVoD 이용자 수가 증가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한국 기업이 태국을 보는 이유는 성장률만이 아니다. 현지 플랫폼 제휴, 공동제작, 통신사 번들, 팬미팅과 굿즈 사업을 결합해 미국·중동발 비용 충격을 분산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리스크 분산이 곧 비용 절감은 아니다. 태국과 아세안으로 움직이면 현지화 비용, 계약 관리, 세무·규제 대응, 저작권 보호, 배우·스태프 이동, 팬 이벤트 운영비가 새로 붙는다. 현지 플랫폼과 공동제작을 할수록 IP 소유권, 2차 사업권, 지역별 유통권, 수익 배분 구조를 더 정교하게 나눠야 한다. 미국 관세와 중동 에너지 충격을 피하려고 지역을 넓혀도 현지 규제와 환율, 데이터 규범은 남는다.

제재와 결제망도 확인해야 할 변수다. 미국이 이란, 중국, 러시아, 특정 기업 또는 기술 부문에 제재를 강화하면 콘텐츠 기업은 직접 제재 대상이 아니어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글로벌 플랫폼은 결제, 광고, 클라우드, 앱마켓, 데이터 이전 규칙에 묶여 있다. 특정 지역에서 결제가 막히거나 광고 집행이 제한되면 콘텐츠 유통과 팬덤 수익도 흔들린다. 해외 진출 전략은 작품의 인기뿐 아니라 제재 준수, 결제 인프라, 데이터 규정까지 포함해야 한다.

콘텐츠 산업의 지정학 리스크는 한 번의 전쟁 뉴스로 끝나지 않는다. 중동 해협의 운항 차질은 원유와 운임을 건드리고, 트럼프 관세는 장비와 굿즈, 플랫폼 비용의 예측 가능성을 낮춘다. 광고 중심의 수익 구조는 경기 변동에 더 민감해지고, 팬덤 비즈니스는 항공과 물류, 현지 행사 운영에 더 많이 노출된다. IP 수익을 영상 밖으로 넓힐수록 산업의 외부 변수도 함께 늘어난다.

현재 남은 변수는 미국·이란 협상 결과,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 운항 여부, 원유 가격과 원·달러 환율, 10% 글로벌 관세 항소 결과, 7월 임시 관세 만료 시점, 한·태국 CEPA 타결 일정이다. 한국 콘텐츠 기업의 해외 수익은 어느 플랫폼에 팔았느냐만으로 정해지지 않는다. 제작비를 어디서 쓰고, 권리를 어디까지 보유하며, 팬덤 사업을 어느 지역에 분산하고, 관세와 제재와 환율을 어떻게 계약서에 반영하느냐가 남는 몫을 가를 가능성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