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경제④] KCON LA, 공연장을 넘어선 한류 소비 플랫폼
12만5000명 관객·358개 부스가 만든 팬덤형 리테일 공간
[KtN 전성진기자]KCON LA 2025는 사흘 동안 12만5000명의 현장 관객을 모았다. 출연진은 37팀, 참여 기업은 107곳, 부스는 358개로 집계됐다. 행사는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와 크립토닷컴 아레나를 오가며 열렸고, 무대 공연과 팬미팅, 브랜드 부스, 굿즈 판매, K-뷰티·K-푸드 체험, 웹툰·드라마 콘텐츠가 한 공간에서 맞물렸다. K-팝 공연은 관객을 부르는 입구였고, 컨벤션장은 팬덤 소비가 여러 산업으로 번지는 현장이었다.
KCON LA는 미국 K-팝 시장의 현재 위치를 가장 압축적으로 드러내는 행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미국(LA)비즈니스센터는 KCON LA를 “K-팝 공연, 팬미팅, K-뷰티, K-푸드, 브랜드 부스, 굿즈 판매, 체험형 콘텐츠가 결합된 대형 한류 컨벤션”으로 정리했다. 보고서는 KCON LA 같은 컨벤션형 이벤트를 팬덤이 모이고 브랜드·굿즈·라이프스타일 소비가 연결되는 오프라인 플랫폼으로 봤다.
2012년 미국 어바인에서 시작된 KCON은 초기에는 K-팝 공연과 팬미팅 중심 행사에 가까웠다. 2020년대 중반 이후의 KCON LA는 공연보다 넓은 산업 구조를 갖췄다. 팬들은 아티스트 무대를 보고, 밋앤그릿에 참여하고, 브랜드 부스에서 제품을 체험하고, 굿즈와 포토카드를 구매·교환하며, SNS에 현장 영상을 올린다. 공연 티켓 한 장이 관람권에 그치지 않고 팬덤 커뮤니티 입장권, 브랜드 체험권, 리테일 소비의 출발점으로 작동한다.
CJ ENM은 KCON LA 2025를 아마존 뮤직과 협업해 프라임 비디오와 트위치에서 생중계했다. 현장에 오지 못한 팬들은 디지털 플랫폼으로 무대와 행사 분위기를 접했다. 로스앤젤레스시는 2025년 8월 1일을 ‘KCON Day’로 지정했다. 도시 차원의 공식 인정은 KCON LA가 단순한 음악 행사를 넘어 로스앤젤레스의 관광·문화·지역 경제와 연결된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는 의미를 갖는다.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의 페스티벌 그라운드는 K-팝 무대 밖 소비를 보여준 공간이었다. ‘K-COLLECTION with KCON’ 전시 구역에는 뷰티, 라이프스타일, 푸드, 패션 분야 한국 중소기업 50곳이 참여했다. 뚜레쥬르는 ‘해피 버스데이’를 주제로 체험형 부스를 운영했고, CJ제일제당은 K-푸드 샘플링과 포토 체험을 결합했다. ‘K-Story & Comics’ 구역은 모바일 웹툰을 오프라인에서 경험하는 공간으로 구성됐다. K-팝 팬덤이 음악 소비자에 머물지 않고 한국 소비재와 스토리 IP의 잠재 고객으로 이동하는 장면이었다.
올리브영은 KCON LA 2025에서 K-뷰티 소비의 전환점을 보여줬다. 부스 규모는 430㎡였고, 66개 K-뷰티 브랜드의 164개 제품이 전시됐다. 사흘간 부스 방문객은 3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K-팝 팬이 공연장을 찾은 뒤 화장품 브랜드를 체험하고, 제품을 비교하고, SNS 콘텐츠를 남기는 흐름은 K-뷰티가 미국 젊은 소비자와 만나는 경로를 바꾼다. 광고 집행이나 유통망 입점만으로 접근하던 시장에서 팬덤 행사 자체가 테스트베드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KCON LA가 브랜드에 매력적인 이유는 관객의 밀도와 행동 방식에 있다. 일반 음악 페스티벌 관객은 무대별 공연을 소비하고 이동한다. KCON 관객은 특정 아티스트와 팬덤 정체성을 갖고 현장에 들어오며, 부스 체험과 굿즈 구매, 콘텐츠 공유를 팬덤 활동의 일부로 받아들인다. 포토존 앞 대기, 제품 체험 인증, 한정 굿즈 구매, 팬 계정 업로드는 모두 현장 마케팅의 일부가 된다. 브랜드 입장에서는 불특정 대중을 향한 노출보다 구매와 공유 가능성이 높은 집단을 한 장소에서 만나는 효과가 있다.
KCON LA의 구조는 미국 내 K-팝 팬덤의 세대적 특성과도 맞물린다. 현장의 핵심 관객층은 디지털 플랫폼에서 K-팝을 접하고, 틱톡·유튜브·인스타그램을 통해 퍼포먼스와 밈을 소비하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보를 교환한다. 오프라인 행사는 온라인 팬덤이 실제 공간에서 서로를 확인하는 절차가 된다. 팬들은 공연 전후로 의상과 응원봉을 준비하고, 현장에서 같은 팬덤을 만나고, 굿즈를 교환하고, 귀가 뒤에는 영상과 사진을 다시 확산시킨다. KCON LA의 파급력은 사흘짜리 행사가 끝난 뒤에도 플랫폼과 SNS에서 계속 이어진다.
2026년 KCON LA는 같은 방향을 더 넓힌다. CJ ENM은 KCON LA 2026을 8월 14일부터 16일까지 크립토닷컴 아레나와 로스앤젤레스 컨벤션센터에서 열겠다고 발표했다. 2026년 행사는 ‘Walk in SOUL CITY’를 주제로 K-뷰티, K-푸드, K-스토리 등 몰입형 K-라이프스타일 경험을 확대하는 구성을 예고했다. 올리브영은 ‘올리브영 페스타’를 미국 현장으로 확장해 주요 K-뷰티 체험 콘텐츠로 배치된다.
크립토닷컴 아레나에 공지된 KCON LA 2026 M COUNTDOWN 일정은 8월 14~16일 사흘간 이어진다. 14일에는 NCT 127, 트레저(TREASURE), 앤팀(&TEAM) 등이 이름을 올렸고, 15일에는 제로베이스원(ZEROBASEONE), 아일릿(ILLIT), 피원하모니(P1Harmony), NCT 태용, 연준이 배치됐다. 16일에는 투모로우바이투게더(TOMORROW X TOGETHER), 올데이 프로젝트(ALLDAY PROJECT), JO1, 미야오(MEOVV) 등이 예정돼 있다. 공연 라인업은 팬덤을 현장으로 끌어오는 장치이고, 컨벤션센터의 페스티벌 그라운드는 팬덤 체류 시간을 산업 소비로 바꾸는 공간이다.
KCON LA의 확장은 K-팝 산업이 아티스트 중심 수출 모델에서 팬덤 중심 플랫폼 모델로 옮겨갔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과거 미국 진출은 영어 음원, 현지 방송 출연, 미국 레이블 협업, 투어 오프닝처럼 기존 음악산업의 문 안으로 들어가는 방식이었다. 지금의 KCON LA는 K-팝 팬덤을 먼저 모으고, 모인 팬덤을 공연·리테일·브랜드·콘텐츠·커뮤니티 활동으로 연결한다. 미국 기업과 한국 브랜드 모두 KCON LA를 단순 스폰서십 행사보다 팬덤 접점이 압축된 시장 실험 공간으로 활용한다.
성장만큼 운영 부담도 커졌다. 관객이 10만 명을 넘는 행사에서는 동선, 대기 시간, 굿즈 재고, 입장 관리, 안전, 현장 결제, 통신 환경, 부스 혼잡도가 곧 팬 경험을 좌우한다. 브랜드 부스가 늘어날수록 행사가 지나치게 상업화됐다는 반응도 나올 수 있다. 출연진 규모와 팬덤 수요가 커질수록 티켓 가격과 패키지 구성, 프리미엄 좌석 운영을 둘러싼 불만도 함께 커진다. 팬덤 플랫폼이 오래 지속되려면 공연의 매력뿐 아니라 현장 운영의 신뢰가 필요하다.
KCON LA는 미국 K-팝 시장의 부가 산업을 한눈에 보여주는 현장이다. 12만5000명의 관객, 358개 부스, 107개 기업이라는 수치는 K-팝이 공연장 안에서 끝나지 않는 산업이 됐다는 사실을 말한다. 팬덤은 노래를 듣고 무대를 보는 집단을 넘어 제품을 체험하고, 콘텐츠를 확산하고, 도시를 방문하고, 브랜드를 시험하는 소비 공동체가 됐다. 2026년 KCON LA의 관전 지점은 출연진 규모보다 페스티벌 그라운드가 얼마나 정교한 K-라이프스타일 시장으로 설계되는지에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