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전략③] 이재명 정부의 진짜 대한민국 외교, 동남아에서 드러난 실제

베트남 순방·캄보디아 스캠 대응·필리핀 전략협력으로 본 국익 중심 실용외교

2026-05-30     김 규운 기자
"대한민국 국민 건드리면 패가망신"… 이 대통령, 필리핀에 '마약왕' 송환 강력 요청 [국빈 순방 성료] 사진=2026. 03.04   청와대 sns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 규운기자]2026년 4월 22일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은 이재명 정부 외교의 방향을 압축했다. 양국은 2030년 교역 규모 1500억 달러 목표, 원전·전력 인프라 협력, 호찌민시 도시철도 차량 수출, 과학기술·디지털·물 안보 협력까지 한꺼번에 다뤘다. 트럼프 관세가 동남아 생산기지의 비용을 흔들고, 호르무즈 사태가 에너지 공급망을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외교는 주변 4강 관리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재명 정부의 외교부 국정과제는 ‘국익 중심 실용외교’, ‘G7+ 외교 강국’, ‘경제 안보·통상 위기 극복’, ‘한반도 평화’, ‘재외국민 안전과 재외동포 지원’으로 정리돼 있다. 외교부가 주관하는 119번부터 123번까지의 과제는 한미·한일·한중·한러 관계 관리와 함께 외교 다변화, ODA, K-이니셔티브, 경제외교 역량 강화, 재외국민 보호를 묶었다. 동남아 외교는 이 다섯 항목이 동시에 부딪히는 현장이다.

트럼프 관세는 베트남·캄보디아·필리핀의 대미 수출 구조를 흔들었고, 호르무즈 사태는 원유·LNG·나프타·운임을 통해 한국 산업의 비용표를 바꿨다. 이재명 정부가 동남아에서 마주한 과제는 순방 성과를 쌓는 일이 아니라, 한국 기업의 생산망과 에너지 조달, 현지 국민 안전, 방산·인프라·원전 협력을 하나의 외교 의제로 묶어 관리하는 일이다.

베트남은 이재명 정부 경제안보 외교의 첫 축이다. 4월 21일부터 24일까지 이어진 베트남 국빈 방문은 지난해 8월 또 럼 베트남 당서기장의 방한에 대한 답방 형식이었고, 4월 초 출범한 베트남 새 지도부의 첫 국빈 초청 행사였다. 한국과 베트남은 1992년 수교 이후 제조업, 투자, 인적 교류를 빠르게 늘려왔고, 베트남에는 약 1만 개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다.

하노이 정상회담에서 양국은 2030년까지 교역 규모 15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교역·투자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열처리가금육 상호 수출에 처음 합의했고, 동물 위생·검역, 식품·의약품·화장품·의료기기 안전성, 지식재산 분야 협력 MOU도 체결됐다. 베트남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안정적 경영 여건도 정상회담 의제로 올라갔다.

에너지와 인프라는 베트남 순방의 가장 무거운 항목이었다. 양국은 원전 개발 협력 가능성 검토 MOU, 원전 프로젝트 금융 협력 가능성 검토 MOU, 전력 인프라 분야 협력 MOU를 체결했다. 호찌민시 도시철도 차량 수출 계약도 베트남 철도 인프라 개선과 한국 철도 산업 수출의 접점으로 제시됐다. 신도시와 신공항 사업, 대형 교통·물류 인프라 협력도 정상회담 논의에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 베트남서 ‘공급망 동맹’ 선언 '희토류·요소수 협력 강화' / 한-베 비즈니스 포럼 개최…반도체·LNG·원전 전방위 파트너십 구축 / 한-베 비즈니스 포럼 개최…반도체·LNG·원전 전방위 파트너십 구축  사진=2026. 04.23 ktv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베트남 순방은 단순한 세일즈 외교로만 정리하기 어렵다. 베트남은 미국 관세 압박을 받는 제조기지이면서, 중동발 공급망 불안 속에서 에너지·광물·전력 인프라 협력의 파트너가 됐다. 한국 기업이 베트남을 생산기지로만 볼 경우 관세와 원산지 심사의 부담이 커지고, 한국 정부가 베트남을 전략산업 파트너로 다룰 경우 원전·전력·철도·AI·반도체·물 안보 협력의 공간이 열린다.

캄보디아는 이재명 정부 외교에서 국민보호 의제가 전면으로 올라온 사례다. 2025년 10월 27일 한·캄보디아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훈 마넷 총리는 한국인을 겨냥한 스캠 범죄 대응을 논의했고, ‘한국인 전담 한·캄보디아 공동 태스크포스’, 이른바 ‘코리아 전담반’을 11월부터 가동하기로 했다. 전담반 내 한국 경찰 파견 규모와 운영 방식도 조속히 확정하기로 했다.

캄보디아 대응은 정상외교가 교역·투자만 다루지 않는다는 점을 드러냈다. 양국은 1997년 재수교 이후 교역, 투자, 인적 교류를 확대해왔고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온라인 스캠 단지와 인신 구금, 강제 노동, 폭력 피해가 한국인 안전 문제로 번지면서 외교의 중심은 투자환경 개선과 치안 공조를 동시에 다루는 쪽으로 이동했다.

2026년 1월 23일에는 캄보디아를 거점으로 한국 국민 869명에게 약 486억 원을 편취한 한국 국적 피의자 73명이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로 구성된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 한·캄보디아 코리아 전담반, 국가정보원, 캄보디아 경찰이 시아누크빌·포이펫·몬둘키리 등지의 스캠 단지를 추적한 결과였다. 정부는 해당 송환을 단일 국가에서 이뤄진 역대 최대 규모 범죄 피의자 송환으로 설명했다.

한-아세안 新동반자 구상…이재명  3,000억 달러 교역·스캠 근절 함께하자”사진=2025 10.27   KTV 영상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캄보디아 스캠 대응은 2026년 5월에도 이어졌다. 캄보디아 법원은 스캠센터 관련 한국인 대학생 고문·살해 사건 피고인 중국 국적자 6명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해당 사건은 한국 내 여론과 외교 압박을 키웠고, 서울은 여행 제한, 제재, 국제 공조를 포함한 대응을 진행했다. 동남아 스캠 범죄가 캄보디아, 라오스, 필리핀, 미얀마·태국 접경 지역으로 확산된 상황에서 국민보호 외교는 특정 국가와의 양자 현안을 넘어 역내 치안 협력 문제로 커졌다.

필리핀은 안보와 경제협력, 재외국민 보호가 함께 묶인 축이다. 2026년 3월 3일 마닐라 말라카냥궁에서 열린 한·필리핀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과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은 통상·인프라·방산 협력을 공고히 하고 조선·원전·AI 등 신성장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양국 수교 77주년 당일 열린 회담이었다.

필리핀 협력의 산업적 범위는 넓다. 양국은 한·필리핀 FTA를 바탕으로 교역·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지식재산·농업 협력 MOU를 체결했다. 방산 분야에서는 방산물자 조달 관련 시행약정을 토대로 한국 방산기업의 필리핀군 현대화 사업 참여를 지원하기로 했다. 조선 분야에서는 한국과 필리핀이 선박 건조량 기준 세계 2위와 4위라는 점을 협력 근거로 내세웠다.

원전과 핵심광물도 필리핀 회담의 주요 의제였다. 양국은 바탄원전 재개 타당성 조사 결과와 신규 원전 사업 도입 협력 MOU를 바탕으로 원전 협력을 본격화하기로 했다. 핵심광물 협력 MOU, 디지털 협력 MOU도 체결돼 공급망, AI, 차세대 통신 인프라 협력으로 범위가 넓어졌다. 필리핀은 에너지 전환, 광물자원, 해양안보를 동시에 가진 아세안 파트너로 부상했다.

재외국민 보호는 필리핀에서도 별도 의제로 다뤄졌다. 2025년 한국인 135만 명이 필리핀을 방문했고, 같은 해 필리핀인 61만 명이 한국을 찾았다. 양국 정상은 문화·인적 교류 확대와 함께 필리핀 방문·거주 한국인의 생명과 안전 보호, 한국 내 필리핀 노동자와 다문화가정의 안정적 정착을 논의했다. 필리핀 경찰서 내 ‘코리안 헬프 데스크’와 경찰 협력 MOU는 초국가범죄 대응의 제도적 장치로 배치됐다.

"대한민국 국민 건드리면 패가망신"… 이 대통령, 필리핀에 '마약왕' 송환 강력 요청 [국빈 순방 성료] 사진=2026. 03.04   청와대 sns 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필리핀 사례는 동남아 외교가 남중국해 안보와도 분리되지 않는다는 점을 남긴다. 필리핀은 미국과 안보협력을 강화해온 국가이고, 남중국해 긴장의 최전선에 있다. 한국이 필리핀과 방산, 조선, 원전, 핵심광물 협력을 넓히는 과정은 단순한 수출 확대가 아니라 해양안보와 공급망 안정, 아세안 외교를 함께 다루는 전략으로 이어진다.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은 서로 다른 외교 과제를 던졌다. 베트남은 한국 기업 1만 개가 들어간 제조·인프라·에너지 협력의 거점이고, 캄보디아는 스캠 범죄 대응과 국민보호 외교의 현장이며, 필리핀은 해양안보·방산·원전·재외국민 보호가 결합된 전략 파트너다. 세 국가를 하나로 묶는 공통분모는 동남아가 더 이상 저임금 생산기지나 관광지, ODA 대상국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세운 ‘진짜 대한민국’ 외교의 실체는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구호가 아니라 통상 압박을 견디는 기업 지원, 에너지·광물·전력 인프라 협력, 범죄 피해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공조체계, 해양안보와 방산 협력을 동시에 작동시키는 능력이다. 주변 4강 외교가 외교의 기본축이라면, 동남아 외교는 한국 경제와 국민 안전이 실제 비용으로 만나는 현장이다.

동남아 외교의 남은 변수는 세 갈래다. 베트남에서는 원전·철도·전력 인프라 MOU가 실제 사업과 금융 구조로 이어져야 하고, 캄보디아에서는 코리아 전담반과 송환 공조가 스캄 단지 해체와 피해 예방으로 연결돼야 한다. 필리핀에서는 방산·조선·원전·핵심광물 협력이 남중국해 긴장과 미국 관세 체계 속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돼야 한다.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는 선언보다 집행에서 평가받게 됐다. 동남아는 한국 외교의 주변부가 아니라 통상, 에너지, 국민보호, 안보협력이 한꺼번에 놓인 핵심 무대로 올라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