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권정부 1년①] 이재명정부, 전쟁 물가 속 민생의 바닥을 살핀 국무회의
중동전쟁 95일째 열린 비상경제점검회의, 수출·물가·채무·안전·장병 인권까지 한자리에서 점검 이재명 대통령 “같은 사고 반복 심각”…한화에어로 사고에 특단 조치
[KtN 박준식기자]2026년 6월 2일 오전 청와대 국무회의장에는 수출 증가율, 국제유가, 원유 확보율, 코스피, 장기연체채권, 폭염 취약계층, 예비군 훈련 문제가 한꺼번에 올랐다. 제24회 국무회의는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를 겸해 열렸고, 중동전쟁 장기화가 한국 경제와 국민 생활을 얼마나 넓게 흔들고 있는지 확인하는 자리로 진행됐다.
경제·산업·금융·복지·외교 부처는 각 분야의 지표와 대응 현황을 순서대로 보고했다. 회의는 보고서에 담긴 숫자를 확인하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수출액과 물가 상승률은 장바구니 대책으로, 원유 확보율은 주유소 가격과 손실 보상으로, 장기연체채권 매입 실적은 파산·면책 접근성과 개인 채무 문제로 이어졌다. 회의 안건은 거시 지표에서 출발해 국민 생활의 구체적 장면으로 옮겨갔다.
호국보훈의 달 첫 국무회의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으로 시작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가 공동체를 지켜온 희생과 헌신을 언급한 뒤 대전 공장 폭발 사고를 먼저 꺼냈다. 희생자 애도와 부상자 회복 기원, 사고 원인 조사, 재발 방지 대책, 유사 사업장 안전 점검 지시가 이어졌다. 동일한 사업장에서 같은 유형의 사고가 반복되는 사례를 따로 추려 보고하라는 지시도 나왔다.
출범 1년을 앞둔 국무회의의 첫 장면은 성과 자평이 아니었다. 가족과 행복한 삶을 위해 나간 일터가 죽음의 장이 되는 현실이 모두발언 앞부분에 배치됐다. 산업재해는 이후 물가, 채무, 복지, 군 인권 의제로 이어지는 회의 흐름의 출발점이 됐다. 이날 국무회의는 국민 생활을 위협하는 위험을 부처별 행정 항목이 아니라 국정 운영의 중심 의제로 다뤘다.
이 대통령은 지난 1년을 정치·사회적 충격, 민생경제 혼란, 국제질서 격변 속에서 출발한 시기로 규정했다. 국민 성원과 공직자 헌신으로 위기를 넘어 대한민국 정상화와 회복, 도약의 발판을 놓고 있다고 평가했다. 임기 2년 차에는 정책 성과를 국민 삶의 실질적 변화로 넓히겠다고 밝혔다. 수출 등 핵심 지표 개선 성과를 중소기업, 소상공인, 서민, 취약계층 등 민생 전반으로 확산시키겠다는 방향도 제시했다.
재정경제부 보고는 수출 성과로 시작됐다. 5월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53.2% 증가한 877억5,000만 달러로 보고됐다. 1984년 1월 이후 42년 4개월 만의 최대치라는 설명도 붙었다. 반도체뿐 아니라 컴퓨터, 조선, 2차전지 등 12개 분야가 수출 증가를 이끌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 연간 수출액 9,000억 달러 상회, 일부 전망으로는 1조 달러 가능성까지 회의장에서 언급됐다.
같은 보고에서 물가 부담도 함께 제시됐다. 중동전쟁 여파로 국제유가가 90달러대를 유지하고, 환율이 1,500원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1%로 보고됐다.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등 정책 대응이 없었다면 물가 상승률이 더 높았을 것으로 봤다. 이 대통령은 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취약계층의 충격이 더 커지고, 실질소득 감소가 양극화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정부의 물가 대책은 장바구니 품목으로 내려갔다. 신선란 2,000만 개 추가 수입, 닭고기 납품단가 인하, 수산물 할인 지원, 비축 물량 확대가 보고됐다. 계란과 닭고기, 수산물은 거시경제 지표가 아니라 가계가 매일 확인하는 생활비 항목이다. 수출 42년 만의 최고치가 국가 경제의 회복력을 말하는 숫자라면, 장바구니 물가는 회복의 온도가 식탁까지 닿는지를 가르는 숫자다.
재정경제부 보고 뒤에는 불공정행위 신고 포상금과 시장 교란 행위 대응이 논의됐다. 대규모 행사 때 발생하는 바가지요금과 가격 담합, 불공정행위에 대한 특별 현장 점검이 보고되자, 회사 임직원이 담합 실행에 관여한 경우 내부 신고 포상과 제재 감면을 어떻게 적용할지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공정거래위원회 측은 내부 고발자의 주도 여부, 조사 협조 여부, 정보 누락 여부 등을 따져 포상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답했다.
물가 관리는 가격표를 눌러놓는 행정에 머물지 않았다. 위기 국면에서 소비자에게 비용을 떠넘기는 행위, 규칙을 어겨 부당한 이익을 얻는 행위에 대한 제재 실효성이 함께 논의됐다. 장바구니 물가와 공정거래 질서가 같은 흐름 안에서 다뤄진 셈이다.
산업통상부는 중동전쟁 95일째의 에너지 수급을 보고했다. 7월까지 원유는 86%, 나프타는 83% 확보됐고, 나프타 가동률도 전쟁 전 평시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설명됐다. 천연가스는 공급 차질 가능성에도 연말까지 대체 물량을 확보한 상태라고 보고됐다. 호르무즈 해협 정상화 시점이 불확실한 만큼, 5월까지 운영하기로 했던 비축유 스와프 제도는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산업통상부 보고는 안정적 수급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진 논의에서는 주유소 현장과 손실 보상, 가격 안정 협조가 함께 언급됐다. 일부 잡음이 있어도 대체로 주유소들이 위기 상황 관리에 협조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고, 최고가격제 시행에 따른 손실 보상 절차를 제대로 챙기라는 주문도 붙었다. 원유와 나프타 확보율은 주유소 가격, 정유사 손실 보전, 국민 체감 유가로 이어졌다.
금융위원회 보고는 자본시장 성과와 취약 채무자 보호를 나란히 배치했다. 코스피는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흐름과 5월 수출 실적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보고됐다. 자사주 소각 규모는 올해 4개월 만에 42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전체 실적의 두 배 수준에 이르렀고, 국민성장펀드는 출시 5일 만에 전체 물량 6,000억 원이 완판됐다.
금융시장 성과 뒤에는 장기연체채권이 놓였다. 금융위원회는 장기연체채권 추심으로부터 취약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매입채권추심업 제도를 등록제에서 허가제로 강화하는 방안을 설명했다. 새도약기금은 3월부터 5월까지 장기연체채권 9,602억 원을 추가 매입해 11만6,000명에 대한 추심을 중단했다. 지난해 10월 출범 이후 누적 매입 규모는 9조1,000억 원, 대상자는 75만 명으로 집계됐다.
장기연체채권 보고 이후 회의는 대부업체가 보유한 오래된 채권, 실제 거래 가격, 추심 지속 문제로 확장됐다. 빚 때문에 일가족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도 언급됐다. 개인파산과 면책, 채무조정 제도가 있어도 제도를 모르거나 신청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금융위원회 보고는 제도권 채권과 장기연체채권 관리에 초점을 맞췄다. 이어진 논의에서는 금융기관 채권 밖에 놓인 개인 채무, 불법 추심, 법률구조 접근성, 파산·면책 신청 비용, 제도 안내 홍보까지 다뤄졌다. “얼마를 매입했고 몇 명의 추심을 중단했는가”라는 행정 실적은 “제도 밖에 남은 사람을 어떻게 찾아 연결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넓어졌다.
총리실은 금융당국과 협의해 대응 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자살 상담, 먹거리·복지 연계, 신용회복위원회와 서민금융지원센터 등 관계기관 연계를 설명했다. 위기 가구 조사 과정에서 개인채무와 불법추심 문제를 확인해 관계 부처와 연계하겠다는 답변도 나왔다. 채무 문제는 금융정책의 하위 항목에 머물지 않고 복지, 법률구조, 자살예방 체계와 연결됐다.
복지부 보고는 생계 위기와 의료제품 수급 안정에서 시작됐다. 최근 12주간 생계 위기 상담과 긴급복지 신청 건수의 증가 동향은 없고, 의료제품 수급 상황도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보고가 나왔다. 이어 노인, 노숙인, 쪽방 주민 등 폭염 취약계층에 대한 시설 점검, 안부 확인, 냉방 물품과 냉방비 지원 계획이 제시됐다. 복지 위기 가구, 고독사 위험군, 조손·다문화 1인가구 발굴도 함께 진행된다고 보고됐다.
‘그냥드림’ 사업은 5월 18일부터 본사업으로 전환됐다. 현재 158개 시·군·구와 280개소가 운영 중이며, 신규 사업장의 조기 정착을 위한 현장 점검도 진행되고 있다. 복지부 보고는 행정 전달체계의 안정성을 설명했지만, 논의는 복지망이 채무와 자살 위험까지 포착할 수 있는지로 이어졌다. 식료품, 냉방, 의료제품, 채무 문제는 각각 다른 부처의 항목처럼 보이지만 취약계층의 생활 안에서는 하나의 압박으로 겹친다.
외교부 보고는 중동전쟁의 외교적 불확실성을 정리했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은 핵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개방 조건을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리는 상황으로 보고됐다. 이란의 자체 수정안 준비, 노딜 시나리오 언급, 레바논 남부 정세가 협상 변수로 제시됐다. 외교부는 호르무즈 해협이 재개방되더라도 글로벌 공급망 정상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판단했다.
외교 대응은 기업 현장으로도 내려갔다. 중동행 수출 중소기업들은 대체 물류 루트 정보를 요청했고, 외교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등 현지 공관을 통해 대체 항만에서 활동하는 물류사 정보를 파악해 제공하겠다고 보고했다. 전쟁은 외교부 정세 보고에만 머물지 않았다. 항만과 물류사, 원유와 나프타, 계란과 주유소 가격을 거쳐 국내 경제와 생활비로 이동했다.
군 훈련과 장병 인권도 모두발언의 주요 대목이었다. 이 대통령은 예비군 훈련과 군부대 장병 훈련 과정에서 의료 인력과 응급 장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채 훈련이 강행됐다는 지적, 비합리적 얼차려 등 구시대적 병영 관행에 대한 우려를 언급했다. 관계당국에는 신속한 진상 규명과 투명한 공개를 지시했다. 국가 공동체를 위해 청춘을 헌신하는 장병의 권리 보장도 국가의 도리로 제시됐다.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는 출범 1주년 국정성과 보고의 형식을 띠었지만, 회의의 실제 무게는 성과 나열에 머물지 않았다. 수출 최고치와 주식시장 상승, 에너지 수급 안정이 보고된 같은 자리에서 산재 반복 사업장, 장바구니 물가, 장기연체채권, 빚 때문에 죽음을 생각하는 사람들, 폭염 취약계층, 장병 인권이 함께 논의됐다.
이날 회의에서 확인된 긍정적인 흐름은 국정 성과를 지표로만 설명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수출액과 주가, 원유 확보율과 채권 매입액은 정부 대응의 필요한 기준이지만, 국민 생활은 숫자만으로 정리되지 않는다. 회의는 식탁 물가, 일터의 안전, 빚 독촉에서 벗어날 통로, 훈련장 인권처럼 생활 속에서 확인되는 문제로 이어졌다.
6월 2일 회의 이후 정부 대응은 부처별 집행 단계로 넘어간다. 에너지 수급과 물가 관리는 산업통상부와 재정경제부의 가격 안정 장치로, 장기연체채권과 파산·면책 접근성은 금융위원회·법무부·복지부의 연계 체계로, 산재와 군 훈련 문제는 노동·국방 당국의 현장 점검으로 이어진다. 출범 1년의 평가는 수출과 증시 지표만으로 닫히지 않는다. 국민 생활 안에서 물가 안정, 안전 관리, 채무 구제, 장병 인권 개선이 확인될수록 정부 2년 차 국정 운영의 방향도 더 뚜렷해진다.