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소멸 막는 풀뿌리 여행…최휘영 문체부 장관, 경남 관광두레 현장 점검
주민 주도형 관광 생태계 자생력 진단…보조금 종료 후 독자 생존과 콘텐츠 차별화가 과제 13년째 이어온 관광두레, 전국 152개 지역·1,411개 사업체로 확장… 경남은 남부권 광역관광 거점
[KtN 임우경기자] 경상남도 밀양시의 한 한식당. 15일 오후 이곳에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경남 지역 관광두레 주민 사업체 대표, 피디(PD)들과 마주 앉았다. 지역 농특산물을 활용한 식음 상품과 주민들이 직접 기획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이들의 손을 잡으며 최 장관은 현장의 애로사항을 청취했다.
이번 간담회는 정부가 추진해 온 주민 주도형 지역 관광 모델의 성과를 점검하고, 인구 감소로 위기를 겪고 있는 지방 도시의 자생적 관광 생태계 구축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집계한 올해 기준 전국 관광두레 사업체는 수백여 곳에 달하며, 이 중 경남 지역은 낙동강 유역과 내륙 문화를 바탕으로 한 주민 참여가 활발한 축에 속한다.
관광두레는 지역 주민이 스스로 공동체를 구성해 숙박, 식음, 여행사, 체험 등의 관광 비즈니스를 경영하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과거 관 주도의 대규모 인프라 개발 방식이 거액의 예산 투입 대비 외지 자본의 배만 불렸다는 비판에서 출발했다. 정부가 초기 3~5년간 역량 강화와 홍보 마케팅을 지원하면, 주민들이 고유의 콘텐츠로 독립적인 경제 주체가 되는 것이 핵심이다. 인구 소멸 위험 지역이 밀집한 경남권에서 관광두레는 생활 인구를 유입시키고 골목 경제를 떠받치는 대안적 모델로 주목받아 왔다.
이날 간담회에서 주민 대표들은 현장에서 겪는 경영상의 한계를 솔직하게 토로했다. 경남 지역의 한 관광두레 피디는 초기 기획 단계에서는 주민들의 참여도가 높지만, 실제 상품을 출시하고 나면 네이버나 인스타그램 등 민간 플랫폼을 통한 대중적 유통과 마케팅에서 전문성 부족을 절감한다고 전했다. 대도시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는 서비스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문제와 고령화된 지역 사회 내에서 젊은 기획 인력을 추가로 확보하기 어렵다는 점도 공통된 과제로 제기됐다.
시장 전문가들은 관광두레가 안착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로 '콘텐츠의 획일화'와 '보조금 의존증'을 꼽는다. 한 지역에서 특정 로컬 푸드나 전통 체험 상품이 성공하면 인근 지자체에서 유사한 형태의 사업체가 난립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는 결국 전체적인 품질 저하와 가격 경쟁으로 이어져 풀뿌리 관광 생태계를 스스로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정부의 재정 지원이 끊기는 시점에 매출 자립을 이루지 못하고 운영을 중단하는 사업체가 여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은, 이 모델이 가진 경제적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 트렌드의 변화는 관광두레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획일적인 패키지 여행에 피로감을 느낀 2030 세대와 시니어 층을 중심으로, 지역의 진짜 일상을 체험하고 주민과 교류하는 '로컬 오디세이'형 관광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대기업 리조트가 줄 수 없는 주민들의 진정성 있는 스토리텔링과 지역 고유의 자산이 결합될 때, 대체 불가능한 경쟁력이 생긴다는 것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판단이다.
경제적 관점에서 볼 때 관광두레의 성공은 단순한 관광객 유치를 넘어 지역 내 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주민들이 직접 지분을 갖고 참여하기 때문에 매출이 발생하면 그 이익이 고스란히 지역 사회 가계 소득으로 직결된다. 현지 농가에서 식자재를 조달하고 지역 청년들을 고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방위적 경제 효과는 대규모 자본 투입형 개발보다 내실이 탄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제는 가계 여력 위축에 따른 국내 여행 소비 둔화 흐름 속에서 이들 소규모 사업체가 대형 관광 상품과의 경쟁에서 얼마나 버텨낼 수 있느냐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이번 경남 지역 간담회에서 제안된 의견들을 바탕으로 관광두레의 질적 성장을 위한 후속 대책을 검토할 방침이다. 단순한 초기 사업비 보조를 넘어 민간 유통 채널과의 적극적인 연계, 크라우드 펀딩을 통한 초기 투자금 확보 지원, 광역 단위의 공동 마케팅 시스템 구축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대중적인 인지도를 넓히고 반복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주민 주도의 강소형 관광이라는 취지가 공염불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간담회를 마친 최 장관과 경남 지역 관광두레 관계자들은 기념촬영을 하며 지역 관광 활성화에 대한 의지를 다졌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향후 전국 단위의 관광두레 성과 공유 대회를 개최하고, 우수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대형 여행사 연계 상품 개발 기획전을 하반기 중 추진할 계획이다. 정부의 지원 정책이 일회성 격려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작동하는 실질적인 비즈니스 생태계로 이어질 수 있을지, 향후 발표될 세부 지원안과 민간 협력 사업의 향방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