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①] 5·18, 헌법·보훈·국가 책임의 의제로

이재명 대통령, 헌법 전문 수록·민주유공자 직권등록 약속…오월 정신의 제도화 본격화

2026-05-19     박준식 기자
이재명 대통령. 사진=청와대,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준식기자]2026년 5월 18일 광주 5·18민주광장에 선 이재명 대통령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과 5·18 민주유공자 직권등록 제도 마련을 약속했다.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의 기념사는 희생자 추모로 시작됐지만, 오월 정신을 헌법과 보훈, 국가폭력 피해자 인정 체계 안에 새로 세우겠다는 국정 구상으로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1980년 5월 광주를 신군부의 국가폭력으로 규정했다. 대통령은 “신군부 세력은 독재의 군홧발로 민주화의 봄을 무참히 짓밟았다”고 말했고, “국민을 지키라고 우리 국민이 준 총칼로 주권자 국민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했다”고 했다. 5·18을 지역의 비극이나 민주화운동사의 한 장면으로만 두지 않고, 국가가 국민에게 가한 폭력으로 명확히 규정한 발언이었다.

 

대통령은 이어 “잔혹한 만행을 은폐하기 위해 진실을 틀어막던 무도한 독재정권” 때문에 희생자들이 눈을 감지 못했고,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통한의 세월을 견뎌야 했다고 말했다. 국가폭력과 은폐, 피해자의 고통을 한 흐름으로 묶은 대목이다. 기념사의 출발점은 추모였지만, 문장의 방향은 곧 국가 책임으로 옮겨갔다.

이 대통령은 “참혹한 폭력 앞에서도 끝내 인간의 존엄을 지켜낸 5·18 정신의 굳건한 토대 위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민주주의와 번영의 길을 걸어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러분이 계셨기에 굴곡진 현대사의 갈림길마다 우리의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고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는 표현도 이어졌다. 5·18 유공자와 유가족의 희생을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기반으로 규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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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사의 첫 번째 제도적 약속은 헌법 전문 수록이었다. 이 대통령은 “5·18 정신이 반드시 헌법 전문에 수록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4·19혁명과 부마항쟁, 5·18민주화운동, 6월항쟁, 촛불혁명, 빛의 혁명을 하나의 역사적 흐름으로 연결하며 5월 정신을 “국민 주권을 증명한 원동력”이자 “대한민국 현대사의 자부심”으로 불렀다.

헌법 전문 수록은 5·18을 국가의 공식 기억 체계 안에 더 깊게 새기는 작업이다. 기념일, 보훈, 추모의 차원을 넘어 대한민국 헌정 질서가 어떤 역사적 경험 위에 서 있는지 밝히는 문제와 맞닿아 있다.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는다는 것은 1980년 광주의 저항을 민주공화국의 정통성과 연결하겠다는 뜻을 갖는다.

개헌은 대통령 의지만으로 완성될 수 없다. 국회 논의와 정치권 합의,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다. 이 대통령이 기념사에서 “여야의 초당적 협력과 결단을 간곡하게 요청드린다”고 말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은 여러 정치 세력이 반복해온 약속이지만, 실제 헌법 개정 절차로 들어서지 못한 채 오래 남아 있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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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초월한, 모든 정치권의 지속적인 국민과의 약속”이라고 했다. 해당 표현은 5·18 헌법 수록 논의가 특정 정권의 선언만으로 끝날 수 없다는 사실을 동시에 드러낸다. 헌법 전문 수록은 정부의 의제 설정 이후 국회와 정당, 지역사회, 국민투표 절차까지 이어지는 장기 과제다. 기념식장의 약속은 향후 개헌 논의가 실제 정치 일정으로 움직이는지에 따라 무게가 달라진다.

두 번째 제도적 약속은 5·18 민주유공자 직권등록 제도였다. 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국립 5·18민주묘지에 잠든 고 양창근 열사를 언급했다. 대통령은 양 열사가 계엄군의 총탄에 쓰러졌지만, 등록 신청을 대신할 직계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아직 5·18 민주유공자로 온전히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양창근 열사 사례는 보훈 제도의 빈틈을 드러낸다. 국가폭력의 희생자가 존재하지만, 가족이 없거나 신청 절차를 밟을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제도적 인정이 지연되는 상황이다. 피해자가 국가를 상대로 자신의 희생을 입증해야 하고, 유족이 행정 절차를 감당해야 하는 방식은 오랫동안 국가폭력 피해자 인정 과정의 부담으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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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정부가 국가폭력 희생자 한 분 한 분의 가족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불굴의 투지로 민주주의와 조국을 지켜낸 분들이 단 한 명도 외롭게 남겨지지 않도록, 국가가 끝까지 책임을 다하겠다”고 했다. 직권등록 제도는 신청주의의 한계를 보완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피해자나 유족이 먼저 문을 두드리기를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가 미등록 희생자를 찾아 인정 절차를 밟겠다는 구상이다.

직권등록 제도가 실제로 도입되려면 법적 근거와 조사 체계가 필요하다. 희생자 확인 기준, 자료 확보 방식, 증언과 기록의 인정 범위, 관계 부처의 권한, 보훈 절차와 예산이 정리돼야 한다. 특히 직계가족이 없거나 자료가 부족한 사례는 국가가 더 적극적으로 기록을 찾고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국가가 가족이 되겠다”는 약속은 상징적 표현에 그치지 않고 행정 절차로 이어질 때 의미를 갖는다.

5·18 민주유공자 직권등록은 보훈의 성격도 바꾼다. 기존 보훈 체계가 공적을 인정하고 예우하는 방식이었다면, 국가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훈은 책임의 회복이라는 성격을 함께 갖는다. 국가가 저지른 폭력으로 생긴 피해를 국가가 뒤늦게 인정하고, 희생자의 이름을 공적 기록 안에 올리는 일이다. 5·18 보훈은 단순한 예우가 아니라 명예회복과 진실 보존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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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18을 “기록하고 기억하며 보상하고 예우”하겠다고 말했다. 네 단어는 각각 다른 과제를 가리킨다. 기록은 진실을 보존하는 일이고, 기억은 사회적 계승의 문제다. 보상은 피해 회복과 관련되며, 예우는 국가가 희생자를 어떤 위치에 놓을 것인지에 대한 판단이다. 대통령의 약속은 5·18을 추모의 영역에만 두지 않고, 제도와 행정의 영역으로 옮기겠다는 방향을 분명히 했다.

기념사에는 옛 전남도청 관련 약속도 포함됐다. 이 대통령은 정식 개관한 전남도청을 “세계시민들이 함께 배우고 기억하는 K-민주주의의 살아있는 성지”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만 1편의 중심은 전남도청 복원 자체보다, 5·18 기억을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제도화하려 하는가에 있다. 전남도청은 헌법 전문 수록, 직권등록 제도와 함께 5·18을 국가 기억 체계 안에 배치하는 한 축으로 제시됐다.

이재명 정부의 제46주년 5·18 기념사는 오월 정신을 국정 정체성의 핵심 언어로 끌어올렸다. 대통령은 스스로 “국민주권정부”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5·18을 국민주권의 역사적 증거로 설명했다. 1980년 광주는 국가폭력의 피해지였지만, 동시에 주권자가 민주주의를 지킨 장소로 호명됐다. 정부가 5·18을 헌법과 보훈의 언어로 다시 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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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5·18의 제도화에는 정치적 선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헌법 전문 수록은 개헌 논의가 열려야 가능하고, 직권등록 제도는 법률과 행정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 국가폭력 피해자 인정은 기록과 증언, 조사와 예우가 결합된 작업이다. 대통령의 기념사가 제시한 방향이 실제 제도로 이어지려면 정부 부처의 후속 계획, 국회의 입법 논의, 5·18 관련 단체와 유가족의 의견 수렴이 뒤따라야 한다.

오월 정신을 헌법에 새기겠다는 약속은 국가의 정체성을 다시 쓰는 문제다. 미등록 희생자를 국가가 직접 찾겠다는 약속은 보훈 행정의 방식을 바꾸는 문제다. 전남도청을 민주주의 기억 공간으로 만들겠다는 약속은 과거의 현장을 다음 세대의 교육 공간으로 넘기는 문제다. 세 약속 모두 5·18을 과거의 추모 행사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제46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꺼낸 오월의 과제는 헌법과 법률, 보훈 행정과 국가 기억의 영역으로 이어졌다. 2026년 광주에서 나온 약속의 무게는 기념식장의 문장보다 이후 절차에서 결정된다. 헌법 전문 수록을 위한 정치권 논의, 5·18 민주유공자 직권등록 제도의 법적 설계, 미등록 희생자 확인과 예우 체계가 뒤따를 때 오월 정신의 제도화는 실제 국가 책임으로 옮겨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