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①] 1억 관객의 방어선, 반등 뒤에 남은 흥행 쏠림

2025년 매출·관객 동반 하락 뒤 2026년 1분기 급반등 대형 흥행작 의존과 제작 허리 공백까지 드러난 한국영화 시장

2026-06-01     김동희 기자
칸 흔든 연상호 ‘군체’ 열기…관객들 좀비 동작 따라 하며 5분간의 기립박수 속 열광 ... 군체’ 전지현·구교환·지창욱·신현빈 , 칸 뤼미에르 대극장 첫 공개  사진=2026. 05.16   Festival de Cannes 유튜브 영상갈무리 K trendy NEWS DB ⓒ케이 트렌디뉴스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KtN 김동희기자]2026년 1분기 극장 관객은 3190만 명까지 늘었다. 전년 동기 2082만 명보다 1000만 명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극장 매출액은 3180억 원으로 전년 동기 2004억 원보다 58.7% 늘었다. 2025년 전체 극장 관객이 1억609만 명, 매출액이 1조470억 원까지 내려앉았던 흐름과 비교하면 뚜렷한 반등이다. 다만 1분기 전체 매출의 절반 가까이는 한 편의 초대형 흥행작에서 나왔다. ‘왕과 사는 남자’는 1분기 관객 1573만 명, 매출 1518억 원을 기록했고, 해당 매출은 1분기 전체 극장 매출의 47.7%에 해당했다.

2025년 한국 영화산업은 극장 매출과 관객 수가 모두 줄었다. 전체 극장 매출액은 1조4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4% 감소했고, 전체 관객 수는 1억609만 명으로 13.8% 줄었다. 2022년 이후 4년 연속 매출 1조 원, 관객 1억 명 선은 유지했지만, 시장의 체력은 약해졌다. 연간 1억 명이라는 방어선은 남았고, 관객이 극장을 완전히 떠났다는 진단도 맞지 않는다. 관객은 극장을 덜 자주 찾고, 더 강한 관람 이유가 있는 작품에 집중하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2026년 1분기 성적표는 다른 방향의 숫자를 내놓았다. 전체 관객과 매출은 팬데믹 이후 1분기 기준 최대 수준으로 올라섰고, 한국영화 매출 점유율도 70%를 넘어섰다. 극장가에서는 천만 영화를 넘어선 대형 흥행작이 다시 나왔고, 한국영화가 시장 전체를 끌어올리는 장면도 만들어졌다. 관객이 극장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사실은 확인됐다. 다만 관객이 여러 작품으로 고르게 이동했는지는 별도의 문제로 남았다.

‘왕과 사는 남자’의 성적은 2026년 1분기 극장 반등을 설명하는 가장 큰 변수다. 1분기 관객 1위와 2위 사이에는 1300만 명 이상의 격차가 벌어졌다. 2위 ‘만약에 우리’는 247만 명을 동원했고, ‘아바타: 불과 재’, ‘휴민트’, ‘프로젝트 헤일메리’가 뒤를 이었다. 한 편의 영화가 시장 전체 지표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은 흥행작의 힘을 말해준다. 동시에 흥행작이 없을 때 시장 지표가 얼마나 빠르게 내려앉을 수 있는지도 드러낸다.

극장 산업에서 대형 흥행작 의존은 낯선 현상이 아니다. 팬데믹 이전에도 천만 영화는 연간 성적을 좌우했다. 달라진 부분은 흥행작과 나머지 작품 사이의 간격이다. 관객이 극장 방문 횟수를 줄이면 한 작품을 선택한 뒤 다른 작품까지 이어지는 관람 여력이 작아진다. 주말 좌석, 프라임 시간대, 특별관, 온라인 예매 노출은 흥행작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된다. 흥행작은 극장 매출을 끌어올리지만, 흥행권 밖의 영화에는 상영 기회 축소라는 부담을 남긴다.

관객의 선택 기준도 달라졌다. 팬데믹 이후 관객은 극장을 일상적 여가 공간으로 자주 찾기보다, 극장에서 볼 이유가 분명한 작품에 지갑을 열고 있다. 대형 프랜차이즈, 강한 입소문을 얻은 한국영화, 가족 관객을 붙잡은 애니메이션, 팬덤 기반 작품, 특별관 체험이 뚜렷한 영화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환경을 얻었다. 관람료 부담, OTT 시청 습관, 개봉 후 2차 유통까지의 시간 감각이 겹치면서 관객은 개봉작을 더 신중하게 고른다.

한국영화 제작 현장에는 더 큰 압박이 생겼다. 제작비와 마케팅비는 쉽게 낮아지지 않았고, 극장 흥행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은 좁아졌다. 투자사가 보수적으로 움직이면 중간 규모 영화의 제작 기회가 줄어든다. 대작은 위험이 크고, 저예산 영화는 시장 확장에 한계가 있으며, 중예산 영화는 투자 회수의 불확실성에 가로막힌다. 극장 침체와 투자 위축, 제작 편수 감소가 이어지면 관객에게 제시할 작품의 폭도 줄어든다.

2026년 1분기 반등은 극장에 필요한 숨통을 틔웠다. 관객은 여전히 화제성이 충분하고 관람 이유가 분명한 영화에는 움직였다. 극장 사업자, 투자·배급사, 제작사 모두에게 1분기 성적은 시장 회복 가능성을 확인시킨 결과였다. 그러나 회복을 판단하는 기준을 천만 영화의 등장에만 둘 수는 없다. 관객 100만~300만 명 규모의 중예산 영화가 얼마나 자주 살아남는지, 독립·예술영화가 최소한의 상영 기회를 얻는지, 신인 감독과 중견 제작사가 다음 작품을 준비할 투자 환경이 만들어지는지가 더 중요한 지표로 올라왔다.

정책 대응도 극장 관객 수 회복만으로 좁혀 보기 어렵다. 2026년 1회 추가경정예산에는 영화산업 생태계 회복을 위한 655.9억 원이 추가 편성됐고, 국민 영화관람 활성화 지원과 한국영화 제작지원이 주요 축으로 제시됐다. 중예산 한국영화 제작지원 사업도 2026년 16편을 선정했고, 지원 예산은 전년 대비 두 배 수준인 약 200억 원으로 확대됐다. 관람 할인은 단기 수요를 움직일 수 있지만, 제작지원은 몇 년 뒤 극장에서 만날 작품의 폭을 결정한다.

2025년의 1억609만 관객과 2026년 1분기의 3190만 관객은 서로 다른 방향의 숫자처럼 보인다. 앞선 숫자는 극장 시장의 약해진 체력을 말하고, 뒤의 숫자는 관객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한다. 두 숫자 사이에는 같은 조건이 놓여 있다. 한국영화 시장은 관객을 완전히 잃은 것이 아니라, 더 신중해진 관객 앞에서 극장 관람의 이유를 다시 만들어야 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2026년 1분기 반등은 회복의 신호인 동시에, 대형 흥행작이 사라진 뒤에도 시장을 지탱할 작품과 제작 기반이 남아 있는지를 묻는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