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②] 중국계 숏드라마 앱의 남하, 베트남에서 벌어진 다운로드 전쟁

ReelShort·DramaBox 선점 뒤 DramaWave·NetShort 추격…베트남은 결제 시장보다 트래픽 전장에 가까운 구조

2026-06-02     전성진 기자
[K-콘텐츠②] 중국계 숏드라마 앱의 남하, 베트남에서 벌어진 다운로드 전쟁.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전성진기자]2025년 1분기 전 세계 숏드라마 앱 다운로드는 3억7000만 건을 넘었다. 1년 전보다 6배 이상 커진 규모다. 같은 기간 숏드라마 앱의 인앱 결제 매출은 7억 달러에 근접했고, 2025년 3월 기준 누적 인앱 결제 매출은 23억 달러에 가까워졌다. ReelShort와 DramaBox가 선두를 지키는 동안 DramaWave, NetShort, FlickReels 같은 후발 앱이 2024년 하반기 이후 빠르게 따라붙었다.

베트남 숏드라마 시장은 콘텐츠 흥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베트남은 유료 앱 매출의 중심지라기보다 다운로드, 광고 노출, 소셜미디어 재유통, 바이럴 반응이 먼저 쌓이는 시장이다. 미국과 유럽이 인앱 결제 수익을 끌어올리는 고단가 시장이라면,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는 이용자 규모와 시청 빈도를 바탕으로 플랫폼들이 마케팅 효율을 검증하는 전장에 가깝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베트남비즈니스센터의 ‘베트남 콘텐츠 산업동향 2026년 3호’도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동남아시아 및 남미 시장을 대규모 트래픽 기반의 바이럴 마케팅과 광고 기반 보상 모델 테스트베드로 분석했다.

중국 숏드라마 산업은 자국 시장에서 먼저 사업성을 입증했다. 중국 내 숏드라마 시장은 2021년 5억 달러 수준에서 2024년 70억 달러 규모로 확대됐고, ReelShort와 DramaBox 등 중국계 플랫폼은 2023년 말부터 해외 시장으로 이동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는 2025년 1분기 중국계 숏드라마 플랫폼의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가 3억7000만 건 이상을 기록했다고 정리했다.

글로벌 매출 전망도 플랫폼들의 해외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 옴디아(Omdia)는 마이크로드라마 매출이 2025년 110억 달러에 도달했고, 2026년 말 14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밖 시장에서 발생하는 매출은 30억 달러 규모로 전망됐고, 미국은 중국 외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는 최대 국제 시장으로 제시됐다.

미국은 돈을 벌 수 있는 시장이지만, 동시에 비싼 시장이다. 북미 이용자 확보 비용이 올라가면서 후발 플랫폼들은 동남아시아와 남미로 시선을 돌렸다. 베트남은 모바일 이용자가 많고, 틱톡·유튜브 쇼츠·페이스북 릴스의 소비 밀도가 높으며, 세로형 영상에 대한 거부감이 낮다. 플랫폼 입장에서는 베트남에서 대규모 인앱 결제 매출을 바로 확보하기보다 광고 소재를 시험하고, 시청 반응을 모으고, 무료 클립으로 앱 설치를 유도하는 전략이 먼저 작동한다.

[K-콘텐츠②] 중국계 숏드라마 앱의 남하, 베트남에서 벌어진 다운로드 전쟁. 사진=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elShort와 DramaBox는 선발 주자의 이점을 바탕으로 글로벌 숏드라마 앱 시장을 장악했다. 센서타워 집계에서 2025년 1분기 ReelShort의 인앱 결제 매출은 전 분기보다 31% 늘어난 1억3000만 달러, DramaBox는 29% 증가한 1억2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 3월 기준 두 앱의 전 세계 누적 인앱 결제 매출은 각각 4억9000만 달러와 4억5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후발 주자의 성장 속도는 더 공격적이었다. 2024년 9월 해외 시장에 정식 출시된 SKYWORK AI의 DramaWave는 2025년 1분기 글로벌 다운로드가 10배 이상 급증했고, 2025년 4월 말 기준 누적 다운로드 5300만 건, 인앱 결제 매출 4700만 달러에 도달했다. 센서타워는 NetShort, DramaWave, FlickReels 등 2024년 하반기 출시 앱들이 숏드라마 앱 해외 수익 순위 상위권에 진입했다고 분석했다.

2026년 들어서도 경쟁 구도는 고정되지 않았다. 앱 마케팅 데이터 업체 인사이트래커는 2026년 3월 숏드라마 앱 매출 순위에서 NetShort가 1위를 유지했고, ReelShort가 2위로 올라섰으며, DramaBox가 3위로 내려갔다고 집계했다. 해당 수치는 공개 앱 마케팅 데이터 기반 순위라는 한계가 있지만, 후발 앱의 이용자 확보 경쟁이 2026년에도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베트남에서 숏드라마 앱 경쟁은 앱스토어 안에서만 벌어지지 않는다. 플랫폼들은 자사 앱에서 유통하는 숏드라마의 초반부 하이라이트를 틱톡과 유튜브 쇼츠에 무료로 뿌린다. 영상은 갈등이 풀리기 직전 끊기고, 결말은 앱 설치 뒤 확인하도록 설계된다. 베트남 내 트래픽이 집중된 소셜 플랫폼은 숏드라마 앱의 광고판이자 예고편 채널이고, 동시에 유료 결제 전환을 압박하는 진입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도 글로벌 플랫폼들이 베트남에서 틱톡과 유튜브 쇼츠를 마케팅 채널로 활용하며, 결정적 갈등 해소 직전 영상을 끊어 유료 앱 설치를 유도하는 티저형 유입 전략을 쓰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트남 시장에서 수익화는 선형적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다운로드가 늘어도 곧바로 결제로 이어지지 않는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는 베트남 모바일 이용자들이 편당 소액 결제 모델에 강한 심리적 저항을 보이고, 유료 결제 구간에서 소셜미디어 비공개 그룹 등을 통해 해적판을 찾아 시청을 이어가는 수익 누수 현상이 발생한다고 짚었다. 무료 시청 대신 광고를 보거나, 콘텐츠에 노출된 상품을 구매하는 방식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수용성이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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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들의 계산도 그 지점에서 갈린다. 인앱 결제만으로 베트남을 수익 시장으로 만들려면 이용자 확보 비용과 결제 전환율의 간격을 좁혀야 한다. 광고 기반 보상 모델은 더 많은 이용자를 오래 붙잡아야 하고, PPL과 소셜커머스 연계는 현지 브랜드 영업망을 필요로 한다. 한국콘텐츠진흥원 보고서의 수익 모델 비교에서도 인앱 결제는 베트남 시장 적합성이 낮고, 브랜드 간접광고와 소셜커머스 연계는 매우 높은 적합성을 갖는 모델로 분류됐다.

이 구조는 한국 콘텐츠 기업에 분명한 경고를 남긴다. 베트남 숏드라마 시장에 앱으로 들어가면 글로벌 플랫폼들과 같은 광고비 경쟁을 해야 한다. ReelShort, DramaBox, DramaWave, NetShort가 이미 세로형 광고 소재와 과금 지점을 실험한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독자 앱을 앞세우면 이용자 확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 K-드라마 IP가 강하더라도 앱 설치와 결제까지 이어지는 경로는 별개의 경쟁이다.

한국 기업의 첫 선택지는 앱 출시보다 소셜 유통 실험에 가까워야 한다. 기존 드라마 IP의 갈등 장면, 로맨스 반전, 복수 전개를 세로형으로 재가공해 틱톡과 유튜브 쇼츠에서 반응을 확인하고, 조회수보다 완주율과 공유 속도, 댓글의 장르 반응을 먼저 봐야 한다. 결제 전환율이 낮은 시장에서는 유료 회차 잠금보다 브랜드 협찬, 광고 기반 보상, 틱톡 숍 연계 같은 복합 수익 모델을 설계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베트남에서 벌어지는 다운로드 전쟁은 숏드라마 플랫폼의 순위 경쟁에 그치지 않는다. 중국계 플랫폼은 베트남을 통해 동남아 트래픽을 확보하고, 후발 앱은 낮은 마케팅 단가를 활용해 선발 주자의 점유율을 흔들고 있다. K-콘텐츠 기업이 같은 시장에 들어가려면 완성작 판매자가 아니라 모바일 실험자에 가까운 방식으로 움직여야 한다. 베트남은 K-드라마를 기다리는 빈 시장이 아니라, 이미 세로형 드라마 앱들이 이용자의 손가락과 시간을 놓고 다투는 과밀한 전장으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