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경제①] 미국 K-팝 시장, 팬덤 플랫폼으로 재편되는 한류 산업

스트리밍 중심 시장에서 피지컬 앨범·투어·컨벤션이 만든 복합 IP 경제

2026-05-30     전성진 기자
캣츠아이, AMA서 ‘올해의 신인’ 수상…BTS 향한 감사 전해   사진=2026. 05.27  유튜브 영상 갈무리 (글로벌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가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A)에서 ‘올해의 신인 아티스트’ 트로피를 포함해 3관왕에 오르며,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 중심 무대에서 K-팝 방법론 기반 글로벌 그룹의 존재감을 다시 각인시켰다.)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미국 녹음음악 시장의 2025년 도매 매출은 115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료 스트리밍 구독 매출은 64억 달러, 유료 구독 계정은 1억650만 개까지 늘었다. 세계 최대 음악 소비시장의 중심축은 여전히 구독형 스트리밍이지만, K-팝은 미국 안에서 다른 방식의 소비 지도를 만들고 있다. 음악을 듣는 행위와 앨범을 소장하는 행위, 공연장을 찾는 행위, 굿즈와 포토카드를 교환하는 행위, 브랜드 부스를 체험하는 행위가 하나의 팬덤 경제로 묶이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LA)비즈니스센터가 5월 29일 배포한 ‘미국 콘텐츠 산업동향 2026년 3호’는 미국 K-팝 시장을 음원과 공연 중심의 음악 장르가 아니라 팬덤을 조직하고 여러 산업의 소비를 연결하는 플랫폼형 복합 IP 산업으로 규정했다. 보고서는 2025~2026년 미국 내 K-팝 성과를 피지컬 앨범 판매, 스트리밍, 북미 투어, KCON LA, 가상 K-팝 IP, 현지형 제작 시스템으로 나눠 정리했다.

미국 음악산업의 표준은 스트리밍이다. 국제음반산업협회(IFPI)가 발표한 ‘글로벌 뮤직 리포트 2026’에서 2025년 세계 녹음음악 매출은 317억 달러로 전년보다 6.4% 증가했다. 유료 스트리밍은 성장세의 중심에 있고, 전 세계 유료 스트리밍 가입자는 8억3700만 명까지 늘었다. 동시에 피지컬 포맷 매출도 2025년 8.0% 증가했다. 디지털 소비가 음악시장의 기본값이 된 뒤에도 실물 포맷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일부 장르에서는 팬덤 소비와 결합해 새로운 수익 구조로 남은 셈이다.

K-팝은 미국 시장에서 피지컬 소비의 예외적 강세를 만든 장르다. 보고서에 담긴 루미네이트 2025년 조사 기준으로 미국 K-팝 팬의 27%는 2025년에 CD를 구매했다고 답했다. 일반 미국 음악 청취자의 CD 구매율 19%보다 높은 수치다. K-팝 앨범은 음악 저장 매체라기보다 포토카드, 북릿, 한정 구성, 팬사인 응모, 수집 행위가 결합된 참여형 상품에 가깝다. 팬들은 같은 음원을 스트리밍하면서도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고, 구매 행위는 아티스트 지지와 팬덤 내부 교환 경제로 이어진다.

한국 음반 수출 통계에서도 미국의 비중은 빠르게 커졌다. 2026년 1분기 한국 음반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59.0% 증가한 1억2000만 달러 규모로 분기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가별로는 미국이 28.8%로 일본을 제치고 1위 수출국에 올랐다. 미국은 스트리밍 소비만 큰 시장이 아니라 실물 앨범과 팬덤 상품을 대규모로 흡수하는 핵심 소비시장으로 이동했다.

공연 시장의 체급 변화도 같은 흐름 위에 있다. 스트레이키즈(Stray Kids)의 ‘dominATE’ 월드투어는 미국·캐나다 13회 공연에서 관객 49만1000명, 매출 7620만 달러를 기록했다. 빌보드 박스스코어 기준으로 북미 K-팝 투어의 최고 매출·최고 판매 기록에 해당한다. 과거 미국 내 K-팝 공연이 팬덤형 중소 공연이나 일부 대도시 투어에 가까웠다면, 2020년대 중반 이후에는 스타디움급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상품으로 편입되는 양상이 뚜렷하다.

1VERSE는 현재 미국 투어 일정도 가동 중이다. 브라질 무대를 발판으로 남미 시장에서의 후속 행보가 이어질지, 한 차례 공식 무대로 그칠지는 앞으로 6개월에서 1년 사이의 활동이 결정한다.  /사진=주브라질한국문화원,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CON LA는 공연과 산업 소비가 한 공간에서 결합하는 대표 사례다. CJ ENM이 공개한 KCON LA 2025 실적은 사흘간 관객 12만5000명, 참여 기업 107곳, 부스 358개, 출연진 37팀이다. 공연 관람객은 컨벤션장 안에서 K-뷰티, K-푸드, 굿즈, 브랜드 체험, 팬 이벤트를 함께 소비했다. K-팝 공연장이 컨벤션장, 리테일, 라이프스타일 체험 공간과 연결되면서 팬덤은 단순 관객이 아니라 현장 소비를 조직하는 집단으로 작동했다.

미국 K-팝 시장의 변화는 아티스트 국적이나 언어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하이브와 게펀 레코드가 공동 기획한 캣츠아이(KATSEYE)는 미국 기반 글로벌 걸그룹으로, K-팝식 트레이닝과 팬덤 운영 방식을 미국 제작 시스템 안에 이식한 사례다. 넷플릭스 다큐시리즈 ‘팝 스타 아카데미: 캣츠아이(Pop Star Academy: KATSEYE)’는 하이브와 게펀의 첫 글로벌 걸그룹 제작 과정을 다뤘고, 캣츠아이는 2026년 1월 빌보드 Hot 100에 세 곡을 동시에 올렸다. ‘Gabriela’는 21위까지 상승했다.

영상 IP 영역에서도 K-팝은 실제 아티스트의 활동 범위를 넘어섰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KPop Demon Hunters’의 수록곡 ‘Golden’은 2025년 8월 빌보드 Hot 100 1위에 올랐고, 넷플릭스는 2026년 3월 후속작 제작을 공식화했다. 가상 걸그룹, 사운드트랙, 캐릭터 세계관, 팬덤 소비가 결합하면서 K-팝은 음악 차트와 영상 플랫폼을 동시에 움직이는 IP 포맷으로 확장됐다.

미국 시장에서 K-팝의 경쟁력은 인기 아티스트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에만 걸려 있지 않다. 앨범을 여러 장 구매하는 팬, 공연장을 따라 이동하는 팬, 컨벤션장 안에서 브랜드를 체험하는 팬, 플랫폼에서 콘텐츠와 굿즈를 소비하는 팬을 장기적으로 관리하는 역량이 더 큰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 음악시장이 스트리밍 구독을 중심으로 표준화될수록, K-팝의 피지컬·수집형·참여형 소비 구조는 일반 팝 시장과 다른 수익 경로를 남긴다.

앨범 판매와 투어 매출, KCON LA의 현장 소비, 캣츠아이의 현지형 제작, ‘KPop Demon Hunters’의 가상 IP 성과는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미국의 K-팝은 더 이상 한국 음악의 해외 진출 사례에 머물지 않는다. 팬덤을 모으고, 소비를 설계하고, 공연·커머스·영상·브랜드를 연결하는 산업 운영 방식으로 이동했다. 성장 속도가 빨라질수록 앨범 과소비 논란, 팬덤 피로, 투어 의존, 플랫폼 종속, 현지 제작 과정의 문화적 감수성 같은 부담도 함께 커진다. 2026년 미국 K-팝 시장의 관전 포인트는 차트 순위보다 팬덤 경제를 얼마나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로 관리하느냐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