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경제③] 북미 스타디움으로 간 K-팝, 투어 매출의 체급 변화
스트레이키즈 13회 7620만 달러, 공연·MD·VIP 소비로 확장된 팬덤 경제
[KtN 전성진기자]스트레이키즈(Stray Kids)의 ‘dominATE’ 월드투어는 미국·캐나다 13회 공연에서 관객 49만1000명, 매출 7620만 달러를 기록했다. 북미 지역 K-팝 투어 기준 최고 매출·최고 판매 기록으로 집계된 수치다. K-팝 공연은 팬덤형 중소 공연장에서 출발해 아레나를 거쳐 스타디움급 라이브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 이동했다. 앨범과 스트리밍으로 확인되던 팬덤 규모가 티켓 매출, 현장 MD, 도시 이동 소비로 전환되는 단계에 들어섰다.
미국 라이브 공연 시장은 2025년에도 대형 공연장 중심으로 몸집을 키웠다. 라이브네이션 엔터테인먼트(Live Nation Entertainment)는 2025년 매출 252억 달러, 전 세계 관객 1억5900만 명, 5만5000개 공연을 기록했다. 북미 스타디움 관객 수는 전년보다 두 배 이상 늘었고, 2026년 대형 공연 예약도 북미에서 두 자릿수 증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세계 공연 산업의 성장축이 소형 공연장보다 스타디움과 대형 아레나 쪽으로 기울면서, 강한 선예매 수요와 조직화된 팬덤을 가진 K-팝의 협상력도 커졌다.
폴스타(Pollstar)의 2025년 결산에서도 대형 공연장의 우위가 확인된다. 3만 석 이상 스타디움급 공연의 평균 매출은 공연당 711만 달러로 전년보다 19% 증가했고, 평균 판매 티켓은 5만6272장으로 11% 늘었다. 평균 티켓 가격도 216.13달러로 전년 182.66달러보다 높아졌다. 북미 전체 투어 시장은 2024년 대비 총매출과 티켓 판매가 소폭 줄었지만, 공연당 평균 매출과 평균 관객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적은 횟수의 대형 공연으로 더 큰 매출을 만드는 구조가 강화된 셈이다.
BTS는 K-팝 스타디움 경제의 선행 사례였다. 2018년 10월 뉴욕 시티필드(Citi Field) 공연에는 약 4만 명이 모였고, 2019년 ‘Love Yourself: Speak Yourself’ 스타디움 투어는 로즈볼 스타디움(Rose Bowl), 솔저필드(Soldier Field), 메트라이프 스타디움(MetLife Stadium) 6회 공연에서 매출 4400만 달러, 티켓 29만9770장을 기록했다. 이후 브라질·영국·프랑스 공연까지 포함한 12회 스타디움 공연 매출은 7890만 달러, 티켓 판매는 60만6409장으로 집계됐다. 온라인에서 조직된 팬덤이 실제 공연장에 모여 티켓 매출을 만드는 오프라인 소비 집단으로 전환된 장면이었다.
2020년대 중반 이후의 변화는 특정 그룹 한 팀의 성공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 스트레이키즈는 북미 투어 매출 기록을 새로 썼고, 블랙핑크(BLACKPINK)는 2025~2026년 ‘DEADLINE’ 월드투어로 소파이 스타디움(SoFi Stadium), 웸블리 스타디움(Wembley Stadium), 스타드 드 프랑스(Stade de France) 같은 대형 공연장을 일정에 올렸다. 트와이스(TWICE)는 2024년 여성 K-팝 그룹 최초로 MLB·NFL 스타디움을 헤드라이닝한 뒤, 2026년 ‘THIS IS FOR’ 월드투어에서는 북미·유럽·영국 아레나를 360도 무대 형식으로 도는 일정을 발표했다. 스타디움은 팬덤의 총량을 입증하는 공간이고, 아레나는 관객 밀도와 무대 연출을 높이는 공간으로 나뉘며 K-팝 투어 포맷이 세분화되고 있다.
투어 매출의 체급 변화는 티켓 판매에만 머물지 않는다. K-팝 공연장은 포토카드와 응원봉, 투어 MD, 팝업 부스, 팬 이벤트가 결합된 현장형 커머스 공간으로 작동한다. 팬들은 공연 시작 전부터 도시로 이동하고, 숙박과 식음료를 소비하며, 공연장 안팎에서 굿즈를 구매하고, SNS에 현장 콘텐츠를 쌓는다. 공연 한 회가 음악 감상 행사가 아니라 팬덤 커뮤니티의 집결, 브랜드 노출, 도시형 소비를 함께 발생시키는 하루 단위 이벤트로 확장된다.
대형 투어는 기획사와 프로모터의 수익 계산도 바꾼다. 아레나 투어는 회차를 늘려 지역별 팬덤을 촘촘히 흡수할 수 있지만, 스타디움 투어는 적은 횟수로 큰 매출을 만든다. 스타디움은 대관료, 무대 제작비, 운송비, 보험, 보안, 현장 인력 비용이 크다. 반대로 객석 규모가 크고 VIP 패키지, 프리미엄 좌석, 현장 MD 판매, 스폰서십을 붙일 여지가 넓다. 강한 팬덤을 가진 K-팝 그룹일수록 스타디움 투어는 매출 확대뿐 아니라 브랜드 가치와 시장 내 지위를 동시에 끌어올리는 수단이 된다.
리사(LISA)의 라스베이거스 레지던시 공연은 K-팝 라이브 비즈니스가 다음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리사는 2026년 11월 시저스 팰리스 콜로세움(The Colosseum at Caesars Palace)에서 ‘VIVA LA LISA’ 레지던시 공연을 열 예정이다. 시저스 엔터테인먼트는 리사를 라스베이거스 레지던시 공연을 여는 첫 K-팝 아티스트로 소개했고, 공연은 11월 13·14·27·28일 네 차례로 공지됐다. 투어가 여러 도시를 이동하며 관객을 만나는 방식이라면, 레지던시는 팬들이 한 도시로 이동해 공연·숙박·관광을 함께 소비하는 구조다. K-팝 솔로 IP가 미국의 프리미엄 체류형 공연경제 안으로 들어간 사례로 볼 수 있다.
공연 산업 내부의 비용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 라이브네이션은 2025년 미국 스타디움 공연의 평균 매출이 두 자릿수 증가해 제작비 상승을 상쇄하는 데 기여했다고 밝혔다. 대형 무대와 특수효과, 영상 장비, 이동형 세트, 현장 운영 인력은 K-팝 공연의 완성도를 높이는 요소지만, 동시에 손익분기점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공연장이 커질수록 빈 좌석의 부담도 커진다. 팬덤 규모를 실제 티켓 수요로 전환하는 능력, 도시별 가격 정책, 선예매 운영, 리셀 관리, 현장 MD 재고 설계가 투어 수익성을 가르는 세부 변수로 떠오른다.
북미 스타디움으로 간 K-팝은 미국 음악시장의 주변 장르가 아니라 대형 라이브 산업의 주요 상품으로 편입됐다. BTS가 문을 열고, 블랙핑크와 트와이스가 여성 그룹의 공연장 체급을 끌어올렸으며, 스트레이키즈는 북미 투어 매출 기록을 새로 썼다. 리사의 레지던시는 그룹 투어를 넘어 솔로 IP의 체류형 공연경제 가능성까지 열었다. 2026년 이후의 관전 지점은 공연장 규모 확대 자체가 아니다. 높은 제작비와 티켓 가격 부담, 팬덤 피로, 도시별 수요 차이를 관리하면서 K-팝의 라이브 경제를 장기 수익 구조로 유지할 수 있느냐가 남은 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