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같은 문화의 이름②] 최재춘 추진단 6년, 민간의 집념이 국가신청으로 넘어간 시간

2019년 문제 제기에서 2026년 유네스코 신청까지 태권도계 설득, 북측 ITF 접촉, 범국민 서명운동이 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2026-05-19     임우경 기자
최재춘 코리아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장이 태권도 남북 공동 유네스코 등재를 민간 의제로 꺼낸 시점은 2019년이다. 국가유산청이 2026년 3월 31일 유네스코 본부에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 등재신청서를 제출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사진=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임우경 · 박준식기자] 최재춘 코리아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장이 태권도 남북 공동 유네스코 등재를 민간 의제로 꺼낸 시점은 2019년이다. 국가유산청이 2026년 3월 31일 유네스코 본부에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 등재신청서를 제출하기까지 6년이 걸렸다. 태권도계 내부에서도 낯선 의제였고, 남북 공동등재라는 목표는 정치적 부담까지 안고 있었다. 민간에서 시작된 문제 제기는 태권도계 주요 단체의 참여와 정부 신청 절차를 거치며 국가 문화유산 의제로 넘어갔다.

본지가 축적해온 최재춘 추진단 취재는 단순한 캠페인 기록이 아니다. 2019년 민간 차원의 문제 제기, 태권도계 내부 설득, 북측 ITF 계열 접촉, 정부 협력 요구, 범국민 100만 서명운동이 이어졌다. 추진단의 활동은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를 태권도계 내부 과제에 머물게 하지 않고, 남북 공동문화와 국가 문화외교의 의제로 끌어올리는 과정이었다.

최재춘이라는 이름은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논의에서 반복해서 등장해왔다. 본지는 2023년 최재춘 위원장의 국기 태권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 등재 도전을 다뤘고, 2025년에는 남북 태권도의 유네스코 공동등재 가능성을 기획 기사로 짚었다. 2026년에는 무주에서 코리아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의 공식 출발과 6개 단체 결집, 100만 서명운동까지 이어진 흐름을 추적했다.

최재춘 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장 /사진=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최재춘 추진단은 태권도를 경기 종목이나 국기 상징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 추진단은 태권도를 사범과 수련생, 도장 공동체, 예의와 절제의 규범, 세대 간 전승 방식이 결합된 인류무형문화유산 후보로 설명해왔다. 유네스코 등재 논리는 경기장의 승패보다 생활 속 수련문화와 전승 공동체를 요구한다. 태권도의 세계적 확산만으로는 부족하고, 태권도가 어떤 공동체 안에서 이어져 왔는지 설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아 있었다.

태권도계 내부 설득은 출발부터 쉽지 않았다. 태권도는 대한민국의 국기이고 올림픽 종목이며 세계 각국 도장에서 수련되는 문화다. 그러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는 국가 브랜드의 크기만으로 성사되지 않는다. 국내 태권도계가 태권도를 유네스코 무형유산의 언어로 다시 설명하는 데 익숙하지 않았고, 남북 공동등재라는 목표까지 더해지면서 부담은 커졌다.

남북 공동등재라는 목표가 붙자 태권도계 일부에서는 정치적 우려가 나왔다. 남측의 국기원·세계태권도연맹 체계와 북측의 ITF 계열 전승 체계는 서로 다른 국제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추진단은 남북 태권도의 차이를 없애자는 방식이 아니라, 다른 제도 안에서도 같은 문화의 이름을 함께 다룰 수 있다는 방향으로 논리를 세웠다. 공동등재는 태권도 체계를 하나로 합치는 일이 아니라, 남북이 공유하는 문화적 뿌리를 유네스코 절차 안에서 확인하는 일에 가깝다.

최재춘 단장(우측)은 국제태권도연맹 리용선 총재(좌측)와 만나 태권도 남북 공동등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22년 7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이뤄진 북측 ITF 계열 접촉은 추진단 활동의 중요한 장면으로 남아 있다. 최재춘 단장은 국제태권도연맹 리용선 총재와 만나 태권도 남북 공동등재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공동등재는 남측 태권도계의 동의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북측 태권도 전승 체계와 국제태권도연맹 계열의 협조 가능성이 함께 움직여야 한다.

오스트리아 빈 접촉 이후 추진단의 민간외교는 공식 외교가 막힌 시기에도 태권도 공동등재 논의를 이어가는 통로가 됐다. 남북관계가 경색된 상황에서 정부 간 접촉은 제한적이다. 민간 태권도 네트워크는 공식 협상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유네스코 공동등재 논의를 완전히 끊지 않게 하는 연결선으로 기능했다. 최재춘 추진단의 활동이 단체 홍보 차원을 넘어 문화유산 외교의 전 단계로 평가되는 이유다.

2018년 씨름 공동등재의 선례도 추진단 활동의 근거가 됐다. 남북은 각각 씨름 관련 신청서를 냈지만, 유네스코의 중재와 남북의 동의 속에 공동등재가 성사됐다. 유네스코는 당시 남북 신청을 병합한 등재를 전례 없는 사례로 설명했다. 씨름 공동등재는 남북이 같은 문화유산을 공유한다는 사실을 국제기구 절차 안에서 확인한 사건이었다.

태권도는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ITF 계열이 얽힌 국제적 제도 구조를 갖고 있다. 올림픽 종목으로서 태권도, 도장 수련문화로서 태권도, 북측이 설명하는 전통무술 태권도는 같은 이름 안에서도 강조점이 다르다.  /사진=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태권도는 씨름과 다른 제도 지형 위에 놓여 있다. 씨름은 남북 모두에서 민속놀이와 전통 경기의 성격이 강하다. 태권도는 국기원, 세계태권도연맹, 대한태권도협회, 태권도진흥재단, ITF 계열이 얽힌 국제적 제도 구조를 갖고 있다. 올림픽 종목으로서 태권도, 도장 수련문화로서 태권도, 북측이 설명하는 전통무술 태권도는 같은 이름 안에서도 강조점이 다르다. 공동등재 논의는 차이를 덮는 방식이 아니라, 차이를 인정하면서 공동의 문화적 기반을 찾아야 하는 작업이다.

2025년 말부터 등재 추진은 민간 운동의 범위를 넘어 제도권 절차로 들어갔다. 전북겨루기태권도보존회, 태권도진흥재단,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코리아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 등 전승 주체들이 국가유산청 신청 절차에 참여했다. 전북과 무주 태권도원, 태권도 관련 기관, 학계 전문가들이 등재 논리와 자료 보완에 결합하면서 민간 추진의 축적은 국가신청의 기반으로 옮겨갔다.

국가유산청의 최종 신청은 2026년 3월 31일 이뤄졌다. 신청 명칭은 ‘태권도: 한국의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다. 명칭에는 추진단이 오래 강조해온 방향이 담겨 있다. 태권도는 경기장에서만 존재하는 종목이 아니라, 도장을 중심으로 사범과 수련생이 관계를 맺고 몸의 기술과 생활 규범을 함께 익히는 문화다. 수련생이 성장해 사범이 되고, 사범이 다시 다음 세대를 지도하는 전승 구조도 유네스코 등재 논리의 중심에 놓인다.

남북이 각각 신청한 문화유산도 국제기구 절차 안에서 공동유산으로 묶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이미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진=KOREA 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18년 씨름 남북 공동등재 당시 실무를 맡았던 심승구 한국체육대학교 교수도 신청서 보완 과정에 참여했다. 씨름 공동등재의 경험은 태권도 신청서 보완 과정에서 중요한 참고점이 됐다. 태권도계가 씨름의 선례를 단순한 역사적 사건으로만 보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남북이 각각 신청한 문화유산도 국제기구 절차 안에서 공동유산으로 묶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이미 확인됐기 때문이다.

최재춘 추진단의 활동은 국내 태권도계 결집으로도 이어졌다. 본지가 확인해온 흐름에서 추진단은 정부 협력 요구, 태권도계 단체 참여, 범국민 100만 서명운동을 함께 밀어왔다. 등재 추진을 일부 인사의 주장이나 단일 단체의 활동으로 남겨두지 않고, 태권도 가족과 국민 여론의 영역으로 넓히려는 시도였다. 유네스코 등재는 신청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승 공동체의 참여와 동의, 사회적 공감대, 국제사회 설득이 함께 필요하다.

북한은 2024년 3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통무술-태권도’ 등재신청서를 먼저 제출했다. 한국은 2026년 ‘도장 공동체 수련문화’로 신청서를 냈다. 남북이 같은 태권도를 서로 다른 설명으로 유네스코에 올린 상황에서 공동등재 또는 확장등재를 추진하려면 북측과의 접촉 가능성, 국제기구의 중재, 정부 차원의 협의가 맞물려야 한다. 북한의 선행 신청은 최재춘 추진단이 이어온 북측 접촉의 의미를 더 크게 만들었다.

최재춘 단장이 이끈 코리아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 신청 마침내 완료 /사진=KOREA 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최재춘 추진단이 태권도계 여론을 모으고 북측 ITF 계열과 접촉해온 활동은 유네스코 절차 안에서 중요한 자산으로 남는다. 다만 신청서 제출과 회원국 설득, 북한의 동의 가능성 조율은 정부가 맡아야 할 영역이다. 민간 추진단이 접촉의 통로를 만들 수는 있어도, 유네스코 절차의 최종 책임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신청서의 완성도, 전승 공동체의 참여, 심사기구 평가, 회원국 설득, 남북 협의 가능성이 함께 작동해야 한다.

최재춘 추진단장이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거듭 요구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민간이 태권도계의 공감대를 넓히고 북측 접촉의 통로를 만들었다면, 정부는 국제기구 절차 안에서 공동등재의 길을 열어야 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가유산청, 통일부, 외교부의 역할 조정이 필요하고, 태권도진흥재단, 국기원, 대한태권도협회, 코리아태권도 유네스코 추진단은 전승 주체와 현장성을 보완하는 축으로 움직여야 한다.

태권도계 내부 설득, 북측 ITF 접촉, 전북과 무주 태권도원 기반, 국가유산청 신청 절차, 씨름 공동등재 선례, 범국민 서명운동이 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사진=KOREA태권도유네스코추진단,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2019년 문제 제기에서 2026년 국가신청까지 이어진 6년은 개인의 집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태권도계 내부 설득, 북측 ITF 접촉, 전북과 무주 태권도원 기반, 국가유산청 신청 절차, 씨름 공동등재 선례, 범국민 서명운동이 한 흐름으로 이어졌다. 민간의 출발이 국가신청으로 넘어간 이상, 등재 논의의 무게중심도 달라졌다.

태권도 유네스코 등재는 더 이상 추진단만의 과제가 아니다. 국가신청서는 유네스코 본부에 제출됐고, 북한 신청서는 이미 심사 절차에 들어가 있다. 최재춘 추진단이 만든 민간외교의 통로를 정부가 제도권 외교로 연결해야 할 단계다. 6년 동안 쌓인 민간의 축적은 신청으로 끝나지 않는다. 신청 이후의 조율이 추진단과 정부의 역할을 더 분명하게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