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N 리포트] 오데마 피게·스와치 로열 팝, 다이아몬드 세공이 키운 럭셔리 시장의 계산법

400달러대 협업 포켓워치에 보석을 얹은 알렉스 모스, 희소성·리셀·맞춤 주얼리 매출 구조까지 드러난 한정판 소비

2026-05-31     박인경 기자
[KtN 리포트] 오데마 피게·스와치 로열 팝, 다이아몬드 세공이 키운 럭셔리 시장의 계산법. 사진=Alex Moss N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박인경기자]5월 16일 일부 스와치 매장에서 판매가 시작된 ‘로열 팝(Royal Pop)’은 정가 400달러대 포켓워치였지만, 출시 직후 대기열과 매장 폐쇄, 재판매 가격 급등, 외부 맞춤 제작까지 차례로 불렀다. 스와치(Swatch)와 오데마 피게(Audemars Piguet)가 로열 오크(Royal Oak)의 팔각형 디자인 코드를 빌려 포켓워치로 내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뉴욕 기반 주얼러 알렉스 모스(Alex Moss)는 다이아몬드 세팅을 더한 맞춤 제작품을 공개했다. 대중 협업 상품이 고가 주얼리 이미지로 다시 포장되는 데 걸린 시간은 길지 않았다.

로열 팝은 손목시계가 아니다. 스와치는 로열 팝을 1980년대 팝 라인의 모듈형 감각과 오데마 피게 로열 오크의 디자인을 결합한 8종 바이오세라믹 포켓워치로 소개했다. 수동 감기 방식의 시스템51(SISTEM51) 무브먼트가 들어가고, 모델은 레핀(Lépine)과 사보네트(Savonnette) 형식으로 나뉜다. 스와치는 구매 수량을 1인 1점, 1일 1점, 매장 1곳 기준으로 제한했다.

알렉스 모스의 맞춤 제작품은 원제품의 핑크 케이스와 터쿼이즈 다이얼을 그대로 남긴다. 노란 인덱스, 핑크색 스몰 세컨드, 뒷면의 로열 팝 레터링도 유지됐다. 달라진 부분은 베젤이다. 팔각 베젤 둘레에는 다이아몬드 세팅이 촘촘히 들어갔고, 로열 오크를 연상시키는 여덟 개 스크루 모티프는 장식의 중심에 남았다. 디자인의 무게는 시계 제작의 정밀함보다 색, 형태, 광택, 브랜드 식별성에 실렸다.

맞춤 세공은 로열 팝의 성격을 더 고급스럽게 만들었다기보다, 로열 팝 안에 있던 상업적 모순을 더 크게 키웠다. 바이오세라믹 포켓워치의 가격은 대중 협업 상품의 영역에 놓여 있고, 다이아몬드 세공은 상위 고객을 겨냥한 맞춤 주얼리 영역에 놓여 있다. 400달러대 제품에 보석을 얹는 방식은 원제품의 기계적 가치를 끌어올리는 작업이 아니다. 낮은 정가와 높은 과시 비용 사이의 간극이 화제를 만든다.

디자인 완성도만 놓고 보면 절제보다 충돌이 앞선다. 핑크와 터쿼이즈, 노란 색감은 팝아트식 장난감을 떠올리게 하고, 다이아몬드 베젤은 힙합 주얼리의 과시 문법을 끌고 들어온다. 로열 오크의 팔각 베젤은 원래 고급 스포츠워치의 건축적 상징에 가까웠지만, 로열 팝 맞춤 제작품에서는 보석을 담는 틀로 바뀌었다. 전통적인 시계 애호가가 중시하는 비례, 마감, 무브먼트의 완성도보다 소셜미디어에서 한눈에 잡히는 색과 광채가 앞에 놓인다.

오데마 피게가 로열 오크 손목시계를 낮은 가격으로 직접 내놓지 않고 포켓워치 형식을 택한 점은 우연으로 보기 어렵다. 로열 오크의 팔각 베젤, 여덟 개 스크루, ‘쁘띠 타피스리’ 패턴은 남기되, 본가 손목시계와 곧장 가격 비교되는 구조는 피했다. 로열 팝은 로열 오크의 상징을 빌리지만, 로열 오크를 대체하지 않는 상품이다. 오데마 피게는 공식 설명에서 로열 팝을 목에 걸거나 주머니에 넣거나 가방 장식처럼 쓸 수 있는 포켓워치로 제시했다.

스와치 쪽 계산도 분명하다. 접근 가능한 가격, 강한 색감, 한정 판매, 일부 매장 판매, 1인 1점 제한은 대기열을 만들기 좋은 조건이다. 판매 초반부터 영국과 유럽, 미국 일부 매장에서 혼잡과 매장 폐쇄가 이어졌다. 가디언은 파리 경찰의 최루가스 사용, 영국 일부 매장 폐쇄, 뉴욕 타임스스퀘어 매장 앞 밀침과 대기 행렬, 온라인 재판매가 급등을 보도했다. 정가 약 400달러 제품이 영국 이베이에서 최대 3,000파운드, 미국에서 4,000달러에 거래됐다는 사례도 보도됐다.

로열 팝이 보여준 판매 방식은 최근 럭셔리 마케팅의 축소판에 가깝다. 브랜드는 낮은 가격대 협업으로 젊은 소비자와 수집가를 끌어들이고, 물량 제한과 매장 판매로 희소성을 만든다. 리셀러는 대기 시간을 가격으로 바꾸고, 맞춤 주얼러는 이미 화제가 된 물건에 보석을 얹어 더 비싼 이미지를 만든다. 제품은 한 번 팔리는 데 그치지 않고, 출시 보도, 대기열 영상, 리셀 가격, 커스텀 공개를 거치며 여러 차례 콘텐츠가 된다.

주얼리 트렌드로 보면 알렉스 모스의 로열 팝은 새로운 발명이라기보다 이미 진행 중인 흐름의 과격한 조합이다. 대형 펜던트, 로고 중심 주얼리, 아이스드아웃 세팅, 백참과 키링형 액세서리, 모듈형 착용 방식은 젊은 소비층과 셀러브리티 시장에서 꾸준히 소비돼 왔다. 베인앤드컴퍼니(Bain & Company)도 2025년 주얼리 시장에서 맞춤화와 모듈형 제품이 젊은 소비자 사이에서 힘을 얻었다고 분석했다. 로열 팝 맞춤 제작품은 포켓워치, 가방 장식, 펜던트, 로고 주얼리의 경계를 한 물건 안에 밀어 넣은 사례다.

[KtN 리포트] 오데마 피게·스와치 로열 팝, 다이아몬드 세공이 키운 럭셔리 시장의 계산법. 사진=Alex Moss Ny,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다만 주얼리 시장의 성장세를 단순한 호황으로 읽기에는 숫자가 복잡하다. 베인은 2025년 개인 럭셔리 상품 시장이 3,580억 유로 규모로 전년보다 약 2% 줄었다고 추정했다. 같은 해 시계 시장은 약 520억 유로 규모에서 -1%에서 +1% 사이의 보합권에 머문 반면, 주얼리는 320억 유로 규모로 4~6% 성장했다. 주얼리는 성장했지만, 전체 럭셔리 소비가 넓게 살아난 것은 아니다.

성장은 상위 고객과 전문 브랜드에 더 많이 몰렸다. 베인은 2025년 럭셔리 소비자 수가 2022년 약 4억 명에서 3억3000만 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봤다. 연간 2만 유로 이상을 쓰는 상위 고객은 전체 럭셔리 지출의 46%를 조금 넘게 차지했다. 2019년 30% 수준이던 비중이 크게 높아진 셈이다. 주얼리 시장이 커져도 매출이 넓은 고객층에서 고르게 나오는 구조는 아니다.

리치몬트(Richemont)의 최근 실적은 주얼리와 시계의 온도 차를 더 선명하게 만든다. 2026년 3월 종료 회계연도에 리치몬트 전체 매출은 224억2000만 유로로 실제 환율 기준 5%, 고정환율 기준 11% 늘었다. 주얼리 메종 매출은 실제 환율 기준 8%, 고정환율 기준 14% 증가했고, 전문 시계 부문은 실제 환율 기준 4% 줄었다. 주얼리 메종의 영업이익률은 30.5%였지만, 그룹 매출총이익률은 66.9%에서 64.4%로 낮아졌다. 금 가격 상승, 환율, 미국 관세가 수익성을 압박했다.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시계·주얼리 부문도 겉보기 성장과 수익성의 간극을 보여준다. 2025년 해당 부문 매출은 104억8600만 유로로 2024년 105억7700만 유로보다 줄었고, 반복영업이익은 15억4600만 유로에서 15억1400만 유로로 낮아졌다. 유기적 매출 성장률은 3%였지만, 이익은 2% 감소했다. 고가 주얼리와 상징 제품이 주목을 받아도 부문 전체 이익이 자동으로 늘어나는 시장은 아니다.

다이아몬드 시장도 화려한 이미지와 다른 현실을 안고 있다. 드비어스(De Beers)는 2025년 원석 다이아몬드 거래 여건이 내내 어려웠고, 합성 다이아몬드 침투와 관세, 재고 조정이 수요를 압박했다고 밝혔다. 2025년 드비어스의 평균 실현 가격은 캐럿당 142달러로 전년 152달러보다 7% 낮아졌고, 기초 상각전영업손실은 5억1100만 달러에 달했다. 고급 주얼리 매장 안에서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강한 상징성을 갖지만, 원석 시장의 가격과 수익성은 별개로 움직이고 있다.

맞춤 주얼리 사업은 이런 시장에서 양면성을 갖는다. 사진 한 장으로 강한 노출을 얻을 수 있고, 유명 주얼러의 이름이 붙으면 제품의 서사가 빨라진다. 반대로 고객층은 좁고, 제작 기간은 길며, 금과 다이아몬드 조달 가격은 마진을 흔든다. 다이아몬드 총 캐럿, 금속 중량, 판매가, 의뢰인 정보가 공개되지 않은 맞춤 제작품은 실제 매출 기여도를 단정하기 어렵다. 공개된 이미지는 마케팅 효과를 만들지만, 손익은 소재비와 공임, 고객 확보 비용, 반복 주문 가능성에서 갈린다.

로열 팝 맞춤 제작품은 럭셔리 대중화의 성공담으로 보기 어렵다. 낮은 정가의 협업 상품은 대중의 관심을 모았고, 제한 판매는 리셀 시장을 자극했으며, 맞춤 주얼러는 이미 달아오른 관심을 고가 과시 상품으로 다시 가공했다. 소비자는 시계의 시간 표시 기능보다 남들이 알아보는 신호에 반응했고, 시장은 그 신호를 가격으로 바꿨다.

오데마 피게와 스와치의 로열 팝은 앞으로도 몇 달간 일부 매장에서 판매될 예정이지만, 출시 초반의 혼잡과 리셀 가격은 이미 브랜드가 통제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번졌다. 알렉스 모스의 다이아몬드 세공은 로열 팝의 본질을 바꾼 사건이 아니라, 협업 상품이 희소성·리셀·주얼리 커스텀을 거치며 더 비싼 이미지로 회수되는 과정을 압축한 사례다. 주얼리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의 과실은 상위 고객, 강한 메종, 화제성을 가격으로 바꿀 수 있는 일부 제작자에게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