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연봉 1억6천만원, 텅 빈 본회의장이 묻는 ‘정치 직업인’의 자격

텅 빈 본회의장과 ‘국회의원 자격시험’의 농담, 국회는 무엇을 대표하는가 연봉 1억6천만원의 헌법기관, 표결장 밖에서 멈춘 개헌 절차 ‘기본 검사’ 농담까지 부른 국회 불신…대표의 자격을 다시 묻다

2026-05-10     박준식 기자
국회의사당.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2026년 5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 전광판에는 178이라는 숫자가 떴다. 헌법 개정안 표결에 참여한 의원 수였다. 재적 의원 3분의 2인 191명에 13명 모자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하면서 투표함은 열리지 못했다. 하루 뒤 예정됐던 개헌안 재상정도 필리버스터 예고 속에 철회됐다. 6월 3일 지방선거와 함께 치르려던 개헌 국민투표 절차는 국회 문턱에서 멈췄다.

이번 개헌안은 부마민주항쟁과 5·18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비상계엄 통제 강화, 국가 균형발전 등을 골자로 했다. 사안별 찬반은 갈릴 수 있었다. 헌법 전문에 어떤 역사적 사건을 담을지, 계엄 통제 장치를 어디까지 강화할지, 지방선거와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르는 일정이 적절한지는 국회 안에서 따져볼 쟁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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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가 남긴 장면은 숙의가 아니었다. 반대 토론도 아니었고, 표결을 통한 정치적 책임도 아니었다. 본회의장 안에서 반대표를 던지는 방식이 아니라 의결 정족수 자체를 무너뜨려 절차를 중단시키는 방식이었다. 헌법 개정이라는 국가적 의제 앞에서 국회는 헌법기관으로서의 토론 능력과 책임 능력을 스스로 의심받게 했다.

시민사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시민주도 헌법개정 전국 네트워크는 이번 사태를 국회의 무능과 특정 정당의 반헌법적 행태가 빚은 결과로 규정했다. 시민사회가 문제 삼은 것은 특정 조항에 대한 찬반만이 아니었다. 시민에게 위임받은 권한을 토론과 표결이 아니라 절차 중단의 수단으로 사용한 행태였다.

'내란 중요임무 종사 혐의' 추경호, 체포동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사진=2025 11.27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의힘은 이번 개헌 추진을 선거를 앞둔 정략적 시도로 봤다. 정치적 반대는 정당의 자유에 속한다. 개헌의 시기와 내용, 추진 절차를 두고 야당이 이견을 제기하는 일도 당연하다. 그러나 반대는 본회의장 안에서 설명되고 기록으로 남아야 한다. 표결장을 비워 절차를 마비시키는 행위는 정치적 계산일 수는 있어도 국민의 대표에게 기대되는 태도라고 보기는 어렵다.

더불어민주당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개헌은 재적 의원 3분의 2라는 엄격한 합의를 전제로 한다. 다수당의 추진력 못지않게 반대 세력과 시민을 설득하는 협상력이 필요하다. 국민의힘의 불참이 직접적인 원인이었다 해도, 집권여당이 개헌안을 사회적 합의의 장으로 넓히는 데 충분한 정치력을 보였는지는 따로 평가해야 한다.

정청래, 민주당 당대표 적합도 1위…박찬대와 격차 벌리며 중도층까지 우세 전화면접·ARS 조사 모두 정청래 우세, 박찬대는 2030세대서 선전  /사진=정청래 facebook,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회의 파행은 개헌 국면에서만 불거진 일이 아니다. 법안 처리 지연, 상임위 공백, 윤리특별위원회의 유명무실화는 국회에 대한 신뢰를 계속 낮춰왔다. 국회의원이 국민 전체의 대표인지, 정당 지도부의 대리인인지, 특정 지지층의 분노를 대변하는 창구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장면도 반복됐다.

그 틈에서 ‘국회의원 자격시험’이라는 말이 나온다. 민주주의 체제에서 국민의 대표를 시험 성적으로 선발하자는 주장은 본래 어색하다. 선거는 시험이 아니며, 국회의원은 관료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말이 완전히 우스갯소리로만 들리지 않는 데 지금 한국 정치의 곤경이 있다.

'권력형 비위·공천헌금 의혹' 김병기,자진 탈당…민주당 제명 처분 일주일만 사진=2026. 01.19 mbc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시민이 요구하는 것은 고난도 지식 검증이 아니다. 공적 판단 능력에 대한 최소한의 기본 검사에 가깝다. 헌법의 기본 원리, 권력분립의 취지, 예산의 공공성, 이해충돌 방지에 대한 인식이 있는지 묻고 싶다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감수성, 사실과 선동을 구분하는 인지 능력, 반대자를 시민으로 인정하는 민주적 태도를 갖췄는지도 확인하고 싶다는 냉소적 요구다.

국회의원에게 필요한 인문적 소양과 철학적 기초도 여기서 빠지지 않는다. 입법은 단순한 행정 기술이 아니다. 인간의 존엄, 자유와 평등의 충돌, 다수결의 한계, 국가권력의 남용, 공동체가 감당해야 할 책임을 다루는 일이다. 사회를 바라보는 관점과 타인을 대하는 태도가 결여된 입법은 쉽게 정략의 도구가 된다.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고, 정당의 이해관계를 넘어 공익을 우선하는 능력은 국회의원이 갖춰야 할 기본 자질이다.

권성동, 뉴스타파 기자 폭행 논란… “정치인의 도리인가, 권력자의 민낯인가”  “지라시 취재는 거부” 권성동 뉴스타파 기자 폭행에 박성준“폭행·언론탄압, 사과하고 사퇴하라” 사진=2025 04.17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헌법 제46조는 국회의원에게 청렴의 의무를 부여하고, 국가이익을 우선해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라고 규정한다. 헌법기관이라는 지위는 권력이 아니라 책임의 무게를 뜻한다. 표결장에서 논의에 참여하고, 반대한다면 이유를 밝히며, 시민의 질문 앞에서 숨지 않는 것이 헌법이 요구하는 의원의 역할이다.

'대장동 50억 클럽' 곽상도 공소기각…아들 병채 1심 무죄  사진=2026. 02.06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개헌 무산은 국회의 존재 이유를 다시 묻게 한다. 국민의힘은 표결 불참이 왜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 시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은 왜 개헌 시도를 사회적 합의로 이끌지 못했는지 돌아봐야 한다. 국회 전체는 중대한 국가 의제를 정파적 대결 속에 멈춰 세운 데 대해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국회의원 자격시험론은 제도적 대안이라기보다 현실에 대한 통렬한 풍자다. 그 풍자가 농담을 넘어 진지하게 회자되는 현실은 국회가 시민의 신뢰를 얼마나 잃었는지를 말해준다. 시민은 엘리트의 통치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헌법과 민주주의, 공적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갖춘 대표를 원할 뿐이다. 시험지가 필요한 국회가 아니라, 시험지라는 단어가 더는 필요하지 않은 국회가 시민이 기다리는 국회의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